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에서 시계추 효과가 나타날까 -코로나19가 4·15 총선에 미친 영향 분석

김광덕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일보 정치부장. 한국아이닷컴 상무겸 뉴스본부장. (현)서울경제신문 논설실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4·15 총선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코로나19는 총선에서 여당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해 여당 압승과 야당 참패를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총선 승패에 미친 파장의 강도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나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코로나19는 이번 총선의 정치 지형과 유권자 표심을 흔드는 지진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야당의 폭망을 가져온 최대 요인이 아니라 촉매 요인으로 보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이번 총선에서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63석)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17석)은 과반 의석을 훨씬 넘는 총 180석 을 차지했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84석)과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 한국당(19석)이 얻은 의석은 총 103석에 그쳤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얻은 정당별 득표율은 민주당 49.9%, 통합당 41.5%로 집계됐다. 비례대표 정 당득표율에서는 미래한국당이 33.8%로 더불어시민당(33.4%)을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제2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이 5.4% 득표한 것을 감안하면 여권이 약간 우위를 점했다. ‘정권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이 이뤄진 선거였던 셈이다.

코로나는 5갈래 물결로 여야 승패 갈라

집권 여당이 민주화가 시작된 1988년 이후 치른 총선에서 최대 의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둔 것은 감염증 사태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이뤄졌다. 때문에 코로나19가 이번 총선 승패를 가른 최대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논객들이 적지 않다. 이번 총선의 판세 추이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는 다섯 갈래의 파도를 일으키며 여당의 대승을 가져왔다. 우선 코로나19는 ‘블랙홀’ 로 작용해 모든 선거 이슈들을 잠재우면서 야당이 내건 ‘정권 심판론’을 덮어버렸다. 본래 대통령 임기 중·후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으로 진행되면서 정권 심판 바람을 일으킨다. 그러나 올해에는 공영 방송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이 총선 기간에 코로나 관련 보도에 집중하면서 선거 쟁점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아 ‘깜깜이 선거’로 진행됐다. 게다가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대면 접촉 기회가 줄어들고 각종 집회가 금지되는 바람에 야당 바람이 불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소득주도성장 등 잘못된 경제 정책에 따라 경제 위기가 가중됐다는 점을 덮어버리는 역할도 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경제가 동시에 어려워지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책임론이 가려지는 착시 효과를 가져왔다.

둘째, 코로나19는 여당의 ‘국난 극본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국기 결집 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를 가져왔다. 미국의 정치학자 존 뮬러는 국가적 재난이나 전쟁 등 위기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국민들이 정부를 중심으로 뭉치는 국기 결집 효과 개념을 1970년대에 제시했다. 야당은 선거 초반에는 ‘정권 심판론’에만 매달리다가 역부족을 느끼고 막판에 ‘폭주냐 견제냐’로 구호를 바꿔 ‘언더독 효과(under dog effect·질 것 같은 당이나 후보를 동정하는 효과)’ 전략을 폈으나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바 꿀 수는 없었다. 여당은 그동안 밀어붙여온 경제·안보 정책의 이념이나 노선을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국난 극복’과 ‘국정 안정’을 외쳐서 국민들의 여당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전쟁이나 외교전을 치르는 정치 지도자는 외부의 적을 내세워 단합을 유도하는데 이번엔 바이러스가 ‘공공의 적’ 역할을 해준 셈이다.

셋째, 한국이 ‘방역 모범 국가’로 재평가된 것도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여당에 호재가 됐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방역 실패가 부각되면서 우리나라는 초기 방역 실패 등이 가려지고 방역 모범 국가로 평가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갤럽이 선거 직전인 4월 13~14일 이틀 동안 유권자 1,004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4월 3주차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59%로 급등하고 부정 평가가 33%에 그쳤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의 가장 많은 이유가 ‘코로나19 대처’(54%)였다. 국민들의 참여와 의료진의 헌신, 전 국민의료보험제 등으로 코로나19 방역에서 선전할 수 있었는데 그 열매를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대신 차지한 셈이 됐다.

넷째, 코로나19는 사전투표율을 높이면서 여당이 사전투표에서 압승하는 데 기여했다. 수도권 다수 지역의 개표 결과 선거 당일 본투표에서는 여야 후보가 접전을 벌였으나 사전투표에서는 여당 후보가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코로나19로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이번 21대 총선 투표율은 66.2%로 4년 전인 20대 총선 투표율(58.0%)보다 무려 8.2%포인트 더 높아졌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다. 투표율이 크게 높아진 주요 요인은 4월 10~11일 이틀 동안 실시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무려 26.7%에 달한 점이다. 코로나19 로 인해 여행 등 바깥 이동을 자제해온 상당수 유권자들이 여유 있는 주말을 활용해 미리 투표하면서 사전투표율이 크게 높아졌다.

다섯째,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여당이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실제로 일부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 됐다. 포퓰리즘 즉 대중 인기에 영합한 선심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당초 당정은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여당은 총선 직전에 전(全)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부는 투표 이틀 전에 7세 이하 어린이 263만명을 대상으로 아동돌봄쿠폰 40만원씩을 일제히 지급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다수 유권자는 정부의 지원금 지급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일부 고령층과 3040 세대들은 재난지원금과 아동돌봄쿠폰 지급으로 여당에 대해 기대 심리를 갖 게 됐다”며 “1~3% 차이의 접전 지역에서는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됐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21세기식 고무신 나눠주기 선거운동”이라고 비난했다.

어쨌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진 4·15 총선은 선거와 관련된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으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총선 본투표가 끝나고 코로나19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지나기까지 선거와 관련된 감염은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는 2천 900만명 이상의 유권자와 자가격리자 1만명이 참여했는데도 감염이 확산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선거나 정치 행사를 연기한 나라들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선거 방역 결과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총선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유권자 행동수칙을 만들어 전 국민에 협조를 요청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코로나19가 4·15 총선 승패를 가른 결정적 배경이자 최대 요인”이라며 “구도와 이슈, 인물, 바람이 선거 승패를 가르는 4대 요인인데, 이번에는 코로나19란 바람이 압도하면서 나머지 요인들을 모두 덮어버렸다”고 분석했다. 황 평론가는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란 호평이 나온데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방역을 위해서는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정 안정론이 중도층과 부동층 표심을 파고들었다”면서 30% 가량에 이르는 ‘스윙보터(swing voter)’가 총선 승부를 갈랐다고 주장했다.

야당 참패를 가져온 네 가지 근본 원인

코로나19가 지진이나 태풍처럼 총선 승부에 엄청난 영향을 준 것은 맞다. 하지만 감염증 사태만으로는 야당 참패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4·15 총선 결과에 대해 다수 유권자가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잘못해서”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4월22~23일 메트릭스리서치와 함께 전국 투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선 투표자 사후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고 야당이 참패한 이유를 물은 결과 ‘미래통합당이 잘못해서’란 응답이 61%로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22%)보다 세 배가량 높았다. 코로나19는 정치 지형을 흔들어 여당 쪽으로 더 유리하게 만드는 촉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근본 원인과 부수적 요인 등 복합적 변수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압승과 야당 참패의 근본 원인으로는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유권자 구성과 정치 지형이 보수 우위에서 진보 우위로 바뀌어 ‘기울어진 운동장(uneven play ground)’이 됐기 때문이다. KBS 등 방송 3사가 총선 당일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60대 이상 고령층 유권자의 경우 민주당 지지율이 32.7%로 통합당 지지율 59.6%의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40대(민주당 64.5%/통합당 26.9%) 30대(민주당 61.1%/통합당 29.7%) 20대(민주당 56.4%/통합당 32.0%) 등 젊은층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통합당 보다 2배가량 높았다. 세대 결집 구도에서 50대가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수도권에서 여당이 압승하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5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9.1%에 이르렀으나 통합당은 41.9%에 그쳤다. 50대 유권자 다수가 8년 전인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를 더 선호했으나 이번에는 보수가 아닌 진보 쪽으로 기울어졌다. 한 정치학자는 “대체로 고령화 되면서 보수 성향을 갖게 되지만 현재 우리나라 50대는 군사독재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386세대와 일치하기 때문에 과거 50대와는 다르다”면서 “게다가 통합당이 강성 보수 노선을 보이면서 50대 부동층이 진보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재인정부 출범 등을 거치면서 중도가 진보 쪽으로 동조화하는 정치 지형 재편성(realignment)으로 대한민국 ‘주류 세력 교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류 교체가 고착된 것은 아니다.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진보 정권의 경제·안보 정책 실패가 뚜렷하게 가시화되면 진보층과 중도층의 연대 구도는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다.

두 번째 근본 원인은 사전투표제의 정착이다.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정당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4연패 당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수 정당의 패배의 싹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서울 시장을 비롯해 9곳에서 승리해 8곳에서 이긴 새누리당을 제쳤다. 당시 새정치 연합의 승인 중 하나는 투표율이 11.49%에 이른 사전투표제의 도입이었다. 필자는 2010년 한국일보에 쓴 칼럼에서 견제와 균형의 정치를 위해 ‘지난 대선 때부터 미국이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기 투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거 구조 조정을 하면 투표 결과가 달라진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젊은층 투표율은 당초 상당히 저조했으나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 갈수로 높아지면서 진보 정당이 유리해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60대 이상 고령층은 361만명으로 적지 않았으나 진보 쪽으로 기운 40대(207만명)와 30대(149만명), 20대(172만명), 18~19세(26만명)의 사전 투표 참여자 합계에 비하면 훨씬 적었다.

셋째, 통합당 이미지가 ‘기득권 정당’과 ‘밉상 야당’으로 악화했다는 점이다. 통합당을 비판할 때 쓰이는 용어로는 ‘영남당’과 ‘강남당’을 비롯한 ‘양남( 兩南) 정당’, ‘부자 정당’ ‘늙은 꼰대 정당’ ‘웰빙 정당’ ‘수구꼴통 정당’ 등 다양하다. 이런 것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득권 세력 대변하는 비호감 정당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대다수 표는 서민과 중산층이 갖고 있는데 통합당은 대기업과 부자를 비롯해 상위 1~10%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처럼 비쳤다. 양극화 심화와 경제 위기 악화로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도 통합당은 빈곤층·중간층·중산층, 사회적 약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니 통합당은 ‘가진 자를 위한 정당’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3년 가까이 됐는데도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이 아니라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처럼 이미지를 조작하는데 성공했다.

네 번째 근본 원인으로는 대안과 비전 제시가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을 정권 심판 선거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탈원전, 북한·중국에 매달리는 안보 정책 등의 문제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태로 드러난 불공정 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좌우 세력의 포퓰리즘 정책이 기승을 부리고, 문재인 정부가 대중 인기에 편승한 경제·안보 정책을 펴면서 유권자들에게 접근하는데도 통합당은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사회 양극화와 실업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포퓰리즘 정책을 제어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관련 대책도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는 보수 정당이 ‘뉴타운공약’을 제시해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으나 요즘 보수 야당은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정책 공약을 내놓은 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총선 승패의 부수적 요인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몇 개월 사이에 승부에 영향을 준 근인(近因)으로는 일부 후보들의 막말과 공천 파동,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리더십 부재 등을 꼽을 수 있다. 차명진 전 의원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막말을 한 것은 통합당의 ‘비호감 정당’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품격이 떨어지는 막말들은 수도권 일부 접전 지역의 승부를 뒤집을 정도로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게 다수 전문 가들의 견해이다. 그리고 공천관리위원회의 김형오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 장, 김세연 의원 등이 일부 공천 과정에서 사심을 드러내고 황교안 대표가 이 를 번복하는 파동이 생긴 것도 상당수 부동층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제1야당의 얼굴과 총사령관 역할을 하는 황 대표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 하지 못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2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힘들어진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종종 말실수까지 함으로써 그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점차 하락했다. 황 대표는 정치적 양보를 통해 ‘반문(反文) 야권 단일대오’를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무적 감각이 부족했고, 경제 정책 대안 제시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중도층 마음을 잡을 수 없었고, 막판에는 보수층 일부도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늦게 서울 종로 출마를 결심한 황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열세 상황 극복에 신경을 쓰느라 전체적인 선거 판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국 황 대표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영입해 총괄선대 위원장을 맡겼으나 기울어진 총선 판세를 되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 실정 심판론 등을 제기하면서 잠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듯 했으나 실제로 중도층 표심을 끌어오는 효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다.

2022년 대선, 패키지 효과냐 시계추 현상이냐

그러면 2022년 3월 대선은 어떻게 될까.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뀌지 않아서 민주당이 2년 후 대선에서도 승리해 진보 세력 장기 집권의 길을 열게 될 것인가.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번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2년 후 대선에서도 승리하면 선거의 ‘패키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견제와 균형의 정치를 바라는 민심이 작용해 선거 승패가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 선거의 ‘시계추 현상’이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두 갈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높은 곳에 서 있는 여당은 이번 총선 압승을 계기로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를 장악하게 됐다. 현 정부 출범 후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의 대거 교체로 사법부까지 사실상 장악했으니 권력의 3부를 주도하게 된 셈이다. 게다가 4부로 불리는 언론의 지형도 정권 쪽으로 더 기울어질 수 있으므로 여당은 유리한 발판에 서게 된다.

반면 앞으로 대선까지 2년가량 시간이 흐를수록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더 높다. 민주당 지지율이 2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이번 총선에서 크게 떨어진 것을 보면 여당은 앞으로 2년 후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경기가 곧바로 살아나지 않고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그 불만이 정부·여당 쪽으로 향할 개연성이 있다. 게다가 여당이 이번 총선 승리로 개헌을 빼고는 대부분 안건을 원하는 대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야당의 발목잡기에 국정 실패의 책임을 전가 하기도 어렵다. 물론 보수 야당이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진보의 우위 구도는 계속될 수 있다. 차기 대선에서 여야 중 어느 쪽이 승리하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비롯한 헌법가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진보 여당은 오만과 독선·독주 정치와 포퓰리즘 정책을 멈춰야 한다. 또 보수 야당은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고 구심력을 지닌 참신한 대선주자를 발굴해야 한다. 정당이 수권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실력과 함께 품격, 도덕성을 지니고 세대교체도 해야 한다.

앞에서 제시한 선거 승패의 근본 원인, 촉매 요인, 부수적 요인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여야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보수 야당인 통합당은 기득권 대변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 여당의 포퓰리즘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제(制)포’ 전략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 차기 대선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결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수 국민들에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이익을 가져다주는 실용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다. 유명한 정치경제학자인 앤서니 다운스는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란 책에서 유권자는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정당과 후보를 선호한다고 결론내렸다.

– 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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