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국가 식량위기

김재수 경북대 초빙 교수. (전)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조기 종식시키는 것이 전 세계의 급선무이다. 우리나라는 초기확산 상황이 어 느정도 안정되어 조심스레 종식을 전망하나 잠시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발달된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전국적인 확산을 막을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 19 위기 중에 식료품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식료품이나 생필품의 매점매석이 없어 수퍼나 매장에서 쌀 포대기를 들 고 육탄전을 벌이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먹거리에 대한 국내 공급 시스템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 되어 식품 공급상황이 불안하면 가격이 상승한다. 곡물과 먹거리 시장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전시나 재해등 비상시에는 상황이 돌변하여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될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의 2차 대유행이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출현을 우려한다. 인류의 안전과 존립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기에 대응해야한다.

인류가 직면한 네 가지 위기 : 식량, 기후, 물, 에너지

현재 인류가 직면 하는 네가지 위기로 식량 부족, 기후변화, 물 부족, 에너지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인구 증가로 인한 곡물 생산 부족은 맬더스의 ‘인구론’ 이래 전통적인 식량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과거에는 제한된 농지 면적에 인구 증가로 인한 생산 부족을 걱정했다. 맬더스 인구론 이후 많은 학자들이 강조한 문제이다. 20 세기에 들어 카길, ADM, 루이드레퓨스 등 거대 곡물사에 장악되는 세계 곡물 유통망 혼란이 식량 위기의 배경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곡물 생산 부족이나 유통망 봉쇄가 가져오는 위기를 ‘ 식량 안보’ 차원에서 강조했다. 곡물 공급부족으로 붕괴된 구 소련체제가 대표적 예이다. 1979년 미국이 취한 1700만톤의 밀, 옥수수 소련 수출 금지조치가 소련체제 붕괴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수년전 중동과 북 아프리카 국가의 붕괴도 곡물 부족으로 인한 식료품 가격 폭등에서 시작되었다. 곡물 생산 부족, 유통망 봉쇄,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간의 먹거리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에서 사막 메뚜기떼 출현으 로 엄청난 곡물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이후 가장 우려되는 것이 식량 위기이다. 글로벌 곡물 전문가들이나 미래학자들도 식량위기를 걱정한다. FAO(국제식량 농업기구) 에서는 5월 중에 식량 위기가 올 것을 예고했다. 데이비드 비줄리(David Beasley) 세계 식량 계획 (WFP) 대표도 ‘몇 달 안에 대규모 복합기근(multiple famine)’에 직면할 것을 우려한다. 다행히 5월 중에 식량 위기는 오지 않았으나 심상치 않는 조짐을 보인다. 생산 부족과 유통망 독점 위기에다 바이러스 위기가 더 해진다. 세계 식량 시장에 바이러스 위기가 오면 피해가 엄청 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세계 교역이 3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국제 곡물 시장에 혼란이 오고 있다. 국제 쌀 가격이 급 상승하고 있고, 공급망도 흔들린다. 미국산 중립종 쌀 가격은 전년에 비해 11.2%가 상승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3월 쌀 수출을 중단했다가 최근 수출 물량을 대폭 줄여 재개했다. 베트남의 쌀 수출 제한 조치가 계속되면 세계 쌀 시장 공급량이 10~1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캄보디아의 쌀 수출 금지, 러시아의 밀 수출 축소, 중국의 쌀 과 밀 비축 증가는 곡물 시장 위기를 증폭시킨다. 축산물, 수산물 파동도 우려되어 베트남, 인도,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 먹을거리 수출중단이나 수출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국제 곡물 상황은 단기적으로 안정일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불안정하면 곡물시장이 요동친다. 강력한 수출 금지가 취해질 것이다. 필연적으로 식료품 사재기가 일어날 것이다. 국가 이동의 제한으로 농사를 지을 사람도 부족하여 주로 채소나 과일의 수확도 어려울 것이다.

베트남 쌀 수출 제한, 세계 공급량 10~15% 줄 듯

가격은 천정 부지로 상승할 우려가 있다. 노동력 부족, 공항, 항만 등 수송망 차질, 바이러스로 인한 심리적 요인은 인류의 식량 문제를 어떠한 국면으로 끌고갈지 예상하기 어렵다. 곡물 수출국가는 자국민 먹거리 확충을 위해 수출 문을 닫을 것이다. 이른바 ‘돈이 있어도 먹을 거리를 못사는 상황’ 이 예견된다. 치열한 곡물 확보 경쟁이 일어나고 지구촌 전체가 식량 문제를 두고 전쟁에 버금가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전쟁 아닌 전쟁 상황이 될수도 있고 피해는 힘없고 가난한 국가에 돌아간다.

지구촌 72억 인구중 현재도 약 10억에 이르는 인구가 기아에 시달린다. UN 식량 계획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빈곤한 49 개국 2억7천 만명이 심각한 고통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다. 식량위기가 장기화되거나 바이러스등 다른 위기와 복합적으로 일어나면 피해가 극심할 것이다. 극단 적인 상황이 오지 않기를 기대하나 대비가 되어있지 않고 처리해본 경험도 없다.

쌀을 비롯한 국제 곡물 시장은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진다. 생산과 수요가 비탄력적이다.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급상승 할수 있고 조금만 남아도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 국제곡물 시장에서 선물 거래가 주를 이루고 대규모 국제 거래는 곡물 메이저에 유통 망이 장악되고 있다. WTO협상에서 특별한 방식의 시장 개방을 하기도 하였다. 특히 쌀은 ‘엷은 시장’(Thin market)의 특성을 가진다. 생산과 거래가 제한적이다.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중단립종 쌀은 전 세계 거래량 자체가 얼마되지 않는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2%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타내주듯 5천년 동안 배고픔으로 고통을 당한 우리 나라이다. 먹는 것을 걱정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된 것은 1970년대 후반 이후이다. ’통일벼‘라는 신품종 벼를 개발하여 쌀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대하여 식량 자급을 이룩하였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식량 자급을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 증대, 농촌 진흥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77년 이후 식량 자급을 이루었다. 통일벼 개발과 성공적인 식량 생산증대 정책은 세계적인 성공 스토리로 평가되고 ’녹색 혁명‘(Green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후 나머지 여력을 타 산업 부문에 투입하여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다. 얼마전 국책 연구소에서도 대한민국을 발전 시킨 10가지 기술 중 최고에 통일벼 개발을 두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량 수급상황은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근본적으로 좁은 경지면적에 5천만이 넘는 많은 인구가 사는 한계 때문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은 1,002만 9,535 ha로 전 세계의 0.07%를 차지한다. 순위로는 세계 107위이다. 인구는 5181만 1167명으로 세계 전체의 0.7%를 차지한다. 순위로는 세계 28위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자원이 별로 없는 나라이다.

곡물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너무 부족하다. 연간 곡물 수요량은 약 2100만톤이나 생산은 450만톤 수준이다. 부족분 1600만톤 정도를 매년 해외에서 수입해야한다. 이중 1100만톤 정도가 사료용이다. 축산물 소비가 많아 사료용 곡물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증대와 소비패턴 다양화로 축산물 소비 증대는 불가피하다. 사료용 곡물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2%에 불과하다. 그나마 쌀은 자급하고 있어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농지가 도로나 주택, 공장이나 창고 용지로 전환되어 해마다 2만 헥터 정도가 줄어든다. 다른 곡물 자급률도 낮다. 보리는 31.4%, 콩 6.3%, 밀 0.7%, 옥수수 0.7% 수준이다. 평시에도 수입 곡물위주의 소비구조와 육류소비 증대로 식품수급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식량 수출국가가 수출 문을 닫으면 5천만 국민의 먹을거리가 당장에 위협 받는다. ‘현재 세계 곡물 수급 상황이 안정적이다’

‘돈만 있으면 식량은 얼마든지 확보 할수 있다’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야한다. 코로나 19‘ 이후에는 이미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 변화가 오고 있다.

국가 위기에 대비한 비상 대책 세워야

다가오는 인류의 위기는 다양할 것이다. 식량 부족, 국가안보등 전통적인 위기에다 기상 이변과 신종 바이러스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국가를 위기로 몰고간다. 바이러스와 자연재해, 식량 위기가 복합적으로 다가오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다가오는 각종 국가 위기에 국가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 장단기 대책을 세워야하며 식량 문제만이라도 대비해야한다. 우선 식품 수급상황과 비축물자 공급상황에 차질이 없어야한다. 주식인 쌀은 당분간 자급하고 있다. 쌀 비축규모도 현재는 넉넉하다. 전체 소비량의 17% 내지 18%인 약 72만 톤 정도를 비축한다. UN 식량 농업기구의 권장 수준이다. 그러나 평시상황을 전제로 설정한 물량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하여 비축량을 늘려야한다.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나 감수해야한다. 식품과 생필품 수급상황을 장관이 챙기고, 대통령 주재 점검 회의를 통해 부처별 협조체제를 점검하자. 매점매석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통망을 점검하고 비상 대비 훈련도 필요하다. 복합적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여 독립적인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해야한다. 민간과 정부, 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범 정부조직을 구성하여 국민을 안심시켜야한다. 식량의 공공 비축과 수입 관리, 해외 곡물 수입망 확충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단된 ‘국가곡물 조달 시스템’을 재추진 해야한다. 중장기 식량 안정 공급을 위해 농업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우량 농지를 보전해야한다. 농업기술개발과 품종혁신, 비료, 농약, 농기계 산업을 육성해야한다. 코로나 19 사태는 세계 질서를 바꿀 것이다.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는다. 정부차원의 태스크 포스 구성만으로 미흡하다.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복합 위기에 정부에게 모든 것을 맡겨도 안된다. 국제적 협력체제 구축, 국내 대책 마련, 국민 협조가 긴요하다. 다가오는 복합위기에 대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 김재수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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