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와 원자력 발전의 역할

온기운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1. 문제의 제기

(1) 지구적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

지구온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지구적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의 포스트 교토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2015년 12월 190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합의한 파리협정이 2016년 11월 4일부터 발효됨으로써 신기후체제가 사실상 출범한 셈이다. 각국은 유엔에 제출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다방면의 대책을 강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으며, 2023년 첫 점검을 시작으로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상황을 점검받도록 되어 있다. 이른바 글로벌 실적조사(Global Stock-taking)이다. 아울러 각국은 2020년에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며, 5년마다 더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발표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 8억 5,100만톤의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는 2016년 12월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했다. 기본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2030년까지 발전과 산업, 건물 등 8개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25.7%에 해당하는 2억 1,900만톤을 감축하고, 나머지 11.3%에 해당하는 9,600만톤은 국제시장 메커니즘(IMM)에 따라 해외 감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본 로드맵은 국내외로부터 감축의지가 약하다는 비판과 구체적인 감축수단 제시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과제인 미세먼지 감축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반영하고, 국내 온실가스 감축잠재량을 다시 평가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이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에서는 국내 감축량을 기존 25.7%에서 32.5%로 상향 조정하였다. 에너지 효율화와 수요관리 강화, 우수감축 기술 확산 등을 통해 2억 7,650만 톤을 감축하며, 산림흡수원 활용과 국외감축 등으로 3,830만 톤을 추가로 감축하되, 파리협정 후속협상 동향 등을 고려해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편, 정부는 2019년 10월 22일, 신 기후체제 출범에 따른 기후변화 전반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이행점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조기에 수립해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전환 부문의 경우 2030년 BAU 3억 3,300만톤에서 1억 40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감축률을 42.2%로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다.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2) 미흡하기 짝이 없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여러차례 제시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 2017년 통계로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9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배출 총량이나 1인당 배출량 모두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엔이 2019년 9월에 발표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 Gap Report) 2019’는 한국의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체 감축 목표 대비 15% 이상 증가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며 목표달성을 위해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우리나라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없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한국은 국제적 ‘배신자’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2.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수단

(1) 온실가스 배출 요인분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모색하는데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요인분해하여 접근하는 것이 유용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요인분해는 다음과 같은 방정식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여기서 C는 온실가스 배출량, E는 에너지소비량, GDP는 국내총생산)

윗식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3가지 요인으로 분해한 것이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C)은 에너지소비 1단위당 탄소배출량(C/E: 탄소배출계수)을 줄이거나, 국내총생산(GDP) 1단위당 에너지소비량(E/GDP: 에너지 소비 원단위)을 줄이거나, 혹은 GDP를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3가지 방법중 우선 GDP를 줄이는 것은 고용창출과 소득증가 등 여러 면에서 바람직스럽지 않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어려운 수단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탄소배출계수가 낮은)에너지를 쓰거나, 단위 생산량당 에너지 소비(에너지 원단위)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2) 온실가스 감축 수단

그러면 앞의 2가지 방법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탄소배출계수를 낮추는 것은 같은 양의 에너지소비에 대하여 탄소배출이 적은 에너지를 씀으로써 가능하며, 이는 에너지원의 연료전환에 의해 실현가능하다. 즉, 석탄보다는 석유, 석유보다는 천연가스와 같은 탄소배출계수가 낮은, 혹은 원자력이나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를 소비할 경우 동일한 정도의 에너지 수요라 할지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에너지원단위를 줄이는 것은 에너지 사용 절감 기술향상과 에너지 생산성 제고를 통해 가능하다. 각국은 에너지원단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선 에너지소비 원단위가 낮은 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이나 기존 산업이라 할지라도 에너지 원단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윗식의 둘째 항에 있는 에너지 소비량(E)을 다음과 같이 요인분해함으로써 알 수 있다.

에너지소비량=∑ (i산업의 생산물 단위당 에너지소비량)ⅹ i산업의 생산량 비중ⅹ제조업 생산량

윗식의 첫째 항은 i산업의 에너지소비 원단위, 둘째 항은 제조업의 산업구조, 셋째 항은 제조업의 생산활동 수준을 나타낸다. 즉 에너지소비 변동은 원단위 요인, 구조요인, 생산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에너지소비 원단위를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서 에너지 관리·저장(EMS·ESS), 전기차, 제로에너지빌딩 보급 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산업을 흔히 에너지 신산업이라고 부른다.

에너지 신산업은 에너지절약과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제공, 온실가스 감축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 에너지 신산업은 특히 신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사업화할 수 있는 신비즈니스군이다.

에너지 신산업 정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뿐 아니라 에너지 부족이라는 인류가 직면해 있는 공통의 과제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성을 갖는다.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양의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또 더 생산적으로 쓰느냐가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가 되는 것이다.

에너지 신산업 외에도 CDM(청정개발체제) 사업, 방재사업, 기상산업, 날씨용품 관련 산업, 기후컨설팅 산업 등 다양한 기후변화 관련 산업이 존재한다.

3. 발전 부문 온실가스 감축 수단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석탄발전기의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계수가 낮은 연료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위의 방정식을 전력발전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요인분해 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이 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여기서, C는 온실가스 배출량, E는 전기생산에 필요한 열량, kWh는 전기생산량)

위 식을 보면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C)을 줄이기 위해서는 ① 발전연료로 쓰이는 연료의 단위 열량당 탄소배출량(C/E: 탄소배출계수)을 줄이거나, ②단위 전기생산량(kWh) 당 소비열량{E/kWh: 열전비(heat rate)}.를 줄이거나, 혹은 ③ 전기생산량을 줄이는 것이다.

우선 전기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전기수요 감소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는 경제성장세 둔화, 특히 산업활동 위축이나 소비자의 절전 등에 의해서 달성 가능하다. 경제성장세 둔화는 소득증대나 고용창출 등의 면에서 바람직스럽지 않다. 소비자의 절전은 유효한 수단이기는 하나 이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탄소배출계수가 낮은 연료를 쓰거나, 발전설비의 열전비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탄소배출계수를 낮추는 것은 연료전환에 의해 달성가능하다. 즉, 석탄을 바이오매스나 천연가스 등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석탄의 청정화도 탄소배출계수를 낮출 수 있는 대안이다. 석탄가스화(Coal Gasification), CTL(석탄액화), CCS(탄소포집․저장) 등이 그것이다.

열전비를 낮추는 것은 석탄발전을 가스복합화력발전 혹은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로 바꾸거나 기존 석탄발전의 효율을 높이는 것에 의해 달성 가능하다. 가스복합화력은 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1차로 가스터빈을 돌려 발전하고,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열을 다시 보일러에 통과시켜 증기를 생산하여 2차로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발전하기 때문에 기존 화력보다 열효율이 10% 정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열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도 가스화력발전이 석탄 화력발전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LNG 복합화력발전소는 효율이 높고, 연료속에 포함된 탄소 성분이 낮기 때문에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일반 석탄화력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황산화물이나 먼지, 매연 등의 발생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비교적 적어서 환경적인 측면에서 청정 발전원으로 평가된다. 또한, 발전소 냉각시스템의 규모도 작아서 충분한 냉각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도시 인근에 발전소를 설치하기 용이하다.

다만 가스 사용 확대와 관련해서는 비용증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스발전의 열량단가는 석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따라서 가스 수입가격이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지 않는한 가스발전은 경제성 면에서 석탄발전에 뒤질 수 있다. 가스와 석탄간 열량단가 차이는 배출권거래비용에 있어서의 석탄과 가스간 격차로 어느 정도는 상쇄될 수 있을 것이다. 상쇄되는 정도는 배출권 가격이 얼마나 높으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탄소배출계수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비용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전력생산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고, 원전은 안전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등으로 의존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처럼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서 원전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선은 연료전환과 더불어 화석연료 발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아직 기저발전으로서 전기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석탄화력발전기의 성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능이 좋고 년수도 상대적으로 짧은 석탄화력 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기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만큼 앞으로 기술발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초초임계압 등 더욱 성능이 향상된 석탄화력발전기를 채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석탄발전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탈원전과 탈석탄발전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그 공백을 가스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가 다 메우기는 어려우므로 그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이미 건설을 진행하다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같은 경우는 공사를 재개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은 향후 분산형 전원으로서도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의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4. 에너지 전환에서도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적절히 믹스돼야

(1)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현재 세계적으로 산업과 경제, 사회의 변혁을 수반하는 에너지 전환이 한창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선진국이 누려온 재생에너지가 중국, 인도,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 등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다. 2000년에는 설비용량 기준으로 불과 1.3GW였던 태양광 발전은 2017년에는 약 400GW로 300배의 신장을 보였고, 풍력 발전은 2000년 17GW에서 2017년에는 약 540GW로 신장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 재생에너지 비용의 하락이다. 국제 신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태양광의 비용이 과거 7년간 70% 이상 떨어지고 2020년 이후에는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비용이 화석 연료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한국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너무 도전적

우리 정부는 2019년에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30~35%로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8년 말 워킹그룹이 권고한 목표치 25~40%의 상한선을 낮추고 하한선을 높여 중간 범위로 잡은 것이다. 정부는 계통 대응 부담 때문에 상한선을 낮추고 204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수력 제외) 28.6%를 고려해 하한선을 높였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를 높이려고 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고, 특히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억제해 지구환경 보존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자연에너지인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은 화석에너지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 전원믹스나 자연적 여건, 경제성, 기술적 요인 등을 고려하면 이는 과욕이며 도전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현재 7%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폐기물, 바이오 등을 제외한 태양광, 풍력 등 가변재생에너지(variable renewable energy)는 그 비중이 3% 정도밖에 안된다. 앞으로 논밭, 임야, 빈 땅에 태양광 패널을 최대한 많이 깔고, 육상·해상 풍력 발전기를 획기적으로 많이 설치한다면 이 목표달성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벌써부터 지역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이 산림훼손, 산사태 등 환경파괴를 야기한다며 강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입지를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뿐 아니라 사업허가를 얻기도 쉽지 않다.

최근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에서 보듯이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는데 기술적 장벽도 존재한다. 변전소 설치 등 계통확충에도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2040년에 우리나라의 발전량은 연간 700TWh(테라와트시)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중 30%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족시킨다고 가정할 경우 필자의 계산에 따르면 전국에 160GW 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하며 이에는 약 320조원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여기에는 태양광 평균 이용률 15%와 태양광 설비 설치비용 KW당 200만원이 적용됐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설비 설치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 및 FIT(발전차액지원제도), REC(신재생에너지인증서) 비용 등 정책비용과 태양광 모듈 폐기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4%이지만, 태양광(2%)과 풍력(5.5%)은 합해서 7.5%밖에 되지 않는다. 수력이 13.4%나 되며 나머지는 바이오, 지열 등이다. 우리나라는 수력의 발전량 비중이 2017년 기준 1.2%에 불과하다. 세계 전체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에서 수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음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세계수준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속히 높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기존의 아날로그식 중앙집중형 계통이 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로 그리드 등 디지털 방식의 분산형 계통이 구축되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3)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적질히 조화돼야

재생에너지 목표를 현실성 없게 높게 잡을 경우 원자력, 석탄, 가스 발전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의 전력공급에 있어 심각한 불안정성이 야기될 수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 확대에 맞춰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신한울 3,4호기처럼 기존에 추진되거나 계획됐던 원전 건설도 전면 중단하는 등 원전의 비중을 무리하게 축소함으로써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원전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이 증가함으로써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증가는 물론, 전기요금 인상요인 증가, 전력회사의 경영악화 등과 같은 갖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성을 유지하며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성(Economy),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환경성(Environment), 안전성(Safety)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원믹스의 최대 공약수를 도출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과제다.

원자력발전은 발전연료로서 우라늄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이 거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원전은 전력 1kW를 생산하는데 1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비해 화석연료중 청정에너지라고 하는 LNG는 549g을 배출한다.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의 경우에는 대부분 설비 이용률이 낮기 때문에 동일한 전력생산량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 발전설비용량에 비하여 3~4배 큰 규모의 설비용량을 필요로 한다. 반면에 원자력 발전설비는 온실가스의 배출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설비이용률이 높아 동일한 설비규모에서도 전력 생산량이 재생에너지 발전에 비하여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발전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감축 측면에서 국내 원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만일 탈원전 정책을 무모하게 밀어붙일 경우 2030년에 전환 부문에서 BAU 대비 42.2%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은 공수표에 그치고 말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날 경우 기업들의 배출권 비용도 급증해 기업들의 경영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다. 2015년 배출권거래가 시작된 해에 7,800원이었던 톤당 배출권 가격이 2019년 9월 에는 4만원선으로 급등한 것은 원전 이용률 하락에 따른 화석연료 발전의 증가에 따른 것것이다. 정부는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4. 결론

대외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천명해 놓고 실제로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탈원전을 추진한다고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함은 물론 7,000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쓸 수 있도록 개보수를 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1조원 가량을 투입해 주기기 제작까지 진행중이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키는 것은 어느 모로 보거나 이해가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이유로 안전을 내세우고 있다. 원전 산업에서 안전이 최우선이며, 체르노빌 사고나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치명적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됨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한참을 더 쓸 수 있는 원전을 서둘러 영구정지시키고, 기기제작에 착수한 원전건설마져 중단시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겠다” 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상황을 보면서 원전 비율을 축소시켜 나간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속도가 문제다. 건설중이거나 멀쩡하게 더 쓸 수 있는 원전까지 건설중단과 조기폐쇄까지 단행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까지 이따금씩 발생한 원전 사건은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자력사건척도(INES) 0~7 등급중 하위 0~2 등급이다. 사고(accident)가 아니라 방사능 누출과 전혀 관계없는 고장(trouble)에 불과하다. 원전 불시 정지율은 작년까지 4년 연속 0.1%대 이하로 주요 원전국중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도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기술 인력의 해외유출과 원전 생태계 붕괴가 야기돼 안전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잘못되고 상호 모순된 에너지 정책은 과감하게 수정해야 하며, 정치논리나 이념이 정책을 끌고 가도록 해서는 안된다. 인류의 최대 현안인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나몰라라 해 한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해 ‘깡패’ 소리를 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1)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설비에서 단위전력(1kWh)의 생산에 필요한 열량을 말하며, 설 비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척도로 쓰인다

– 온기운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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