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특별 인터뷰 – 애프터 코로나 시대 위기의 해법을 묻다

interviewer 전영기 객원 편집위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 ‘과유불급 대한민국’ 저자

세계화 흐름에 변수 생겨
에너지 독립성 확보해 놔야
원자력 발전 경시하면 안 돼

2020년 초여름, 집권 3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도 누리지 못했던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구축했다.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얻은 국회 의석은 180석으로 약간의 정치적 기술을 부리면 개헌선(200석) 확보도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다. 총선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고약한 놈이었지만 정권이 효율적인 방역과 현금 보상 등 감염병 대처에 일시적으로 성공함으로써 민심을 얻게 되었다. 문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선거와 바이러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밝은 승리의 이면에 그림자도 비친다. 진영의 습관에 젖어있는 민주당 정권이 갑자기 커진 권력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견제받지 않는 거대 권력이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까. 권력이 절제를 놓치고 힘자랑을 하려들지 않을 까. 개인과 기업, 시장과 민간 영역에서 자유와 창의, 모험심이 사라지지 않을까.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개인의 신상과 정보를 확보하고 시민의 활동을 제한시킨 경험을 갖게 된 정부가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 편의적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을까. 개인과 시민집단, 언론과 야당이 정권,정부,국가기구들을 감시하고 견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

총선 이후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한국의 앞날은 자유의 확대와 경제 회복을 둘 다 거머쥐는 쪽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반대로 자유의 억압과 경제의 추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악성 복합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다. 물론 중간도 있다. 자유는 확대되는데 경제는 계속 침체에 빠져들거나, 자유는 억압받지만 경제는 되살아나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4월 27일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위기 해결사’로 활약한 이헌재 (76) 전 경제부총리를 만났다. 총선 결과의 의미와 코로나 국난을 타개할 지혜를 듣기 위해서였다. 앞머리 글은 2시간 가량 이헌재 전 부총리와 인터뷰를 마치고 떠오른 상념들이다.

이 전 부총리의 가장 큰 미덕은 실천적 경험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한 민국이 풍랑 속 일엽편주와 같이 위태로웠을 때 그는 비상경제대책위 기획단장으로,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스스로 지도를 그리고, 매뉴얼을 만들어 한국 경 제가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헤쳐 나갔다. 노무현 정부 초기 카드사태와 신용 불량자 위기로 금융시장이 파국에 빠져 있을 때 경제 부총리로 들어가서 두 달 만에 해결했다. 또한 노무현 탄핵정국으로 요동치던 국내의 금융시장을 솜씨 좋게 안정시켰다. 그가 경제 대란을 한 가운데서 타개하고 전화위복으로 바꿔 낸 위기 관리의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유다. 코로나 정국에서 이헌재 의 역사와 세계를 보는 눈과 이 정부가 피하거나 선택해야 할 것에 관한 통찰력은 각계의 의사결정자들이 곱씹어 생각하고 곰삭여 가슴에 담아둘 만 하다. 다음은 이헌재 전 부총리와 일문일답.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정철·이광재, 대통령에게 정책수정 건의할 수도

– 민주당 정권의 힘이 세졌습니다. 권력이 커졌으니 지난 3년간 논란 많은 정책들을 그대로 끌고 갈 것처럼 보입니다만.

“문재인 정부는 지금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국민의 충분한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일 것 같아요. 반대 세력은 참패해 목소리가 약해졌습니다. 이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정권이 져야 할 상황입니다. 남탓을 할 수 없는 정치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생 안정을 위해 그동안 해왔던 일부 정책들은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때의 실패 경험도 생각나겠지요. 그 때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압승하지 않았습니까. 개혁 명분에 사로잡혀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을 밀어붙이다 식물정부가 됐죠. 당시 노 대통령이 야당에게 대연정 하 자고 손을 내밀어야 했던 이유입니다. 그러다 폐족을 경험하게 되었지요. 문 재인 대통령은 경제 회생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고용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른 데 관심을 돌리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4대 개혁법안=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 개폐안)

– 이 정권에서 이념적 정책들의 수정이 가능하겠습니까.

 “코로나 사태를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표를 몰아 줬습니다. 1~2년은 좀 어려워도 국민들이 참아 줄 겁니다. 정권의 핵심 인사인 양정철이나 이번 선거에서 다시 정치권으로 들어온 보다 실용적인 이광재 같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도록 건의할 지 모르지요. 개혁 과정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개혁 피로감입니다. 자기들끼리만 개혁하겠다, 바꿔버리겠다고 큰 소리치면 개혁 저항세력의 힘만 키워주지요. 개혁은 도둑놈처럼 슬며시 스며 들어가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해요.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같은 것들이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 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바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 이 정부가 과거의 이념이나 개혁 당위성에 내몰린 정책을 계속 펴나갈 때 특별히 염 두에 둬야 할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일 무서운 게 캐피탈 플라이트 즉, 자본 이탈입니다. 행여 중산층이나 중견 기업들이 나라에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자유롭게 떠나 버리는 ‘FREE TO LEAVE’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베네수웰라 경제 악화의 변곡점이 자본 이탈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느 한 순간에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15세기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이 유태인을 학대해 그들이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이 동했고, 16세기엔 프랑스에서 기독교를 믿는 신흥 상공인(위그노)들이 박해를 받아 나라를 떠나갔지요. 스페인과 프랑스의 쇠퇴가 그렇게 시작됐어요.”

위기는 위장된 축복, 흑사병이 르네상스 꽃 피워

-코로나 위기를 천재일우의 기회로 보신 게 흥미롭습니다.

 “위기는 위장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게 사람입니다.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는 역설적으로 지중해 주변 도시국가에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베니스 항구에 아시아에서 출발한 페스트가 제일 먼저 도착했죠. 베니스의 도시 행정이 철저한 검역과 사회 적 격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간 중심의 질서가 생깁니다. 신 중심, 교황과 신부 중심의 봉건적 질서가 인간의 질서로 대치되었죠. 영어로 검역, 격리를 쿼런타인(QUARANTINE)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이탈리아어로 40일 뜻하는 쿼런티나(QUARANTENA)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베니스는 외국의 배들한테 항구 밖에서 40일을 머무른 뒤 입항하도록 조치했는데 이 숫자가 페스트 방역의 상징이 된 것이죠.”

개혁은 도둑놈처럼 슬며시 스며 들어가는 겁니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같은 것들이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바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경제를 극복하는 데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정부의 개입은 어쩔 수 없습니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초연결, 초대규모 정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디지털 기술를 활용해 국민의 사생활에 간섭하고 정파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 표로 달려가는 유혹에 빠지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재앙적 수준의 또 다른 폐해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일을 걱정하고 막기 위해 토론할 수 있는 새로운 타입의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정부와 정권 스스로 권력을 자제해야 합니다.”

– 부총리께서는 시장과 민간의 역할을 중시하셨죠.

 “인류 역사에서 지난 300여년의 변화는 보수가 주로 이끌어 왔습니다. 이들이 주류 세력이고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우파든 좌파든 사회주의의 실험은 실패했습니다. 한국 사회도 주류 세력이 교체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시장이 중심이 되어 개인과 기업의 창의와 자율을 바탕으로 경제 사회 문화를 이 끌어 나가려는 국민의 근본적인 믿음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정치적 주도 세력이 변화했을 뿐입니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정권이 자기 과신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민간의 영역을 지켜줘야 합니다. 정부는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회복할 때까지만 역할을 하고 그 이상의 단계는 민간한테 맡겨야 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 새로운 고용, 새로운 생산, 새로운 인간 관계, 새로 운 현실을 정부가 만들어 갈 수는 없어요. 정부는 아(亞)변화를 이뤄낼 뿐 입니다. 코로나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30 년 이상 일본형 불황에 빠질겁니다.”

디지털 독재하면 경제 활력 잃어버릴 것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에서 보는 것과 같은 디지털 딕테이터십 즉, 디지털 독재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디지털 딕테이터십은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자 행사한 강력한 폐쇄 정책, 디지털을 활용한 물샐틈없는 감시 정책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도 셧다운 정책을 썼는데 일정 시간 지나고 문호를 열자마자 코로나가 다시 발생했지요. 사회적 면역체계가 생기지 않은 거지요. 한꺼번에 완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은 감시,폐쇄 체제를 완화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이 디지털 독재를 한다면 경제 활력을 잃어버릴 겁니다. 독재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저항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런 정부는 오래 못 갈 겁니다.”

– 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에너지 정책은 복합적이고 멀티 소스로 가야 합니다. 지금 정권의 사람들은 대체 에너지에만 집중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요. 서산태안에서 실험했던 조력 발전이 지금 중단되었지요. 풍력 발전도 우리나라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새만큼 태양열 단지 같은 것은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결국 중국산 싸구려 패널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패널은 수율도 안좋고 공해 덩어리입니다. 이 정부의 권력 기반인 민노총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야 합니다. 탈원전이라는 이념적 정책을 너무 밀어붙이다 두산 중공업이 흔들리고 있죠.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키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계 속되면 두산 중공업은 원자력에서 발을 빼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 에너지 정책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세계화 흐름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강대국들이 국제 협력 보다는 국익 중심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뚜렷하지요. 에너지 정책 도 외부에 덜 의존적이고 에너지 독립성을 확보하는 쪽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본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의 항행 자유를 확보하는 데 필사적입니다. 남지나해에서 중국과 충돌을 각오한다거나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를 포기하는 대신 시베리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끌어들이려는 구상도 갖고 있지요. 이런 노력들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고민의 결과입니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입니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고, 유사시 유럽처럼 주변국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을 경시하면 안됩니다. 우리만의 에너지원을 확보해 놔야 합니다.”

필자인 전영기(왼쪽) 기자와 이헌재 전 부총리가 인터뷰가 끝난 뒤 포즈를 취했다.

한국 보수, 제 배 채우느라 숙주에 무관심

– 탈원전 정책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신재생을 하는 건 좋은데 원전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이런 현실은 여야, 좌우 어떤 정권이든 느끼고 있을 겁니다. 문재인 정권 이후엔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좀 조정하거나 하지 않을까요. 신재생에만 몰두하다 중국산 태양열 패널에 한국 산업이 잠식 당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지요. 다만 원전을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분산형,소형 원자력 발전 쪽으로 나아갈 필요는 있겠지요.”

이헌재 전 부총리의 종로 개인 사무실엔 한자로 여천재(如川齊)라고 쓴 편 액이 걸려 있다. 이 전 부총리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생각하며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강물의 흐름 같은 시대 변화와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여천재를 보면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4·15 총선에 참패한 미래통합당과 보수 정치의 앞날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한국의 보수 세력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활기를 오래 전에 잃었다. 한 낱 기득권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이 전부총리는 “이 기득권 세력의 특징은 숙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숙주가 살아야 자기도 사는데 그저 자기 배 부르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 때 정신을 바짝 차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상이 그들에게 등을 돌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수 정치세력은 변화를 읽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 미래통합당의 실패 원인은 무엇입니까.

“시대정신이랄까 독일말로 자이트 가이스트라고 하지요. 그런 게 없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년연장법, 52시간제, 최저임금 상승, 육아휴직, 복지예산 확대를 이끌어 나갈 때 통합당은 자기들만의 것을 만들어 가지 못했지요. 통합당이 한 일을 보면 70대가 40대를 가르치려 한다거나 20세기의 선생이 21세기의 학생을 가르치는 느낌을 주었지요. 통합당이 호남에 국회의원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곳일수록 미래 주자를 발굴했어야 했습니다. 당이 호남을 외면한 건 큰 실수였어요. 스스로 폭을 좁힌 거지요.”

– 아까 정치적 주도 세력의 교체는 이뤄졌지만 주류의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 씀했지요.

 “주류의 교체가 이뤄지려면 사회적 리딩 그룹의 교체가 이뤄져야 합니다. 아직 거기까지 왔다고는 생각 안해요. 다만 영화계의 주류는 교체됐다고 봅니다. 거기에 맞춰 정치적 주도 세력의 교체가 뒤따른 것이죠. 그람시(*20세기 초반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지식인)의 진지전 이론이 적용됐다고나 할까요. 한국은 1990년대 모래시계 이래 괴물, JSA등을 거쳐 오늘날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진보가 영화계를 장악하게 되었지요. 괴물은 미8군의 폐기물 환경에서 괴물이 탄생했다는 설정 아닙니까. 반미, 환경 이념이 설득력있게 퍼져간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영화계가 존 웨인의 서부극에서 반전 영화인 플래툰으로 전환한 것과 비슷한 패턴이라고 할까요.”

불확실성의 시대엔 실탄 최대한 비축해놔야

– 부총리께서 영화에 조예가 깊을 줄 몰랐습니다. 법대를 나와서 행정고시로 재무부 공무원 생활을 하셨는데요.

“우리 때(1962년 서울대 법대 입학)는 서울대 법대와 서울대 상대의 학풍 이 좀 달랐어요. 상대 학생들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같은 오소독스한 책들을 지하에서 많이 읽었지요. 우리 법대는 인간의 얼굴을 한 공산주의라고 할까 요. 독일의 로자 룩셈버그 같은 휴머니스트 운동가들의 스토리를 즐겼지요.”

– 부총리께서는 어떤 노선이었습니까.

 “저도 마르크스를 봤습니다. 그러나 케인즈의 수정 자본주의, 아담 스미스의 고전 자본주의론도 두루 공부했지요. 현실 경제를 다루려면 이 세 가지 류를 다 봐야 합니다. 저는 시장의 자유와 혁신을 중시하는 하이에크의 길이 적절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코로나 경제를 헤쳐 나가는 데 정부가 준비해야 할 현금 실탄을 최소한 600조원 정도로 보았다. 그 이유는 코로나 경제 침체가 외환 위기나 2008년의 금융 위기 보다 심각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그때 썼던 공적자금이 GDP의 30%에 해당하는 160조원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 경제의 GDP규모가 1조7000억 달러이니 그 30%인 60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헌재는 과거를 회상하며 “살릴만한 기업 및 금융에 투입하는 공적자금만 처음에 100조원을 예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 나더니 결국 160조원이 되었다. 사회적 복지 비용은 뺀 액수”라고 했다. 요컨 데 위기의 시간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고, 불확실성의 시대엔 실탄을 최대한 비축해 예기치 못한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시대의 위기 관리의 현자, 이헌재를 만나고 나오는 길은 한편으로 가벼웠고 다른 한편으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좌우 대립 구도에 관한 관점이 많이 희석돼 가벼웠고, 그가 새로 던진 코로나 이후 한국이 나아갈 길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 이헌재 · 전영기와의 인터뷰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4 thoughts on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특별 인터뷰 – 애프터 코로나 시대 위기의 해법을 묻다

  1. 惡이 뻔뻔하고 부끄럼과 염치를 모르는 것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않기 때문입니다. 히틀러나 차베스는 그 나라 국민이 만든 것입니다. 깨어있는 사람들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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