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특별 인터뷰 – 한국이 세계를 품는 신지정학

interviewer 전영기 객원 편집위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과유불급 대한민국’ 저자

해양·대륙의 이항대립을 반도의 삼항순환으로 구하는 에어파워의 시대가 온다

이어령(86) 선생을 지난 100년간 한국의 대표 지성이라고 부르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시인 이상(李箱)에 대해 문학평론으로 시작한 이어령의 지적 항해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서 한국인의 원형을 찾아내고 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벽을 넘어서”에서 굴렁쇠 등의 퍼포먼스로 인류의 가슴을 터치했으며 정보화 시대와 디지로그 명명으로 인공지능(AI)을 이해하는 과학기술의 패러다임을 연 뒤 이제 자기 몸 안에 발생한 암에 직면하여 생명의 성질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마지막 항구 근처에 이르게 되었다. 선생은 한국과 한국인, 인류 공동체를 관통하는 아마 영생의 문명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뜻하지 않는 행운으로 연초 인사드리는 자리에서 선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구와 에너지’의 관심사로 당시 질문했던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다.

선생의 목소리는 병환중인데도 밝고 낭랑했다. 얼굴은 맑고 편안했다. 웃음이 많았다. 무슨 주제가 떠올라도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지혜의 발언이 필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선생의 뇌 구조가 궁금하다는 생각은 그를 만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 저는 “에너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에너지 지정학에 대한 관심을 온 국민이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생께서 신지정학을 논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개념부터 알고 싶습니다.

예, 새해가 되면 달력보다 지도를 보는 사람이 복을 받는다고 덕담을 한 것이지요. 달력은 기껏해야 하루나 한 달, 한 해를 볼 수 있을 뿐이지만 우리 가 살고 있는 지도에는 수백년의 과거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문자들이 숨겨 져 있지요. 대륙나라와 섬나라(해양)사이에 끼어 있는 한반도는 대륙에서는 호란(胡難)이, 바다에서는 왜란과 양요(洋擾)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해 왔습니다. 이러한 ‘집단기억’들이 지리 위에 각인됩니다. 그런데 개인의 경우에는 이웃이 싫으면 집을 옮기면 되지만 국토의 땅덩어리는 옮길 수 없으니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한반도라는 지리적 조건은 운명처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습 니다. 당장 보세요. 지금 신종 콜로나 때문에 새해 벽두부터 달력이 아니라 우 한(武漢)이 어디에 있는지 지도부터 찾아 봐야 합니다. 어느 도시 어느 나라가 감염 지구인지도 들여다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일본 뇌염“ ”미국 독감” 이라고 불러도 시비할 사람이 없었는데 왜 “우한 폐렴”이나 “중국 코로나 바 이러스”라고 하면 안되는지 명칭 하나에서도 해양과 대륙의 파워 게임을 피 부로 감지 할 수 있습니다. 미생물학이나 의료와 역학적 문제에서도 중국 편 향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대한 비난이 따릅니다. 우리는 바 이러스라고 미국식으로 읽는데 북한은 비로스라고 합니다. 러시아 발음이지 요. 일본은 위러스라고 하지요. 독일식 발음입니다. 개화기 때 독일의 의학을 들여온 탓입니다. 중국은 병독(病毒)이라는 한자로 차음하면서 한자의 뜻으로 갖다 붙이지요. 이렇게 바이러스 하나도 해양-대륙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봐야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어요. 손금보듯이 지도를 펴놓고 우리 미래 의 운명을 봐야 합니다.

지명에 담긴 해양과 대륙의 파워게임

– 구체적으로 지도의 어느 쪽을 보십니까.

해양 선과 대륙 선,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반도지요. 바다와 대륙, 그리고 반도지요. 태평양 섬들은 일본, 대만,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등이 연결돼 중 국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죠. 반면 미국을 보면 우리 앞까지 확 트여 있습니다. 현재 미국주도의 해양세력이 대륙을 콘테인먼트(봉쇄)하는 모양새입니다. 그 러니 중국이 바다로 나가려면 어떻게든 크고 작은 주변 나라들과 연결하지 않 으면 안 됩니다. 일대일로의 정책을 펴기 전부터 지정학자들은 중국의 해안선 에 따라 항구들을 이은 라인을 진주목걸이에 비유하고 미국이 그 밖의 해양 국가들의 항구를 이은 선을 큰 진주목걸이라고 비유했지요.

그런데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새로운 대륙 파워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대륙으로 면한 국경선에서 해안선 쪽으로 관심과 그 정책을 돌 리게 됩니다. 대륙으로부터 해양으로 나가려면 양서류 국가로 변해야만 합니 다. 미국의 지정학자인 니콜라스 스파이크만의 말대로 림랜드(rimland·중국 대륙의 해안선에 근접해 있는 지역, 일본 한국도 포함)를 장악하는 세력이 유 라시아의 하트랜드(heartland·대륙의 중앙 평원)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이 상기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은 냉전이 종식한 30년전부터 우크라이나의 건조중이던 항공모함 바리야그를 2000만 달러에 사들였지요. 고철로 쓴다 혹은 해상 카지노를 만든다는 등 연막을 쳤지만 그 결과는 남지나해의 긴장과 함 께 기다렸다는 듯이 초음속기를 탑재한 랴오닝(遼寜) 항모의 모습으로 출현한 것이지요. 지금 성능이 새로운 항모를 독자 개발 중이고요. 일본의 이즈모(出 雲) 전함도 알고 보면 항공모함과 다를 것이 없는 기능을 숨기고 있어요. 이렇 게 동아시아 지역에 항공모함이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대륙과 해 양 세력간의 파고가 높게 일고 있다는 지표인 게지요.

– 그런데 왜 해양 파워와 대륙 파워의 긴장관계가 갑자기 부상했습니까.

역시 일차적으로는 에너지 문제와 관련이 크다고 봅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차이메리카(Chimerica·차이나+아메리카)라는 신조어가 보여주듯이 상호의존 관계를 지속해 왔어요. 그런데 차이메리카는 사자 머리에 양의 몸 통 모양을 한 신화 속 괴물 키메라(Chimera)로도 읽히듯이 이종배합의 산물 로, 언젠가는 카플이 헤어진다는 디카플링의 파국을 맞게 되어 있었던 것이지 요. 흔히 미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중국의 위기를 도왔고 중국은 2009 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처한 미국을 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셰일 오 일의 개발로 중동 지역의 산유국이나 중국 의존관계의 경제구조에 틈새가 생 기고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지요. 거기에 남지나해의 석유 시추와 섬들(센 카쿠 열도)을 둘러싼 중·일 영토 분쟁을 계기로 대륙세력 대 해양세력의 긴장 관계가 생겨납니다. 때를 맞춰 기울어가는 미국을 다시 복원하려는 트럼프 대 통령이 등장합니다.

중국 역시 그동안 성장해온 거대한 경제력과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전으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첨단 기술국가로 자립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지요. 등소평 때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에서 벗어나 스스로 잠에서 깨어난 사자임을 자처한 시진핑의 중국몽, 중국 굴기의 확장정책을 밖으로 드러냅니 다. 1차 세계대전 때와 같은 해양 대 대륙의 지정학적 충돌이 예고 된 것이지 요. 거기에 북한의 핵보유와 미국을 공략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문제가 대 두되면서 미국과의 4차산업, 안보·무역 등 쟁점이 전방위적으로 불거지게 된 것이지요. 뭐 여기까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한반 도의 지정학적 가치에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게 된 거죠. “북한 변수만 없다면 한국은 아시아의 기축국이 되고 서울이 그 중심도시가 될 것”이라는 자크 아 탈리의 전제가 북한 변수로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또한 공교롭게도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을 겨루는 인류 문명의 최대 이벤트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립니 다. 이 모든 일들이 2016년 한반도를 기점으로 새로운 지정학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반도이지만, 지정학적으로는 분단이 됨으로써 반도가 아니 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북한은 대륙의 일부가 되었죠. 한국은 섬이 되었지요. 해양세 력권 안에 들어가 있는 섬 말이죠. 방글라데시에서 푼 팔러 온 한 근로자의 글 이 올라온 것을 보았는데 그 제목이 “머나먼 북방 섬에서 나를 찾다”였습니 다. 남양에서 보면 한국은 북쪽에 있는 섬나라였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 반도 통일을 한다는 것은 민족 통일이기 전에 세계 지도상 동아시아 권역에 서 상실되었던 반도가 회복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륙과 해양세력이 대치하 는 국면에서 한반도의 부상은 우리 민족끼리의 선택만으로는 이뤄내기 어려운 지정학적 조건을 안고 있는 것이지요. 지정학적 관점에서 중국 쪽에서 보 면 통일된 한반도는 해양 세력이 대륙을 치는 망치가 되고 거꾸로 일본에서 보면 대륙 세력이 일본열도를 내리 꽂는 칼날로 보인다고 말한 학자도 생겨납 니다. 그러니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망치 자루와 칼자루가 부러져있는 상태 를 원하게 된다는 거죠.

대륙과 해양의 양자택일에서, 가위바위보의 3항순환으로

–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강해질수록 한국은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마샬 그린의 칼럼에서처럼 해양이냐 대륙국이냐. 한국은 응답하라. 뭐 이런 거지요.(웃음) 임진왜란 때에는 중국대륙을 택했지요. 대륙 세력이라고 해도 또 둘로 갈려요. 한족이냐 호족이냐. 명과 청의 경우처럼.

– 우리는 결국 리스크를 각오해야 합니까.

그래서 해양과 대륙 사이 반도에 사는 한국인은 여름밤 ‘바람이 들어오게 창문을 열라’는 아버지와 ‘모기 들어오니 창문 닫아라’는 어머니 사이에서 어 쩔줄 모르는 아이와 같은 처지에 놓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분쟁과 화를 모면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창문에 방충망을 달면 바람은 들어오고 모 기를 막는 새로운 해법을 창조할 수 있지요. 현명하게 대처할 유일한 길은 양 자택일을 넘어선 창조력입니다.

-그 방충망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이를테면 양자택일을 삼항순환(三項循環)으로 전환하는 것이지요. 주먹과 보자기 만으로는 승자 아니면 패자이지만 그 사이에 가위가 끼면 서로 물고 물리는 새로운 관계가 생겨납니다. 주먹은 손가락을 다 닫고 보자기는 손가락 을 다 열지요. 그러나 가위는 반은 열고 반은 닫은 것으로 구조의 특성이 반도와 같습니다. 주먹의 요소와 보자기의 요소를 반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도 는 바다와 대륙의 두 요소를 활용할 수 있지요.

해양이 보자기이고 대륙이 주먹이라면 서양의 동전 던지기처럼 어느 한쪽 이든 승자가 되지만 가위가 들어가면 가위는 보자기를, 보자기는 주먹을, 주 먹은 가위를 이기지요. 실제로 한,중,일 3국은 그동안 무역 수지면에서 한국 은 중국에, 일본은 한국에, 그리고 중국은 일본에 흑자를 각각 내 왔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수십년 공을 들여 한-중-일 밤 품종을 3원 교배하여 다기 능 최고의 신품종 ‘대보(大寶)’를 만들어 낸 것과도 같아요. 맛은 좋지만 밤알 이 작은 중국 밤, 밤톨이 크고 병충해에도 강하지만 맛이 없고 추위에 약한 일 본 밤, 맛도 좋고 거기에 크기도 알맞은 한국 품종을 더하여 크기도 맛도 병충 해에도 강한 새로운 밤의 신품종을 개발한 것입니다. 그런데 가위 바위보의 3 항순환도 밤 품종의 3원교배도, 거꾸로 돌면 주먹은 가위에 지고, 가위는 보 자기에, 보자기는 주먹에 각각 집니다. 같은 가위바위보의 3원순환이라고 해 도 상생의 순환이냐 상극의 순환이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이 것이 지정학 읽기의 묘수인 거지요.

– 무역 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2항 대립을 3항 순환으로 돌리는 일이 가능할까요.

창의력과 기술만 있으면 방충망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가령 중 국,러시아 복한의 접경 지대에 있는 훈춘 지역을 예로 들어 봅시다. 훈춘(琿 春)시는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빠졌다가 다시 들어 갔어요. 훈춘은 중국 지린 성 옌벤 조선족 자치주의 동북에 위치한 현급 시에요. 북한과 러시아에 인접 해 국경 개방도시로 지정되어 있지요. 시의 인구는 25만명인데 미개발 상태 지만 다양한 지리적 조건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원도 속초시와 일본의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로 한,중,일이 함께 하는 동해 프로젝트의 바탕이 될 수 있는 곳이지요

중국 입장에선 러시아를 접경으로 하고 있어 찜찜합니다. 왜냐하면 지도 를 거꾸로 돌려 보세요. 훈춘은 중국과 러시아 대륙이 동해로 나가는 관문이 되지요. 그러니 서로 견제해요. 이때 한국이 북한과 함께 이 지역을 개발한다 고 합시다. 이항대립에서 삼항순환의 상생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이때 이 름도 일본해라고 알려져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이 만약 이름부터 동해 아니 면 평화의 바다 또는 그린 시(Green sea)로 고치고 일본이 점유한 강력한 기 술과 자본을 투자하면 유럽의 지중해와 같은 동해권 아시아의 바다 문화가 생 겨납니다. 북한과 바로 통일을 하지 않고서도, 대륙과 해양이 다투지 않고서 도 협력하는 길이 열립니다. 대륙과 해양이 서로 이기는 게임인데 왜 싸워요.

에너지 동맹은 가능한가

– 미국은 가만히 있을까요.

그렇지요. 바로 그 점입니다. 북방영토 분쟁이 계속되는 러·일관계가 달라 지면 미국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지정학적 의미가 달라지지요. 해양 세력이 대륙 안으로 들어가고 대륙 세력은 해안으로 나오는 윈윈 전략이 생성되는 거 죠. 훈춘이 살아나면 시베리아 개발과 구 만주지역의 공동개발이 가능합니다. 주로 에너지 개발을 해서 공유하게 되면 미국이 들어올 수 밖에 없지요. 특히 에너지 공동 운명체가 되면 적대관계로 돌아설 수가 없어요. 어떤 조약보다도 튼튼한 관계가 생겨요. 해양과 대륙의 양 세력이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윈윈 할 수 있는 신지정학의 피봇(pivot,중심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황당한 꿈이 아니에요. 가령 손정의가 구상한 한,중,일의 근접한 지리조건 을 이용해서 동아시아 에너지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입니다. 스마트 그리드 를 이용해서 인터넷망처럼 에너지망을 구축하는 것이지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테슬라는 에너지 공유화의 실험에서 이미 일부 성공을 거두었지요. 레 이저빔처럼 누구나 인터넷 정보처럼 에너지를 다운받아 쓰는 것이지요.

이 모든 신생 에너지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미국과 연결을 해야만 그 꿈이 실현됩니다. 미국을 끌어 들이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도 일본도 미국은 궁극적으로 경계의 대상이지만 한국은 가장 강한 동맹국이었 기 때문에, 그리고 과거에 서로 전쟁 같은 것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가 됩니다.

– 에너지에 의한 동맹관계라. 그런 모델이 현재 있습니까. 군사 동맹처럼 에너지 동 맹이라는 것 말입니다.

유럽의 경우 탈원전 정책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었지요. 독일은 게르하르트 슈레더 총리 때부터(2001) 기획하여 5년 뒤 러 시아의 푸틴 대통령과의 노드 스트림(NORD STREAM)의 에너지 공급프로 젝트에 합의해 2011년에 완성된 것이지요. 발트 해저를 경유하여 1200km 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지하 가스관이 출현하게 된거죠. 그런데 여기에서도 시 파워와 랜드 파워가 충돌합니다. 러시아의 파워가 유럽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독일, 프랑스 등 기업이 투자를 하는 노드 스트림2 건설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고 그 건설에 간여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포함 국방 권한법(NDAA)을 미국 상하원 합동 군사위 원회가 동의를 하게 됩니다. 2019년에 완성 예정이었는데 아직도 완공이 지 연되고 있는 형편이지요. 러시아와 독일의 가스 파이프 연결로 미국과 독일 간에 대립이 심화된게죠. 사실 유럽 자신도 러시아의 파이프 라인에만 의존 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러시아를 통과하지 않는 천연 가스 공급처를 다 변화하려고 합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동지중해에서 가스 유전을 발굴하고 그것을 이집트와 연대하여 유럽지역으로 공급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 바람에 이집트가 친미 해양세력권으로 방향을 틉니다. 터어키가 가만히 보고 있겠 어요. 터어키가 나토 회원국인데도 러시아의 미사일 방위무기를 도입한 배경 이 이런 데에 있는 거지요. 에너지 파워가 신지정학의 지도를 시시각각 바꾸 는 겁니다. 중동의 석유를 러시아 영토를 경유하지 않고 터어키를 통해서 들 어가는 루트가 열리면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어요. 터어키의 지정학적 위치와 파워 포지션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가스 라인은 시 파워와 랜드 파워를 조정 하고 변화시키는 지정학적 파워를 창출합니다. 에너지의 파워를 잘 이용하면 대륙과 해양의 세력 다툼이 윈윈으로 (차이메리카 때와 다른) 이상적인 파트 너 십을 갖고 공생(symbiosis)의 에너지 공동체가 확실하게 맺어질 수 있습 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처럼 말입니다. 혹은 독일과 러시아의 경우처럼 옛날 의 원수도 같은 편이 되지요. 에너지의 파이프 라인은 공존과 생명의 라인으 로 확실한 평화의 담보가 된다는 겁니다.

– 한국 정부의 경우 탈원전하고 러시아의 천연 가스 파이프를 북한을 통해서 연결 해 받으려는 구상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에너지 문제가 독일의 경우처럼 해양과 대륙 간 영향권에서 대륙 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독일은 다변화 노력도 하고 있거든요. 리스 크를 줄이려는 거죠. 우리는 리스크를 줄이려는 에너지 다변화의 전략이 어 렵지요. 일본이 미국의 세일 오일을 들여 오려는 것도 해양·대륙의 대립 마 찰에서 자신의 입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전략인게지요. 그러니 에너지 정책 이 곧 안보요 외교요 미래의 지정학적 위치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것을 정밀 하게 알아야 합니다.

– 한반도가 회복되고 해양과 대륙이 대결이 아니라 협력을 할 수 있는 방충망을 한 국이 만들어낸다면 궁극적으로 우리는 해양과 대륙에 양다리를 걸치는 것인데 그런 상태가 지속될 수 있겠습니까.

시 파워와 랜드 파워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양기(揚棄·아우프헤벤)해서 새로운 에어 파워(AIR POWER) 즉, 신지정학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지요. 5G 와 같은 와이파이 디지털 기술 등 모두가 에어 파워에 속합니다. 드론도 그래 요. 테슬라 차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실현하고 있는 우주여행 까지 포함해 서 말입니다. 우리가 우주로 시선을 돌리면 지구는 해양과 대륙이 하나인 공 동체가 됩니다. 우주인이 오면 분열된 지구의 인류가 하나로 뭉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산불이 나면 역설적으로 산속에 평화가 온다고 해요. 서로 도망가 느라고 싸우지 않고 협력을 한다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에너지는 화석 연료로 땅속에서 가져왔지만 앞으로 그것이 바닥나는 세상에선 태양 즉, 하늘에서 가 져와야 합니다. 미국의 우주과학 기술이면 우주 태양광발전소를 만들 수 있습 니다. 그러나 대륙국가인 중국 러시아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미국 일본의 해양 세력을 하나로 끌어들일 수 있는 신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가위”와 “반도”로 상징되는 한국인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해양 대륙의 이항대립은 에어파워에 의해서 삼항순환의 새 지구-우주 시대를 여는 비전 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 에너지의 근원은 불입니다. 문명은 프로메테우스의 불로부터 시작한 것 아닙니까.

처음 불이 땅에 떨어졌을 때 사람들은 이를 쓰지 못했어요. 위험했기 때 문이지요. 산불이라도 나면 그저 피해야 했어요. 위험이란 관리할 능력이 없 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불의 위험에 관한 문제는 간단합니다. 끌 줄 모르면 위 험한 것이 되는 거지요. 불을 끌 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불을 쓰기 시작했어 요. 불은 끄는 재주가 있어야 문명이 됩니다.

– 지금 한국에서 에너지 문제는 탈원전 정책으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원자력도 에너지라는 점에서 불과 마찬가지에요. 끌 줄 아느냐 하는 것입 니다. 끌 줄 알면 문제가 안돼요. 지진이 오고 쓰나미가 와도 원자력을 끌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관리할 수 있으면 문제가 안되는 거지 요. 원전 기술이란 안전하게 원자력의 불을 끄는 기술입니다. 한국은 세계에 서 원자력 불을 제일 잘 끌 수 있는 나라입니다. 끄기 기술이 원전의 안정성을 결정해요.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는 바람에 위험하다고 하는데 미국의 도모다 찌(친구들이라는 뜻) 프로젝트는 로봇으로 원전을 끄는데 성공합니다. 원전의 폐기물 처리도 원자력을 끄는 기술의 일종이에요. 폐기물 처리 기술을 개발하면 원자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정학(GEOPOLITICS)에서 지문학(GEOCULTURE)으로

– 정보와 기술, 어떻게 개발하고 관리해야 합니까.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 전기를 발견하고 상업화한 사람입니다. TV 리모콘 처럼 무선 으로 에너지를 움직이는 발명가이지요. 에디슨과 패러다임이 다른 수많은 에너지 관련의 기술특허들을 개발했어요. 테슬라는 물과 에너지는 만 인에게 거저 나눠줘야 한다는 철학의 소유자였습니다. 태양빛처럼 에너지(발 전)도 선 없이 쏴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발명한 게 레이저 빔처럼 에너지를 쏘 아 지구를 커버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지금 일론 머스크의 회사 테슬라는 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테슬라가 1930년대에 사망한 뒤 그의 비밀스런 연구 내 용들이 어떻게 이어져 발전해 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있어도 공개하지 않 지요. 하지만 에어 파워의 시대가 오면 군사기술보다 우주개발 기술의 협력의 개방시대가 올 것입니다. 우주기지의 공동사용 같은 것은 벌써 실현되어가고 있어요. 가령 군사기술로 로봇을 개발하던 보스턴 다이나믹스사가 청소기와 같은 가전제품이나 서비스용 로봇등으로 방향을 돌린 것처럼 말이지요. 민간 기업이라고 해도 현재 유럽에서는 반 GAFA(Google·Amazon·Facebook·Apple)운동이 벌어지고 있지요. 어느 대국도 독식, 독주하는 시대 는 끝난 것이지요.

– 한나라 한지역의 정치경제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위기가 절실한 현안으로 떠 오르는 시대가 온다는 말씀인가요.

앞으로 물과 화석연료 등 자원고갈, 지구온난화, 이머징 바이러스, 천체 물체와 지구의 충돌, 인공지능의 폭주 등 이른바 종래의 기술이나 인간의 능 력을 넘어서 싱규래러티(특이점)의 상황에 도달한다는 거죠. 대체로 전문가 들은 2045년 경으로 잡고 있지요. 대륙세력과의 패권경쟁이 무의미하게 되는 에어 파워의 시대에는 미국에서 볼 때 유라시아 대륙의 한 쪽 끝에 위치한 한반도가 중요한 교두보로 부상 할 수 밖에 없지요. 이유는 간단해요. 중국 화 웨이의 5G를 못믿으면 한국 삼성이 있어요. 미래 기술의 핵심인 희토류를 중 국이 독점하여 전략 무기로 삼으면 통일된 한반도의 북한 땅에 매장되어 있는 희토류를 구하면 되고요.

이렇게 되면 어느 누구도 서로 견제하고 대립할 이유가 없어요. 중국도 러시아도 대결보다는 상생 협력으로 나오는 것이 유리해 집니다. 대륙과 해양, 동양과 서양으로 오래도록 갈라져 있던 문화가 어울리게 되면 부국강병에 바 탕을 둔 “지정학” GEOPOLITICS는 자연히 인류가 소통과 공감으로 상생하 는 “지문학” GEOCULTURE로 폭을 넓혀 갑니다. 한류문화처럼 세계를 한반 도의 가슴에 품는 에어 파워의 새로운 지구시대의 꿈이 다가오는 것이지요.

– 선생님께서 새로운 용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힘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나는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왕래합니다. 의문이 있으면 추 적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의문이 풀리면 느낌표의 감동을 얻습니다. 그 리이스 사람들은 그것을 타우마제인(경이로움)이라고 불렀습니다. 물음표는 느낌표로, 느낌표는 또 하나의 물음표로 그 두 개를 합쳐놓은 로고가 내 가슴 에 단 뱃지입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내 손에 남아 있는 것은 없지요. 구름을 좇아다닌 건지. 헛되고 헛되니 또한 헛되구나. 이것이 종지부가 없는 내 삶의 한 문장입니다.

– 이어령 · 전영기와의 인터뷰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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