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디자인과 소셜 이노베이션

김주한 (1997년생)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
김주한 디자인 대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1597년 삼도수군통제사에겐 수군이 있었고, 한(漢)나라를 건국한 유방에겐 뛰어난 인재들이 있었다. 극장가를 휩쓰는 명작 뒤엔 수 많은 스태프가 있다. 배우부터 밥차까지 한 알의 구슬이라도 빠지면 영화라는 보배는 성립되지 않는다. 어디 영화는 공짜로 만드는가? 좋은 투자자도 있어야 한다. 빛나는 보석도 세공사가 있어야 하고 제값을 쳐줄 사람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세상에 나 홀로 보배롭다면 아마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석가모니이거나 중증의 자아도취일 것이다. 이처럼 꿰어지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보배롭기는 어렵다. 기술도 그렇다. 좋은 기술이 있다면 그 목적과 방향성에 맞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의 극빈국들이 수년간 국제원조를 받고도 그 예산을 자국의 혁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수 백만 달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 구슬이나 꿰어서도 안되지만 꿰는 순서도 방향도 있는 법이리라.

그린디자인(Green Design)을 말하면 흔히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자연소재의 환경친화적 제품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기술적 혁신(Technology Innovation)에 해당되는 것이다. 좀더 넓은 의미에서 그린디자인을 보자면 지속 가능성과 함께 반드시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기업에서 재활용을 잘 하는 수준의 고민을 넘어서, 보다 계획적이고 커다란 변혁을 필요로 한다. 진정한 그린디자인은 그저 친환경적 제품을 마구 생산하고 여기저기 설치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인간의 소비패턴에 맞는 최적의 해결방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예시를 들어보자.

1.

1959년 어느 스웨덴의 공학자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낸다. 매년 수 많은 나무가 베어지는 삼림훼손을 막을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이었으니 이는 기술적 혁신이었다. 기대한대로 이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고,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보급되어 지난 50년간 최고의 비즈니스 아이디어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현재까지도 전지구적으로 매년 약 1조개의 ‘이것’이 사람 손을 거쳐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오늘 한 번은 ‘이것’을 만져봤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것’을 처음 개발한 의도처럼 환경친화적인 물건으로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감이 잡히시는가? 가볍고 오래가며, 질기고 물에 젖지 않는 가방. 유용한 일상용품이자 환경오염의 주범 ‘비닐봉투’다.

아버지는 사람들이 비닐봉투를 한 번만 쓰고 그냥 버린다는 걸 알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실걸요” –스텐 구스타프 툴린의 아들 라울, BBC 인터뷰

1959년 스웨덴의 공학자 스텐 구스타프 툴린은 고심했다. 당시 사람들은 물건을 담기 위해 종이봉투를 많이 사용했고 종이봉투 제작을 위해 많은 양의 물과 수많은 나무가 쓰여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툴린은 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볍고 오래가는 봉투를 만들어 사람들이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 있게 하자”고 생각해 고안해낸 것이 오늘날의 비닐봉투다. 그러나 성공적인 그린디자인은 기술적 혁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닐봉투를 한 번 사용하고 버리지 않고 튼튼한 만큼 오래 사용하여 낭비를 줄이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고 전파하는 사회적 혁신의 과정이 설계 단계에서 미비했고, 그저 혁신 자원의 독점적 점유에 그치게 되었다.

1990년대부터 플라스틱 쓰레기에 의한 해양오염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 되었다. 2002년 세계 최초 방글라데시가 국가 정책으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고 2018년 UN은 세계환경의 날 주제로 ‘#BeatPlasticPollution'(플라스틱 공해의 종말)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비닐봉투 유상 판매가 보편화 되었다. 2020년부터는 정부의 주도에 따라 전국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규제 되기 시작되며 비닐봉투 사용을 감소하려는 움직임은 점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하여 규제정책을 펼치는 국가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어쨌건 사회적 혁신의 흐름이 시작된 것이다.

오슬로 매뉴얼

사회적 혁신을 동반한 그린디자인의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때로는 우리 삶의 가치관을 전혀 달리하는 궤적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해결 가능한 것들이 있다. 그 풀이에 대한 영감을 오슬로 매뉴얼(Oslo Manual)에서 얻을 수 있다. 국가 차원의 기업혁신 수준 측정에 대한 지침서인 오슬로 매뉴얼은 19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기술적 혁신 가이드라인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표하고 있는 기업혁신지수(CII: Company Innovation Index)도 이를 준용하고 있을 만큼 신뢰도가 높다. 이를 그린디자인의 시각을 통해서 본다면 신소재 개발, 생산공정의 환경친화적 개선, 더 적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원료의 조달 등은 기술적 혁신에 포함된다. 사회적 혁신은 환경친화적 관점에서의 외부성(externality)을 고려하여 자연스럽게 외부경제가 발생하도록 설계하고, 정부 차원에서 외부불경제의 발생을 통제하고 상쇄시키는 일일 것이다. 민간차원에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수용하며, 한 번 구매한 제품은 고쳐 쓰고 오래 쓰는 등의 자발적 운동도 포함된다. 아울러 사회적 자본을 개발도상국, 벽지 등 고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운동인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활용하는 저기술(low-technology)혁신 또한 사회적 혁신의 좋은 예이다.

2.

그린디자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성패를 가리는데 필요한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1회성 공급으로 반영구적 혹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가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위(Natural Behavior)를 적용해 설명서나 교육 없이도 학습할 수 있는 직관적인 사용법의 유무다. 특히 이 두 가지는 기술적 혁신, 사회적 혁신과 함께 그린디자인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적정기술에 있어 특히 지속가능성은 사회적 자본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급할 수 있음과 동시에 기술의 수혜를 입는 이들의 자립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지속가능성의 결여는 수혜자가 독립성을 잃고 원자의 지원에 종속시키게 해 잠재적 성장가능성을 저해하기에 이른다. ODA를 받고도 자립에 성공해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과 같은 사례가 있지만 이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드문 사례이다.

OLPC (One Laptop Per Child)

이를 대비하지 못해 사장된 적정기술 가운데 대표사례를 꼽자면 OLPC (One Laptop Per Child)가 있을 것이다. 100달러 수준의 판매가격으로 노트북을 개발해 저개발 지역의 아이들에게 교육용으로 보급한다는 프로젝트다. 2005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처음 제시했고 수많은 기업과 시민단체가 참여했으나 결국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실패한 프로젝트로 평가 받는다. 당시 기술로는 그 가격을 만족할만한 쓸만한 제품을 만들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저개발 지역의 수혜자가 구매하기엔 100달러라는 가격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 기부 형태로 각 교육기관을 통해 현지에 공급되었으나, 정작 이를 적절히 활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할 교사, 교과과정, 학교 등의 교육인프라가 없거나 빈약했다. 제대로 공급된 곳에서도 교육용이 아닌 게임이나 단순 웹 서핑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나마 이 수준에서 현상이라도 지속되었으면 모를까 현지의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유지보수가 어려워 결국 사용 자체가 끊기는 결과를 낳았다. 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을 간과한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무시한 상태로 진행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철저하게 기술적 혁신의 관점에서만 설계한, 애초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아이디어였다.

그렇다면 기술적 혁신과 사회적 혁신의 시각이 잘 결합된 적정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3.

우리와는 자라온 문화권도, 교육 수준도 천차만별인 다양한 이들에게 최대한 평등하게 그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해선 설명서나 교육 없이도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위 안에서 터득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의 사용법이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원자의 특별한 노력이 없어도 바람직한 시스템이 그들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그러한 주요 요소들이 잘 결합된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지속가능성과 직관적인 사용법까지 모두를 만족시킨 혁신 ‘사운드 스프레이’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저개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질병 중 단연 심각한 것은 말라리아일 것이다. 모기를 매개체로 옮기는 ‘말라리아’는 전염병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기로 악명 높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2억 명의 사람들이 말라리아 감염으로 고통 받고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의 92%가 집중 되어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대부분의 감염자가 신생아였다. 덕분에 말라리아의 심각성을 깨닫고 세계적으로 퇴치 연구에 들이는 노력도 상당해서, 매년 말라리아 치료율은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말라리아는 빠른 초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진단이 늦어져 증상이 악화 될 경우, 치료 후에도 의식 저하나 호흡 곤란 등의 후유증이 남아 심한 경우 치료 후에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낮은 아이들에겐 감염 후 치료 보다는 말라리아에 대한 확실한 예방이 더 중요한 현실이다.

이처럼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저개발지역 어린이들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NGO 및 여러 시민단체, 그리고 기업들이 모기 퇴치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모기 살충제, 모기향, 모기장 등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1회성으로 사용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을 다 하는 소모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ODA를 통해 공급하고 의존해야 하는 지속가능성의 결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수혜자의 자립으로부터는 멀어지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이자 디자인 랩 ID+IM의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배상민 교수와 ID+IM의 연구원들은 “어떻게 하면 한 번의 공급으로 지속가능성을 가지는 모기 퇴치제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을까?”에 목표를 두고 고민했고, 사운드 스프레이(Sound Spray)라는 초음파 모기 퇴치기기를 개발했다. 사운드 스프레이는 ‘친환경적인 자가발전식 초음파 모기퇴치기’라고 배상민 교수는 소개한다. 기존의 분사형 모기 퇴치제가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등의 화학약제를 사용해 모기를 구제하는 방식이었다면, 사운드 스프레이는 인체나 환경에 유해할 수 있는 약제 사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모기가 싫어하는 모기의 천적이 발생시키는 특정 주파수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를 스스로 도망가게 하는 장치이다. 오직 모기만을 쫓아내는 초음파를 사용하여 친환경적이며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 DDT와 같이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반감기가 오래 걸리고, 생물농축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인체유해성이 입증되었지만 마땅히 효과적인 대체제가 없어 여전히 살충제로써 사용되고 있는 종래의 살충제와는 궤를 달리한다.

사운드 스프레이

사운드 스프레이의 초음파를 발생시킬 때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는 캔을 흔드는 행위를 통하여 자가발전을 통해 얻는데, 스프레이를 흔들 때 캔 내부의 솔레노이드가 자석 주변을 움직이면서 자기장의 변화에 의해 전기를 발생시키고, 발생된 전기는 축전지에 저장된다. 사운드 스프레이를 1분동안 흔들어서 충전하면 1~8시간동안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 추가적인 배터리나 전기가 따로 필요 없이 사용될 수 있으므로, 한번 공급하면 평생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와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지속가능성의 문제’까지 해결한 디자인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흔들어서 충전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스프레이 깡통을 들면 내용물이 잘 섞이라고 흔들어댄다. 이것을 디자인에서 사람의 ‘자연적 행동’이라고 하는데 교육하거나 숙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뇌의 활동(Automotive Brain System)이라고 보는 것으로, 이는 문자체계가 보급되지 않거나 각기 다른 교육 수준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성인부터 아이들까지 손쉽게 사용법을 익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케냐에서 진행한 사운드 스프레이의 프로토타입으로 사용성 테스트에서 처음 본 사람들도 스프레이 캔을 흔드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배상민 교수는 전한다.

사람의 행위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은 낯섦에서 오는 이질감과 거부감을 없애고 그들에게 편안하게 받아 드려지며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을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개선 시킬 수 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 기능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특별한 훈련 없이도 사용하게 만들어야 하는 ‘섬김 기술’이다.”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4.

지난해 11월, 대형마트에서 자율 포장대와 종이박스가 사라졌다. 환경부와 주요 대형마트 업체들 간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체결하면서 포장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기 위함이었다. 소비자가 원하면 종량제 봉투나 포장용 종이박스를 유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대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내 환경부는 소비자들의 거친 반대의견에 휩싸인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성급한 조치라며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대개 자율포장대에 비치된 종이박스는 마트에 물건을 들여올 때 이미 한번 사용했던 박스들이다. 포장용으로 쓰나, 쓰지 않으나 어차피 재활용 처리될 종이박스들이고 오히려 소비자들이 운반용도로 한번 더 사용함으로써 필요한 용도로의 Re-Cycling이 일어나는 셈이다. 애초부터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줄어들 폐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소비자가 재포장 시에 발생하는 플라스틱 테이프와 끈 폐기물의 증가를 이유로 들었으나, 이는 테이프와 끈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면 해결될 일이다. 굳이 소비자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종이박스를 장바구니로 대체할 때 예상되는 환경보호 효과를 구체적으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에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내며 “지금 당장 종이박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시범사업을 거쳐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이후 최종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유보의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사회적 합의, 조사가 미비한 경우는 혁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사회적 혁신은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다양한 혁신의 자원들을 재조합하고 가공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대중들의 정서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한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설문조사가 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생각이나 기분을 매 사안마다 종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오피니언 마이닝(Opinion Mining) 방법론을 통해 대중들의 일반적인 감성을 분석하는 형태가 주목 받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남기는 SNS와 덧글, 유튜브 시청 기록이 거대한 빅데이터를 이루고 이를 통해 수 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소수의 위대한 개인’보다 ‘다수의 평범한 개인’의 감성과 생각이 중요한 시대다.

키보드의 스텝 스컬쳐 기술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심미적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측면도 필요하지만 그 핵심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심이어야 한다. 가까운 곳을 살펴보면 키보드의 스텝 스컬쳐(step sculpture)와 같은 인체공학적 설계부터 앞서 소개한 사운드 스프레이와 같이 사람의 자연적인 행동을 분석, 파악하여 디자인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IT 기업 ‘애플’이 지난 2017년 지구의 날을 맞아 “100% 재활용 가능한 부품만으로 자사의 제품을 만들 것”이라 밝히며 협력업체에게 재활용 부품 사용을 권고, 강제하는 등 조금씩 사회적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고 있다. 오슬로 매뉴얼 또한 비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신판이 제정될 때마다 기술혁신 위주의 포커싱에서 포괄적인 방향으로 수정을 거치고 있음이 세계적인 흐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 ‘중진국의 함정’을 성공적으로 탈출했다고 평가 받는 국가다. 그러나 사회적 혁신에 대한 국가적 주목도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정부 정책은 여전히 기술적 혁신에 치중되어 있다. 그나마 언론사나 민간단체가 브랜드, 서비스, 품질경영 측면의 혁신기업을 선정하는 식의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그 실효성과 전문성에 의문이 들어, 그저 마케팅 수단이 아닌가 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적으로 급 물살을 타는 ‘빅 웨이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사회적 혁신에 대한 중요성을 국가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독려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정수진 공공디자이너 – 그린디자인의 사례 (2012)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 적정 기술과 모기 퇴치 기구 ‘사운드 스프레이’_ 제3세계를 위한 디자인 2 (2013)
연세대학교 HCI Lab 기술경영 13주차 – 사회적 혁신 : 새로운 혁신 매커니즘 (2015)
김덕현 혁신과융합협동조합 CEO – 기술혁신과 비기술혁신 (2018)

– 김주한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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