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료계의 역할과 전망

박종훈 (현)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 대한사립대학교병원회 부회장. 서울시병원회 부회장. (전)고려대 의무기획처장. 고려대 의대 졸업, 의학박사, 의과대 교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요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변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흔히들 말하기를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아니 변해야 한다고 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변화의 중심에 선 의료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의료를 중심으로 생각해 본다.

개인적인 경험이라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코로나 시대에서 이상한 체험을 했다. 매일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코로나 시대로 들어서면서 모든 외부 일정과 퇴근 후 회식이 취소되고 보니 처음에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 라는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는데, 근 두 달을 그렇게 지내다보니 일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치열하게 매일 누군가를 만나서 작당을 하지 않고 주어진 일만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코로나 시대에 여유 있는 일상과 인생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일반적인 변화라고 하면 이런 식의 변화일 것이다. 자, 그러면 의료분야 이야기를 해 보자.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계는 감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하여 잘 강구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모든 대형병원에 감염병 환자를 위한 음압격리병실을 의무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비해야 한다는 규정을 둔 것이 그렇다. 이 규정은 3차 상급 종합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항목이 되었는데, 모든 대형병원은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입원 치료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시설 면에서는 된 셈이다. 이 같은 강제 조항 이외에도 이런저런 의무적인 항목들이 신설되었고, 이러한 정책들이 향 후 새로운 감염병 발생 시에 매우 유용하게 작동할 것으로 믿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보니 경험적인 부분은 도움이 되었지만 과연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발생 시 효율적인 방어책을 구비했던 가라는 점에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었다. 결과론적으로는 성공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들 하는데 – 근거는 다른 국가 대비, 사망자 수나 감염자 수 등에 기인 –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평가라 정말 우리가 잘했는지의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다른 선진국 그 어느 나라보다는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결과가 좋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이 미진했다는 것일까?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메르스 경험이 큰 도움…보건소는 진료 보다 방역 체제로

우선 우리는 2000년 이후 여러 번의 감염병 사태를 겪었다. 사스, 메르스가 그런 것인데, 메르스 때는 특히 우리만 아주 긴박하고 중하게 겪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이 이번 사태에 많은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하다. 기억을 되 살려보면 코로나19 초기에는 정부도 의료계도 그야말로 우왕좌왕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입국자를 막을 것인가, 말 것인가, 또 확진자 격리는 어떻게 할 것이고, 늘어나는 환자는 또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어쩔 줄 모르면서 초기의 시간이 흘렀었다. 다소의 혼란을 겪고 난 뒤 공무원, 의료진 그리고 국민의 단합된 노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면 확진자가 발생되면 일일이 확진자의 최근 동선을 확인하고 지나간 동선 상의 건물은 폐쇄하며, 접촉했음이 분명한 사람들은 증상 유무와 무관하게 자가 격리 시키고, 집중 감시를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무슨 근거로 그렇게 강력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했고 국민들은 정부의 방침대로 따라줬다. 초기에 확진자가 모 백화점을 다녀갔다는 이유만으로 백화점을 며칠 간 폐쇄하고 소독을 했으니 한편으로는 너무 과하다 할 정도로 파격적인 대응을 했다. 감염병에 대한 뼈아픈 기억이 없는 선진국의 경우 이러 한 방식의 조치를 정부가 생각하지도 못했겠지만 설령 그랬다하더라도 국민 들의 저항이 상당했을 것이다. 호흡기 감염병 확산 차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마스크 착용도 초기에는 수급의 불안정으로 대혼란을 겪고 결국 주 당 1인 당 2장을 약국에서 신분확인하고 지급하는 등 긴박했다. 어찌 보면 대단하고 정교한 대응 전략 없이 그렇게 해결해 왔고 다행히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용감하게 순발력을 발휘해서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또 이렇게 할 것인가?

감염병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각 지역에 있는 보건소를 현재와 같은 진료 중심이 아닌 방역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원래 보건소의 기능은 만성병 관리와 감염병 예방과 같은 민간 의료기관이 할 수 없는 보건 분야가 중점이었는데 지자체 단체장을 민선으로 선출하면서부터 단체장들의 치적사업에 매진하다 보니 저가의 진료 중심의 기능으로 변질되어 이번 같은 상황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초기 대응의 구심점이 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감염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는 병원이 아닌 보건소에서 감염 여부를 확진 받았어야했다. 이번처럼 모든 환자가 일반 병원에 와서 확진 여부를 검사받게 되면 자칫하면 다양한 질병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일반 병원이 메르스 때처럼 감염의 온상으로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보건소가 최전선이 돼서 환자군 을 분류해서 선별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했다. 그 이후는 확진 환자는 각 지역의 감염병 지정병원에서 우선적으로 치료하고, 그 선을 넘게 되는 상황이 되면 민간병원의 협조를 구하면 된다. 큰 그림만 설명한 것이지만 대강 이 같은 전략을 갖고만 있다면 사실 종이 다른 바이러스가 발생해도 큰 틀에서는 성공적인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감염병 관리 를 하는 공공병원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 하에 감염병 관리를 위한 공공읠에 매진 할 의료진의 확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또 한 이러한 상화에서 필요한 원격의료의 정착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일견 들으면 맞는 주장 같지만, 아니 그러한 주장이 틀렸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큰 틀에서의 대 한민국 의료의 청사진이 없는 상황에서 저러한 주장들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원격 의료 논의 등에 정치 논리 앞서…전문가 존중 왜 안하나

대한민국 의료의 특징을 말하라고 하면 나는 단연코 말하기를 어떤 의료를 지향하는지 청사진이 없는 정체불명의 의료라고 한다. 유럽식 사회주의 의료도 아니고, 미국식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의료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양 극단의 장점만을 의도적으로 취한 그런 제도도 아니다. 의료 제도가 발전되면서 그 때 그 때 위정자들의 입맛에 따라 매우 정치적인 관점에서 각색되고 첨삭된 그래서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길이 없는 뒤죽박죽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같은 심각한 감염병 사태를 잘 처리했다고 하면서 우리 의료 제도가 아주 훌륭한 제도라고들 하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향 후 수년 또는 십수년 이후의 의료상황에 따라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지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10년 후 의사수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이고 병상 수는 어떠할 것이라서 현재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가 있다. 의대 정원은 향 후 10년 후 활동하는 의사 수를 의미하며 그 사회가 지향하는 의료제도에 부합하는 선에서 결정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번 이런 중차대한 일들이 즉흥적으로 쉽게 결 정되곤 한다. 그야말로 윗선에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모든 문제들이 매우 정치적인 관점에서 결정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번번이 무시되곤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모든 면에서 평생을 바쳐서 헌신한 전문가들보다 식견이 높다고 생각하나보다. 전문가 영역이 이렇게 쉽게 무시되는 사회가 과연 선진 사회라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의료제도는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되어온 대표적인 분야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바람직한 변화라고 한다면 제발 전문가의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였으면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지향하는 의료 제도가 확실하게 정립되는 담론의 장이 열렸으면 한다. 난리가 나면 그 때 잠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이런 방식, 그리고는 만족하고 안도하는 이런 사회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 박종훈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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