디지털 뉴딜 때 노인 세대 고려해야

오영환 (현)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전)대한노인회중앙회 정책이사, 서울시교육감 평생교육 특보.

코로나 사태는 코로나 격차로 이어지며 그 충격이 더해 가고 있다. 생물학 적으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노인 세대에게는 더욱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2017년 기준으로 독거노인 수는 140만 5085명이다. 이 숫자는 매년 6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격리 경제’로 인해 사회적 주체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있는 시점에 고립되어 있는 노인들은 더욱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의도하지 않게 코로나에 전염돼도 도움 받을 곳이 마땅치가 않다.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노인 계층의 경우에도 여전히 ‘코로나 격차’가 적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디지털 격차다. 젊은 계층은 사회적, 생활 속 거리 두기 기간 동안에 각종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 앱, 마스크 구입 정보 등을 쉽게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접촉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제2의 자아가 된 시대에 코로나 19 사태는 그들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드는 계기다. 반면에 주변인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데 익숙하고, 하나하나 기능과 효익을 따져 보아야 겨우 선택이 가능한 시니어 세대는 입장이 다르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집단이다. 세태의 압력으로 스마트폰이며 카카오톡 메신저 같은 것들을 쓰기는 하지만 온전한 삶의 도구로 수용하지는 못한다. 시니어 세대는 나름대로 적응해 보고 싶어도 과연 위험은 없는지,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초래되지 않을지 염려해 가며 디지털 콘텐츠 경험을 쌓아 간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의 인지적 처리 능력을 배려해 주지 않는다.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경제 시스템의 활력 제고를 위해 대규모 디지털 뉴딜을 최근 발표했다. (1) 데이터 및 5세대 이동통신 (2) 인공지능 등 디지털 인프라 (3)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4) 사회 간접 자본(soc) 디지털화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들 분야 모두 노인 세대에게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디지털 문해력을 확보하는 데 한참 어려운 집단에게 코로나 이후 사회의 정황까지 따져 가며 행동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상당한 난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 이후 언택트 사회를 대비하는 과정에서도 오프라인 소통과 교육을 꾸준히 지원해야만 한다.

노인의 디지털 경험 격차 갈수록 벌어져

우선 디지털 경험의 격차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는지 살펴 보자.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정보 취약계층 가운데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4.3%로 가장 낮았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디지털정보화 접근 수준은 90.6%였다. 디지털정보를 이용하는 역량은 51.6%, 활용 수준은 63.9%다. 사회적 압력에 의해 디지털 인프라에 올라 타 있긴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활용해 삶의 질로 연결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디지털 서비스는 무엇인가. 가령 20대에서 50대 사이의 계층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다양한 SNS와 함께 포털 서비스(네이버, 구글), 효용을 위해 필요한 공공 서비스(은행, 민원 24 등)를 복합적으로 연결해서 쓴다. 다시 말해 밥상에 차려 진 여러 음식들을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섭취하고 소화할 능력이 된다는 뜻이다. 요즘 10대들 중에는 자신이 가진 코딩 능력을 바탕으로 각종 데이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해서 쓰는 경우도 꽤 있다.

반면에 시니어 계층 대다수는 카카오톡이나 문자와 같이 매우 한정적인 소통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용한다. 그나마도 요즘은 노인층들을 중심으로 정치 유튜브도 소비되는 형편이다. 일부 지식 소비 성향이 강한 사용자들은 신문이 나 블로그 정보 등을 자유자재로 단톡방 등에 퍼 나른다. 하지만 대다수는 주변 사람들이 제공하는 구전에 의한 자료들만 소비할 뿐이다. 심지어 자신이 접하는 정보가 가짜뉴스인지 아닌지도 검증할 여력이 안 된다. 데이터를 소비하고 이용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올바른 데이터를 검증하고 가려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채널에 걸쳐져 있는 자료들을 복합 검증할 능력이 되는 젊은 세대와 달리 시니어 세대 상당수는 보이는 그대로 믿거나 아니면 무작정 거부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종류의 디지털 격차, 디지털 쏠림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포용과 관리가 아니라 무관심과 배제의 대상

디지털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온라인 구전(e-WOM)이다. 어떤 제품을 이용하고 남기는 후기이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동료 사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남기는 자발적 메시지들이다. 디지털 마케팅에 신경쓰는 브랜드들은 온라인 구전 채널을 매우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네이버 블로그를 우수 제품 후기로 도배하거나, 별표 조작 같은 것을 하기도 한다. 이런 ‘ 눈속임 마케팅’에 당하지 않으려면 매우 다양한 온라인 구전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결합해 의사결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시니어 세대는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디지털 서비스를 쓰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폭넓은 온라인 군중들의 정보까지 취득할 여력이 없다. 제품 카테고리나 서비스 별로 이미 다양한 브랜드 커뮤니티가 존재하지만, 시니어 세대는 거기까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세대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관심과 인상을 플랫폼에 기록하고 의견을 전파할 만한 입장이 아닌 것이다.

당연히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이나 디지털 마케팅을 주도하는 회사들도 자신들이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할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전개한다. 20대에서 50대 사이의 ‘주류 세대’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피드백도 매우 신속하고 다양하다. 그들의 목소리가 전체 IT 시장을 대표하는 여론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예 노인 세대는 타겟 사용자가 아니다. “데이터에 포착되지 않는 시니어 그룹”은 포용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무신경과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시류에 대해 일방적 반성과 변화를 강요할 수는 없다. 디지털 서비스 전략에는 엄연히 비용과 편익이 존재한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향을 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체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비주류 세대’를 아예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유층도 당하는 금융사기, 디지털 사기로 이어져

2020년 5월 16일 조선일보 기사에는 요양원 90대 할머니에게 5억짜리 DLF(자산 가격 변화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파생결합펀드) 상품을 판매한 은행 PB와 관련된 내용이 보도되었다. 당사자는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갖고 있고 현금 자산도 꽤 되는 여성이다. 그는 “자식처럼 먹을 것을 싸 와서 살갑게 구는 바람에 주택 청약, 금융 상품 40여 가지 등 총 20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해적 뱅킹’을 당한 것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금감원에 의해 불완전 판매와 편법을 동원한 상품 개발 이력 등을 매우 꼼꼼하게 점검받는다. 적발 시에는 상당한 수준의 제재가 잇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대 이상 금융 소비자가 전체 DLF 가입자의 48.4%에 달한다는 보고는 정보비대칭을 이용한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케 한다.

은행이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게 되면서 개발된 ‘원큐 대출’이나 ‘온라인 상담’ 서비스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약관이나 각종 가입 정보가 노년층이 알아보기 힘들 만큼 깨알같이 적혀 있기에 정보비대칭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공인인증서 없이 온라인 송금을 할 수 있는 ‘토스’(Toss) 개발사 비바 리플리카는 2019년 6월 발표한 자료에서 “60대 이상 가입자 수가 2.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토스 앱은 송금 수수료 절감, 저렴한 보험 상품 비교와 가입 등을 돕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니어 세대는 핀테크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배제를 당하고 있다. 갖가지 형태로 공급되는 디지털 금융 상품은 이들의 옆구리를 찌르는 무기가 될 위험이 높다.

‘이태원 클럽 사태’로 인해 소강 국면이었던 코로나 확산세가 새로운 경지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있다. 하지만 1차 코로나 확산 당시 정부와 기업, 언론 그리고 국민의 협조를 통해 잘 수습한 전례가 있기에 ‘2차 위기’가 오더라도 갖가지 노력을 통해 솔루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다. 금융 분야를 비롯해 갖가지 서비스 분야에서 인건비 압력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원하는 직원들에 한해 ‘평생 재택 근무’를 허용한다고 한다. 아예 물리적인 본사 사옥을 없앰으로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기를 장착한 개개인들이 권리와 책임을 나눠 갖는 사회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활용 역량은커녕 접근성도 겨우 확보하는 수준인 시니어 세대들이 이 조류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제도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함께하는 전환’으로 가야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에서는 디지털 금융에 대한 이해, 앱 다운 후 와이파이 설정하기, KTX 예매 및 취소하기, 카카오페이 활용하기와 같이 아주 기초적인 온라인 서비스 이용 경험을 노년층에게 교육한다. 시니어 세대를 언택트로 이끌려면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경험이 중요하다. 혼자서만 특정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써 보고 그 체험을 이야기를 통해 나누는 과업이 필요하다. 노년층은 동료 집단의 의견을 참고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언택트 서비스 교육’을 할 때에도 주변 사람들이 어떤 인상과 경험을 갖게 되었는지 충분히 공유하는 집단 학습이 절실하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각 지역에 설치된 주민자치회나 노인회관, 문화 단체 등을 통해 일상화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을 투자하는 데 아끼지 않아야 한다. 가급적 자생적 모임을 통해서 시니어 세대를 위한 언택트 교육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장려할 필요가 있다.

노년층의 디지털 서비스 경험을 언론이나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한 채널로 전파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ICT 이용 경험이 별로 없어 어려워 한다”는 단편적인 문제제기 식으로는 절대 본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시니어 세대가 활용하기 힘든 기능이나 콘텐츠 유형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이슈를 환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유형의 ICT 기업들과 협업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본다.

디지털 전환은 일종의 혁신이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혁신을 가리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말했다. 기득권을 파괴하고 새로운 기술,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만들어 내기에 붙은 이름이다. 이제껏 우리는 파괴의 주체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그 대상들에 대해서 고민하지는 않았다. 디지털 조류에서 점점 비주류 세대로 밀려나고 있는 시니어들이 그 중심에 있다.

‘디지털 비주류 세대’가 언택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선 기술을 효과적으로 다루며 일상생활에서 가치를 향유 하는 ‘청노년(靑老年 : 나이는 노년층이지만 문화 코드는 청년을 지향하는)’의 사례가 많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 노년층 중 상당수가 귀찮고 불편해서 ICT 상품의 기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도 ‘실버폰’이 아니라 다른 세대와 똑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불편함 못지않게 “노인 취급받는다”는 감정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종 앱과 서비스 등을 잘 쓰고 있거나, 기능과 목적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동료 이용자들에 대한 적극 소개를 통해 시니어 세대가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심적 준비를 시켜 줘야 한다.

기술과 인간적 친절함을 결합한 ‘디지털 에이징’ 서비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음성 인식 비서 기술이 5년 전부터 상용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비스한 ‘코타나’는 음성 명령으로 메신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KT는 ‘기가지니’를 통해 목소리만으로 TV를 컨트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 시스템은 아직까지 특정 문구만 인식하거나 다양한 맥락을 담은 사용자의 문장 인식 등에는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직관적인 기능을 강화해서 목소리만으로도 각종 앱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세계 경제의 선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전환 과정을 다양한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동반 전환’으로 바꾼다면 사회 정책의 선도 케이스도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오영환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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