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보전쟁과 국정원의 역할

조경환 본지 편집위원, 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코로나-19의 광풍이 일진일퇴하는 모양새다. 닫혔던 일상은 5월 6일을 기해 다시 열렸으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투명성과 개방, 참여의 한국형 방역은 ‘K-방역’으로 자리매김했고,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한국을 ‘뛰어난 본보기(remarkable example)’로 칭했다. 팬데믹(pandemic) 의 맹위는 진행형이다. 5월 10일 발생한 ‘이태원 클럽 사태’가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 바이러스는 21세기형 전환의 선봉대로서 앞으로 닥칠 수천 가지 바이러스 공격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무절제한 개발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는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옮겨질 가능성을 키웠다. 언제든 슈퍼 전파자가 나올 수 있다. 생활 방역의 고역은 숙명이다.

고통은 그 과정에서 교훈을 찾아냈을 때 비로소 거름이 된다고 한다. 1월 20일 국내에서 중국인 여성이 첫 감염자로 확진이 되었지만, 정부는 외국발 차단을 머뭇거렸다. 정부의 현실 인식은 견고하지 못하였고, 희망적 사고가 뒤섞였다. 초기 판단 잘못에 대한 자기부정을 거부하는 모습은 오기로 비쳐졌다. 정부 내에는 자신들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는 것은 무시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경향이 있었다. 집단사고의 징후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경고는 평가절하되고, 기왕에 내뱉은 말과 명분을 신봉한 나머지 합리적 대안 모색은 뒤로 밀려 났다. 선출직 공직자들의 직감과 주관적 선호는 과학과 증거, 데이터에 의한 의사결정과 충돌했다. 정부는 속단했고 국민은 방심했다. 코로나-19는 그 허점을 파고 들었다. 중앙재난대책본부가 발족되고 집단행사를 막은 시점은 대구 등 신천지 집회에서 슈퍼 전파가 일어난 지 일주일 뒤인 2월 23일 이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 보름 만인 3월 4일, ‘청와대 코로나-19 대응 24시간 비상체제, TF 운영’이라는 뉴스를 접한 국민은 마음이 썩 편치는 않았다. 보호 마스크 수급의 극심한 불안 속에 5부제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은 닷새가 더 지나서였다.

코로나-19는 비인간 행위자와 인간행위자의 하이브리드(Hybrid) 위협이다. 보건과 환경은 물론 경제,외교,기술, 정치, 물류, 식량 등의 복합 위기를 가져온다. 국가의 보호 대상은 바뀌었고 방어해야 할 공포는 전형과 전통적 관념을 뛰어 넘는다. 공포의 새로운 컨셉은 국가 간에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연결의 관점에서 공동대응을 요구한다. 안보의 대상이 ‘국가’에서 ‘인간’으로 확장되면서1 개인을 지키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가 사회공동체를 지탱해 주고, 그것이 국가안보로 직결된다. 바이러스 앞에서 물리적 군사력은 무의미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국가안보의 패러다임을 새로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상

기존의 군사적인 위협과는 달리 신안보, 혹은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위협은 초국가성(trans-nationality)과 연결성(connectivity), 그리고 잠재성(potentiality)이 특징이다.2 작년 12월 초 중국 우한(武漢)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석 달 남짓인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3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의 메르스(MERS) 와 싸웠던 우리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고 등장한 바이러스와 전쟁을 시작한다. 아니 동거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옳다. 더 큰 문제는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을 겪고 나서는 민족주의와 파시즘이 득세하였고, 그것이 결국 세계 2차 대전으로 이어졌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기에 더 불안하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시작을 몰랐으니 끝은 더욱 알 수가 없다. 전염병과의 싸움은 정보전쟁이다. 미생물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해가야 한다. 정치 논리가 배제된 철저히 과학적 영역이다. 언제 어디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4 조기경보는 필수이고 예방적 대비와 사후조치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으로 특화한 매트릭스 조직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

신흥 안보위협이 어디 전염병뿐이겠는가. 테러리즘, 사이버공격, 주변 국가들의 정치적 혼란, 무통제 이민, 국제질서의 재조정을 비롯하여 보이지 않는 초국경 위협이 즐비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새로운 유형의 위협이 현실화될 때 마다 국민은 고통을 분담하며 참여하고 감내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평시에 프로 집단에게 맡겨놓고 생업에 종사할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그러면 과연 누가 이 신안보 전쟁 수행에 그나마 적합한가? 신안보 위협의 특징 속에 그 답은 있다. 국내와 전 세계의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제 분야들 간에 네트워크가 있으며, 상시적으로 기밀성을 가지고 기민하며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관, 국가정보기관이 나름 대적의 모양새는 갖추고 있다. 5

지금 국정원을 소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우리 국회는 국가적인 현안을 치르고 나서는 꼭 “국정원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한 현지에서는 과연 어느 시점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포착 했는지, 그리고 본부에서는 이 첩보의 심각성을 낮잡아보지는 않았는지, 조기 경보는 시의적절하게 하였는지, 차단에 대한 판단은 했는지, 국내 감염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면 신천지와 해외 요인과 같은 취약 요소는 사전에 점검하여 관계부처에 지원이 되었는지, 재외국민의 국내 수송 과정에서 백업은 유효했는지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문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묻는 데도 없다.

개혁 과정에서 국가보안정보 기능 정지

2017년 7월 26일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던 2개 부서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17년 1월 5일 국정원의 국민 사찰, 선거 개입, 간첩 조작, 종북 몰이 등 4대 범죄에 연루되고 가담한 조직 과 인력에 대해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한 공약의 이행이었다.6 그런데 폐기된 것은 정치 관여와 직권남용으로 적폐의 대상이 된 국내정보 파트만이 아니다. 실상은 국가안보의 근간인 국가보안정보기능도 그 때 함께 정지되었다. 국민 안전, 그리고 국가 이익과 관련된 국내외 정보를 종합 분석, 판단하여 대통령 과 청와대에 보고하며, 국정원 내부의 부문 정보는 물론 군과 경찰 등 외부 부문정보기관들의 정보를 융합하고 기능적으로 총괄하는 역할 말이다.

국정원보다 14년 먼저 출범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1908년 창설된 연방수사국(FBI)도 오욕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기관을 폐지하지 않고 잘 고쳐 쓰고 있다. 1973년까지 두 기관은 영장 없이 국내 우편을 개봉하여 검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육군 정보기관은 민간인을 사찰했다. 1974년 뉴욕타임즈는 CIA의 미국 시민 정치활동과 반대파에 대한 사찰을 폭로했다. 국가안보국(NSA)이 1970년대까지 자행한 주요인사에 대한 통신감청 리스트(Watch List)가 1975년 미 의회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정보의 해’(Year of Intelligence)로 명명된 1975년, 미국은 연방정보기관들의 불법과 부당행위를 전방위로 조사했다.7 대통령 직속 록펠러위원회가 CIA 국내활동의 불법성을 확인했고,8 이후 상원의 처치(Church) 위원회와 하원의 파이크(Pike) 위원회가 가동됐다. 이후 입법을 통해 제도개혁이 이루어지고 감시 감독 체계가 갖추어졌으며 상원정보위원회의 상설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1년 미증유의 9·11 테러가 터지자 “CIA의 인간정보(HUMINT) 약화와 통합적 정보판단 기능의 불비가 가져온 ‘정보실패’(Intelligence Failure) 탓”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6개 부문정보기관을 통솔, 총괄하고 정보기관들 간의 정보 공유와 협력을 복원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정보국장(DNI) 제도가 그 때 만들어졌다.

선진 민주국가들은 저마다 다른 정보기관의 역사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절제되고 예리한 국가보안정보 기구를 별도로 두고 있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스파이 조직의 원조 격인 영국은 국내 보안정보활동을 담당하는 보안국(Security service, MI5)을 내무부 아래 두되, 총리실에 합동정보위원회(JIC)를 설치하여 정보기관을 총괄하고 합동 정보를 분석, 생산한다. 나치를 경험한 독일은 헌법 질서 파괴가 국가 존속의 파괴라는 깊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연방헌법보호청(BfV)이 수집 전담의 국내보안정보를 담당하며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다른 기관들을 돕고 있다.9 미국의 국내정보 주무기관은 FBI이다. CIA가 설립되기전까지는 미 행정부의 국내외정보수집 기능 중 상당 부분을 FBI가 커버했다. ‘세상을 알고(know the world), 세상을 바꾼다(change the world)’는 초법적(extra-legal) 혹은 불법적 정보 수집, 공작의10 영역과 법 집행인 수사의 영역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한 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은 폐해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영국의 MI5와 같은 국내정보 수집 전문기관의 신설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설립으로 이어지진 못하였다. 대신 FBI는 대대적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업무의 중심을 테러, 방첩, 사이버 범죄, 하이테크 범죄, 화이트칼러 범죄, 인권보호 등에 두고 CIA와 긴밀한 관계 형성으 로 그 접점을 찾았다.11

정보전쟁에는 우방도, 적도 없다. 있다면 실리 뿐이다.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세기의 정보기관들은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중에서 통합된 해외정보 활동을 하고, 해외 거주 유태인 보호, 암살과 준군사 공작 활동 권한을 가진 이스라엘의 모사드(Mossad, ISIS)가 단연 돋보인다. 코로나-19를 선방한 이스라엘 정부 뒤엔 역시 모사드가 있었다. 모사드의 활약은 4월초 야코프 리츠만(Yaakov Litzman)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밀접 접촉 고위관리들 모두가 격리될 때 모사드 부장인 요시 코헨(Yossi Cohen)도 거기에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4월 12일자 뉴욕타임즈(NYT)에 의하면12 코헨 부장은 보건부로부터 긴급하게 필요한 보건 의료장비 리스트를 받고 조직이 어떻게 이스라엘의 보건 시스템을 도울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시작했으며, 2월 초 이스라엘의 최대 종합병원인 세바(Sheba) 메디컬센터의 장을 사적 모임에서 만나 이를 확인했다. 모사드는 지체없이 외골수적인 목적의식을 발동하였다.

국정원과 모사드의 활약, 진단 키트와 교민 탈출의 교환?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치른다”는 특유의 에토스(ethos, 조직 정신)가 발휘되었다. 코헨은 중동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스파이 보스, 국가 지도자들을 개인적으로 연락했다. 평소 친밀성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해 둔 정보협력 채널을 움직였고, 무기 수입에 사용되던 국제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더러운 일(dirty job)’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적성국에게도 다가갔다. 3월 19일 10만개의 진단 키트가 들어왔다. 이어 150만 장의 수술용 마스크, 수 만장의 N-95 마스크와 약품, 의료진 보호복과 고글, 그리고 인공호흡기 생산에 필요한 노하우도 조달했다. 모사드가 확보한 기술적 전문성을 사용하여 월 2,500만 개의 보호마스크 생산 능력을 갖춘 생산라인이 점차 갖추어져 가고 있었다. 4월 첫 주 들어 코헨은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기 충분한 인공호흡기를 갖게 되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모사드의 활동 언저리에 우리 국정원이 등장한 것은 다행이다. 2월 22일 이스라엘이 한국발 여객기를 회항 조치한 지 근 두 달만인 4월 24일 우리 국민 55명 등 70명을 태운 대한항공 특별기가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막후에 국정원과 모사드가 있었다. 이스라엘에 진단 키트를 제공하고 교민 철수가 추진되었다”고 보도했다.

정보 최강국인 미국은 빠르고 집요하다. 5월 들어 미국 내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전세계의 27.6%인 6만 8천명을 넘기면서13 트럼프 행정부는 ‘미 역사상 최악의 정보실패’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14 “올해 1-2월 동안에만 CIA가 12번 이상 강력 경고하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와 몰이해가 대참사로 이어지게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15 그렇지만 정책실패는 있어도 정보실패는 없다고 한다. 정보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 17개 정보기관 총칭)는 기민하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4월 2일자에 의료장비 확보를 위한 국가 간 쟁탈전을 보도했다.

“프랑스로 가던 마스크 수백만장 미국행으로 바뀐 사연”

“프랑스로 들여오려던 마스크 수백만 장이 상하이 공항에서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빼앗겼다”는 증언을 다루었다. 미 국무부가 가짜뉴스라고 반박하였지만 CIA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미국 abc방송은 4월 9일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국가의료정보센터(NCMI; National Center for Medical Intelligence)가16 작년 11월 말 “감염병이 중국 우한을 휩쓸고 있으며 이는 삶과 비즈니스의 패턴을 바꾸고 인류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영상정보(IMINT), 인간정보(HUMINT), 그리고 신호정보(SIGINT)를 종합 분석한 결과이며 아시아 주둔 미군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질병에 대한 경고음이라고 덧붙였다. 대중 정보전쟁 대비에도 빈틈이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4월 1일 자에서 미 정보당국은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건수와 사망자 수를 적게 보고해 은폐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CIA 등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관리 상태와 생화학 무기화,그리고 팬데믹의 발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를 수집 중이다. 이는 중국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려는 것이며, 향후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증거로도 쓰일 공산이 크다.

영국 정보기관들의 대응은 좀더 근원적이고 전략적이다. 4월 12일 자 가디언에 따르면17 영국의 해외정보기관인 MI6(비밀정보부: Secret Intelligence Service)와 국내정보 담당 MI5로 구성된 정보공동체는 “영국은 대중(對中)관계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하이테크와 다른 전략 산업에 대한 보다 강한 통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또한 중국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다루면서 일당 독재를 더 강화할 것이라면서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와 각료들은 “현실적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며 디지털통신, 인공지능 (AI)과 같은 하이테크 분야의 주요기업들에 대한 인수를 제한하고, 대학 연구에 중국 유학생들의 접근을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MI6는 중국의 코로나-19 발생 보고가 상당히 축소되었다고 내각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보도했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 정보전쟁 진행중

그런데 여기서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들이 확인하고 있는 중국 책임론의 파장은 잠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돌이켜보면 2001년 세계무역기구 (WTO)에 중국을 받아 들일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시장 경제를 견지해야 하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발생을 은폐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행태는 그 조건을 정확히 위반하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직후 수준 그대로임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판단하고 있다.18 앞으로 미국의 대 중국 책임 공세가 집요하게 진행되리라고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맞불은 점입가경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월 12일 “미군이 우한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을 옮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군 매체인 ‘1080군사대(軍士臺)’가 보도한 “작년 10월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우한에서 세계 군인체육대회가 열렸으며, 미국 등 105개국 군인들이 참여했다” 는 것을 두고한 말한 것으로 유추되었다.19 지금 중국 정보기관들은 미 정보기관들의 코로나-19 정보수집 차단 및 첩보망 와해에 혈안이다. 나아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온갖 허위정보를 흘려 미국 분열 공작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도 다국어 국영매체를 앞세우고 SNS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유럽과 미국을 모략하는 정보를 양산하고 있다. EU는 이러한 허위정보·역정보에 대응하는 전담조직으로 공동 외교·국방부인 ‘유럽대외행동부’(EEAS;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 산하에 ‘동방전략소통’(East StratCom·ESC) TF팀을 가동하고 있다. 양 진영이 신 냉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선전전,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20

그렇다면 북한과 미,중,일,러를 비롯해 각국의 스파이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일 이 한반도는 어떻겠는가.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이제 보다 솔직해 지고 실리를 보아야한다.

그간 국정원의 잘 못된 작위(作爲)는 처벌하였다. 그렇지만 부작위(不作爲)의 작위는 그대로 남아 있다. 만약 불필요한 억측과 시비가 염려되어 아예 가만히 있게 한다면 국민에게 손해이다.

융합판단정보의 순기능은 재평가되어야

사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국가보안정보 역량이나 순기능, 그리고 그 폐해에 이르기까지 온전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최종 정보사용자인 대통령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필요 시 관계 수석비서관과 국무총리, 각부 장관들이 그 범주에 들어갈 수는 있다. 국정원의 내부 사람이라 할지라도 융합, 판단정보 생산에 직접 종사한 제한적인 고위간부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

국정원의 고유 기능인 국가보안정보활동은 국내 정치 개입이라는 칼날 위에서 이루어져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장이 새로 취임할 때 마다 국정원은 정치와의 단절을 외쳤고 쇄신을 요구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들어서 새 출발한 국정원은 ‘IMF 체제’ 극복을 위한 포괄안보인 경제정보활동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정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폐지되었다. 탈정치,탈권력의 의지였다. 대통령 보고의 채널이 끊긴 국정원은 태양을 잃어버린 해바라기 격이 되었다고 표현해도 그리 과하지 않았다. 국익정보 활동을 신수종 사업으로 하여 환골탈태하려 했다. 민생의 현장을 누볐으며 경제성장 동력을 찾아 나섰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도왔고 해외자원 개발 정보를 수집했다. 현지 정보기관들로부터 “대놓고 산업스파이 활동하겠다는 것이냐”의 의심을 받을 정도로 했다.

태양은 뒤늦게 돌아왔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정부 정책 뒷받침 기능을 인정하고 이를 평가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국가보안정보활동의 명맥은 유지되었다. 2014년 12월 개정 국가정보원법은 정치관여죄와 직권남용죄의 형량을 징역 5년에서 7년을 올리고 공소시효를 10년으로 했다. 국내 파트는 더 숨어들었다. 그래도 2015년 5월 메르스(MERS) 사태가 터지자 곧바로 TF팀을 가동했다고 한다. 국내외 상황과 조치 필요사항만을 일목요연하게 일일 종합 보고했으며, 컨트롤타워였던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요긴하게 쓰였다는 평을 받았다는 후문이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대부분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민정수석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다. 국정원의 속성에 익숙하다고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치밀하고 합리적 성품의 그가 정보의 위험성과 폐해를 간파했겠지만 유용성을 모를리도 없다. 그런 문 대통령이 국정원의 보안정보기능을 활용하지 않는다.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의 불편함이나 각종 국가 아젠다에 대한 사실 확인과 종합적 판단 정보의 미흡을 감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청와대의 수석들은 지금 무슨 정보를 토대로 국정을 해석하고 판단할까? 누가 그들의 의사결정 준거를 만들어 주는가? 청와대 3명의 실장에다 12명의 수석비서관,보좌관과 차장, 50명 내외의 비서관들과 500명에 육박하는 청와대 직원들로 대통령 보좌는 필요 충분한가?

청와대 각 비서관들은 벌집 속의 벌과 같다고도 한다. 소관 영역에서 쉴새 없이 일하고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손과 발이 없으니 정부 부처, 기관들의 보고서에 의존한다. 그런데 그들이 기대고 있는 보고서는 속성 상 ‘기관 이익’ 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적으로 볼 때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 의 여지를 안고 있을 것이다. 청와대로 시시각각 올라오는 보고서는 산더미 처럼 쌓여 숙독이나 종합적 사고가 쉽지 않다. 회의에다, 지시사항 수발에다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모른다. 그것도 5년마다 바뀌는 반(半)정치인인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상당수다. 사실상 안정적으로 숲을 보라고 요구할 수 없는 처지다. 정책의 연속성 유지, 전략적 의사결정이나 예방적 조치, 장기 플랜은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 환경일 것이다. 평시가 그러할진대 복합 위기 상황에는 어떠하랴.

코로나 국면에서 득을 많이 본 미디어 업체가 있다. 넷플릭스(Net Flix)다.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폴로(Marco Polo)’ 가 인기다. 주인공인 원나라 쿠빌라이칸(Kublai Khan)은 자신의 눈(eye)을 대신할 인재로 마르코 폴로를 택했다. 그를 세리(tax collector)와 동행시켰으며 칸의 동생이자 패권 라이벌이기도한 아리크부카(AriqBöke)의 진영을 둘러보게도 하였다. 그런데 그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잘 믿지 않고 마르코 폴로의 말은 신뢰했다. 왜일까? 그는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에 스며들지 않고, 오직 통치자인 쿠빌라이의 생각과 관점에서 판단하고 건의하는 인재였기 때문이다. 국가보안정보활동을 담당하는 사람 역시 폴로와 같은 입장을 취해야 한다.

단죄 끝냈다면 살 길 열어주어야 마땅

정보기관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조직이다. 지난 3년 간 국정원 적폐는 사법부로부터 응분의 심판을 받았고, 국회를 통해 ‘견제와 균형, 국내와 국외의 이원화, 수사권 분리’라는 개혁도 준비 중이다. 복합 위기에 직면한 이 시점에 국정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순간 코로나-19 극복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의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와 총리실, 각 부처는 24시간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정원이 힘을 보태야 마땅하다. 운영 여하에 따라서는 가장 효율적일 정보기관의 손발은 묶어 둔 채 적폐의 부활을 걱정하기만 한다면 안이하다. 국정원 외부와 내부의 통제, 감시시스템을 보강하면 될 일이다.

국회정보위원회의 예산심의, 자료요구, 전문성 통제 권한 강화21와 함께 대통령이 임면하는 CIA식의 국정원 내부 감사총장제(Inspector General)22 도입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원장과 조직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테크노크라트에 가까운 정보 전문 조직이 정부정책에 관여할 우려에 대해서는 정보와 정책결정간의 경계를 엄격하게 설정하는 것으로 풀어가면 된다.

현행 국정원법(제3조 직무)에 보안정보활동의 근거는 있다. 국내 보안정보의 경우도 대공,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정보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는 지금 가능하다. 미국은 정보공동체의 역할을 ‘행정 명령 12333호’로 6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①대통령,국가안보실(NSC) 등 행정부 주요부처가 필요한 정보 수집 ②정보의 생산과 전파 ③국제테러위협, 마약 등 조직 범죄,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에 관한 정보 수집 ④특수활동 ⑤ 국내 및 국외의 미 정부활동에 필요한 행정 및 지원 활동 ⑥이 밖에 대통령이 명령하는 정보활동 수행이 그것이다.23

코로나-19로 인해 미국과 유럽이 올스톱되고 세계경제가 마비되었다. 국제 통화기금(IMF)은 4월 1일 “다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위기”로 규정하고 준전시적 대비를 촉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정부의 가용 자원과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총동원령에 국정원에게 특별한 미션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정보기관은 국민의 거울이다. 각국의 국가정보기관들은 한결같이 지난하고 질곡의 시간을 거쳐 국민 속에 자리잡아간다. 그런데 한 번 이완되어 버리고 나면 탄력을 회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것이 또한 정보기관의 속성이다. 대통령의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명령이 절실하다. 단죄를 끝냈다면 살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권한과 임무, 역할은 명확하게 주되 그에 따른 책임을 정확히 물으면 된다. 그러면 국정원은 반드시 깨어난다. 그래야 그들이 본업에 전념한다. 그간 비축해 온 신안보 대비 역량을 바탕으로 하여 국내외의 자원과 인프라를 충분히 동원할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국민과 대통령에게 헌신하는 길임을 훈련 받았다.

나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국가보안정보기능을 제로베이스에서 그리고 장기적 안목에서 점검해 보고 정상화를 진지하게 논의해 볼 것을 제안한다. 정보에 국내와 해외의 구분이 어디에 있고, 융합과 판단이 없는 국가정보가 어디에 쓰일 수 있겠나. 그리하여 만약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면 제도를 보완하여 임무를 확실히 주어야 한다. 국정원을 도저히 못 믿겠다면 비단 국정원이 아니어도 좋다.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든, 법무부에 두든, 국정원의 외청으로 두어도 된다. 국가보안정보활동의 전열을 가다듬는 것은 국익이다.

– 조경환

1. Byoung won, Min.2019. Emerging Security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부 공동주최 신안보국제학술회의 발제문.
2. Ho-Hong, Kim. 2019. Emerging Security Threats and Inter-Korean Cooperation. INSS. 외교부공동주최 신안보국제학술회의 발제문.
3. WHO. “WHO Director-General’s opening remarks at the media briefing on COVID-19”. 11 March 2020.
4. 김우주. 2020. 신종바이러스의 습격. 서울: 반니.
5. 조경환. 2020. [시론]국정원은 왜 코로나 국난 와중에 손발이 묶여있나. 중앙일보. 04.15.
6. 전웅. 2019. “한국 국가정보체계의 선진화와 국회의 역할”. 정보화시대국회와 정보기관: (사)국가정보포럼 설립기념세미나. 19-21.
7. The New York Times.1975.Year of Intelligence. 21.February 8. 8. Commission on CIA Activities within the United States. 1975. Report to the President. Gerald Ford Presidential Library
9. 김만복 외. 2012. 분단국의 국가정보.서울:도서출판 박문각. 359-370.
10. Tim Weiner. 2007. Legacy of Ashes: The History of The CIA. New York: Anchor Books.11.
13. Center for Systems Science and Engineering (CSSE) at Johns Hopkins University. COVID-19 Dashboard.
14. Zenko, Micah. 2020. “The Coronavirus Is the Worst Intelligence Failure in U.S. History”. FP. March 25.
15. 김완규. 2020. 코로나19가 가져온 정보전쟁을 바라보며.한반도미래연구원, 주간국제포커스, 2020-5- 1,12.
16. Margolin, Josh&Meek,James Gordon. 2020. “Intelligence report warned of coronavirus crisis as early as November: Sources”. abc NEWS. 09 April.
17. Sabbagh, Dan. 2020. “UK spy agencies urge China rethink once Covid-19 crisis is over”. The Guardian. 12 April.
18. 김기수.2020.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정치경제적 의미와 교훈:자유주의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세종연구소 정세와 정책, 5, 4-5.
19. 박성훈. 2020. “中 외교부 대변인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 전염시켰을 수 있다”. 중앙일보. 03.13.
20. 채인택. 2020. “’코로나 만든 건 미’ 음모론, 中보다 더 불지핀 건 이 나라”. 중앙일보. 04.12.
21. 이태규. 2018. “국가정보원 개혁,어떻게 할 것인가”. 긴급진단:국정원,어떻게 개혁할 것인가?.8-10.
22. 국정원감사총장(Inspector General)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임명하며, 대통령만 면직권을 가진다. 독립적으로 회계검사·조사·공작정보활동 평가 및 내부 감찰을 하고 정보위에 보고한다. (조경환. 2019. “[왜냐면] ‘국정원 개혁’ 지연은 비용이다”. 한겨레신문. 01.01.)
23. 국회도서관. 정보활동(행정명령 제 12333호)/미국.국회정보위원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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