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마음의 시대

일명(日明)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 연세대학교 경영학사 과학기술정책학 박사. 인문학 저술가.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無稽之言勿聽, 弗詢之謀勿庸.,

인간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은미한 것이니 정신을 차리고 하나로 모아 그 중심을 잡아야 하오. 근거 없는 말은 듣지 말고, 상의하지 않은 계책은 사용하지 마시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편

흔히 ‘마음’은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 다. 그러나 실제로는 철학이 가장 먼저 마음공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 고, 그다음에 심리학이 분점을 차려 나가면서 마음공부가 과학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1890년 ‘심리학의 원리’라는 책 을 통해 의식의 기능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마음은 실험과 측정의 대상이 되었다.

그전까지 마음을 철학적 관점으로 논하던 사람들은 마음을 잘 먹기 위한 방 법, 마음의 본질을 알아차리기 위한 공부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동양에서는 12세기 중국의 사상가 주자(朱子) 이후 성리학(性理學)이 유행하면서 인간의 행동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이론이 오랫동안 자리 잡았다. 불교의 명상이나 유교의 심성 수양, 도교의 양생법 등도 결국에는 마음 건강과 몸 건강을 일체 화시키기 위한 방법들이다.

마음공부는 굉장히 뻔한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 일이다. 하루 동안 내 생각, 내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 1초당 수십 가지의 자극과 정보가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는 마음이라는 것을 들여다보기에는 너무나도 바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현대 인들 중 상당수는 마음의 중심을 모으기 어려워하는 질병에 걸려 있다. 마이사이더 시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고립된 상태에서 스마트폰과만 대화하 는 현상이다. 2019년 4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는 “취학 전 아동들이 하루에 2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할 경우 30분 이하로 스마트폰 을 사용하는 아이들에 비해 주의력 결핍 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7배 이상 높다” 라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 중 상당수가 태어나면서부 터 어딘가에 집중하고 마음을 모으기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참담하 다. “내 마음은 갈대”라는 예전 유행가 구절은 너무도 식상하고 예외성 없는 표현으로 전락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하루에 수 십 번도 더 바뀌는 게 인간의 마음이니까. 게다가 지금은 모바일 매체를 통해 무수한 신호와 소음이 내 의 식 속으로 들어와 금방 마음을 바꾸게 만드는 시대다.

태평성대에도 마음은 요물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전설적인 현군(賢君)으로 알려진 순(舜) 임금의 시대에도 “인 간의 마음은 위태롭다”라는 통찰이 있었다. 논매고 밭 갈던 시절, 대부분의 세 상 일이 예측 가능한 태평성대에도 마음이란 요물이었던 것이다. 공자가 편 집한 성군들의 대화집인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편에는 그 옛날에도 마음 공부의 절실함에 대해 언급했던 리더가 바로 요 임금, 순 임금, 우 임금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순 임금, 또는 우순(虞舜)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을 관찰하고 쓰는 법(觀人 之法)에 능숙한 사람이었지만 끊임없이 마음을 갈고닦아 밝은 덕(明德)을 구 현하는 길에도 애를 쓴 사람이었다. 그는 고집 세고 우악스러운 부모, 스스로 를 뽐내고 다니느라 주변 사람에게 온갖 민폐를 끼치는 사촌 등과 함께 살면서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요 임금은 불평불만이 많고 탐학한 자신의 아들 단주(丹朱) 대신에 우순이라는 인물의 마음공부 태도에 깊은 관 심을 갖고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보통 왕조 시대에는 능력보다도 혈통이 더 중시되는 법이지만, 요, 순, 우 시절에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그것을 일 로 구현하느냐가 왕을 고르는데 중요한 기준이었던 것이다.

순 임금의 통치가 오래되고 그도 나이가 들자 이번에는 우(禹)라는 사람을 불러 왕위를 계승시키고자 했다. 우는 치수 전문가였다. 그는 순 임금에게 “임 금이 그 자리를 능히 어렵게 여기며, 신하가 그 자리를 어렵게 여기면 정치가 곧 이루어지고 백성이 덕을 빠르게 함양하게 될 것”(后克艱厥后, 臣克艱厥臣, 政乃乂, 黎民敏德)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소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공자는 훗 날 이 내용을 번안해 “군주가 군주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부모가 부모답고, 자식이 자식다우면 그 나라가 잘 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표현했다. 이른바 사회적 역할(social role) 이론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역할도 마음이 올바로 서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순 임금은 자신의 후임자가 실수 없이 나라를 잘 이끌고 가길 바랐다. 그를 위해 서 “스스로 마음을 갈고닦고, 정신을 차리고 하나로 모아야 한다(允執厥中)”라 고 당부했다. 여기서 ‘중’(中) 하다는 것은 이도 저도 아닌 기계적 중립의 길을 간다거나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어중이떠중이의 방향이 아니라 도리에 적 중한 방향을 찾는 것을 뜻한다. 정확성의 문제인 것이다.

마음의 중심을 잡고 그 타깃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작업은 일상생활에서 의 미 있는 신호와 소음을 분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순 임금은 “근거 없 는 말은 듣지 말고”, “상의 없는 계책은 사용하지 마라”라고 우에게 주문했다. 왕이나 리더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무수히 많은 정보와 의견을 듣는 자리다.

귀가 얇으면 측근이 말하는 대로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결정 장애의 오류를 범할 수 있고, 공동체를 비극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장장 40년에 걸친 통치를 하면서 주변인들의 말에만 귀 기울이다 중요한 타이밍을 계속해서 놓쳤던 고종(高宗)이라는 왕이 있었다. 외교 노선을 바꿔야 할 시점 에 자신의 지지자 집단이 주장하는 대명의리(對明義理)라는 것에 집착하다가 국토를 전란으로 몰고 간 인조(仁祖)도 있었다.

마음의 본질에 대한 대화

동양의 유교 철학에서 마음은 12세기 이후부터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이었 다. 유가(儒家)를 새로운 철학으로 편집한 주자는 당시 북방의 여진족이 이끄 는 금(金) 나라와 남송(南宋)이 대결하고 있는 구도에 빗대어 오랑캐인 금나라 를 사물(物), 한족인 남송을 인간(人)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주자는 사물에게 는 제대로 된 마음이 없지만 인간에게는 사람답게 해 주는 마음이 있다고 주 장했다. 주자는 인간이 본래 선하다는 맹자의 입장을 취했다. 따라서 그는 인 간의 마음 또한 선한 본성에 의해 옳은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지만 때에 따라서 변질되고 부패하기 쉬운 것이라고 보았다. 재미있게도 기독교의 성경 에도 비슷한 모티브가 있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예레미야 17 : 9). 어찌 보면 주자는 인간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탐구하려고 하기보다는 종교적인 수양과 관리의 대상으로 취급한 사상가일지도 모른다.

또 주자는 공동체가 잘 되기 위해서, 세상을 옳게 이끌고 가기 위해서 군주 가 모든 사리사욕을 배제하고 마음을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 서 임금의 사부로 있었던 짧은 기간(40일) 동안 효종(孝宗)에게 끊임없이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앞서 순 임금이 우 임금에게 말한 마음 이야기 는 주자가 ‘대학’(大學)이라는 텍스트를 편집하면서 가장 첫머리에 놓은 구절이 되었다.

주자의 학문 계통을 이어받은 조선의 사대부들은 정교화된 마음공부에 더 욱 진력했다.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이라는 강론 을 통해 “도심(道心)은 인간 본성의 바름에서 비롯되고 인심(人心)은 형상과 기운의 사사로움에서 비롯된다”라고 주장했다. 소위 인심은 때와 장소에 따 라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이지만, 도심은 그 중심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심이 도심에 복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이의 입장이었다. 이이 와 일평생 사상 논쟁을 했던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아예 도심과 인심의 본 질을 못 박아 정의해 버렸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도심은 인의예지(仁義禮 智)이고, 인심(人心)은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라고 주장했다. 마 음 논쟁은 조선 후기 철학사에서 매우 핵심적인 주제가 되었다. 성리학자들 은 “인간과 사물의 본성이 동일한가”, “성인과 일반인의 마음은 동일한가”를 갖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이고, 나중에는 이것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입장까지 나뉘곤 했다.

혼자 있는 순간, 마음을 유지 보수하는 시간

그러면 그 마음을 올바로 다잡고 유지 보수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간이 필요 할까. 주자가 편집했던 텍스트인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서는 신독(愼獨)의 가치를 강조한다. 누가 들여다보거나 지적하지 않는 혼자 있는 순간에도 스스 로 경건한 태도를 유지하는 자세다. 성리학을 깊이 탐구했던 임금인 정조(正祖)는 “성의(誠意)는 대학의 큰 조목이고 신독(愼獨)은 중용의 가장 큰 공부인 데 신독 두 글자는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결국 자기만 아는 것이니 선악의 기 미를 잘 살펴서 선은 함양하고 악념을 없애서 항상 경외하는 마음을 보존하여 도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음에 무엇인가 축적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면, 혼자서 마음을 관찰하는 고요한 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 이다. 이이와 이황, 정조의 마음 해석을 따르면 ‘누군가와 같이 있는 시간’과 ‘ 혼자 있는 시간’을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 : 마음이 발(發) 하여 이미 행동으로 나타나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 : 마음이 행동화하지 않아서 기미(幾微)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

다시 말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음이 작용하는 방향을 관찰하 는 것은 물론이고, 부족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에게 마음을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 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우리의 생각과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외부 채널이 쉴 새 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거의 ‘분신’(alter ego) 내지는 ‘또 다른 자아’에 해당하는 스마트폰 덕분에 현대인은 거의 24시간 동안 타자를 향해 열려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은 매우 까다롭고 취급하기 어려운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잠자는 시간 동안에도 핸드폰을 켜 두면 쉼 없이 외부로부 터 신호와 소음을 수신하며 그만큼 갖가지 마음에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업데이트되는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면 고유정이나 다 른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처럼 완전히 궤도를 일탈해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일 본의 철학자 아사다 아키라(淺田彰)는 1984년 들뢰즈의 ‘탈주’ 개념을 빌려와서 ‘도주론’(逃走論)이라는 저서를 발표했다. 당시는 디지털 사회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되던 무렵이었다. 정보 기기와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사 용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분열증(schizophrenia)적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 다는 것이 아사다의 통찰이다. 지난날 산업화 시대가 한쪽 방향을 향해 쉼 없 이 달려가던 편집증(paranoid) 사회라는 그의 주장과 비교가 되는 내용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이동하는 ‘호모 노매드’(homo nomad)의 끝은 자기 마음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분열증 환자의 운명인지 도 모른다.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는 마이사이더 시대의 마음이 봉착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철학이 답해야 할 또 다른 숙제가 아닐까 싶다.

– 일명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15 thoughts on “위태로운 마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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