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이고 비윤리적인 탈원전, 이제는 접어야

이덕환 서강대 화학,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공. 명예교수 과학기술훈장 웅비장 수상. 서울대학교 화학과, 미국 코넬대 화학과 졸업. 프린스턴대 연구원 역임.

정부가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는 탈원전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효율을 자랑해왔던 원전 산업이 위험하게 붕괴되고 있다. 원전의 수출은커녕 현재 가동하고 있는 원전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깨끗하고 안전한 신재생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애써 가꿔왔던 숲·농지·어장이 싸구려 중국산으로 망가지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화력과 LNG 화력의 가동만 속절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 체계가 흔들리고, 미세먼지가 국민안전을 위협하고,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약속 이행도 어려워지고 있다.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탈원전은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는 형편이다.

‘에너지 전환’의 탈을 쓴 탈법적 ‘탈원전’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진정한 탈원전은 60년 후에나 걱정 할 일이라는 주장은 국민을 무시하고 속이려는 의도가 담긴 명백한 ‘가짜 뉴 스’다. 2017년 6월 19일 대통령의 ‘탈핵 국가’ 선언으로 시작된 ‘탈원전’은 지 금도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부지 매입 등의 건설 작업이 진행 중이던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이 폐기되었고, 7천억을 투자해서 가동 연한을 연장해놓았던 월성 1호기의 조기 폐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세 계 최고 수준을 기록해왔던 원전의 가동률을 2018년에는 65%로 떨어뜨리기 도 했다. UAE의 바라카에 건설한 신규 원전의 운전·유지·보수도 포기할 수밖 에 없는 형편이다. 원전 수출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전문인 력은 이탈 하고, 원전 부품산업은 무너지고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인력을 양성 해야 할 원자력공학과도 머지않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밀실에서 만들어진 대선 공약은 반드시 공론화를 통한 법률적·제도적 근 거를 확보해야만 행정부가 집행할 수 있는 정책으로 완성되는 법이다. 그런 데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론화 노력도 없었고, 국회의 논의도 없 었다. 법률 개정도 없었고, 국민투표도 없었다. 법률적 효력도 의심스럽고, 목적도 불확실했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공론화가 고작이었다. 실 제로는 원자력진흥법에 따라 원자력 이용에 관한 사항의 종합·조정을 심의· 의결해야 하는 원자력진흥위원회는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원전의 건설 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엄중하게 규정해놓은 녹색성장기본법·에너지법·원자 력안전법·전기사업법도 철저하게 무시했다. 법치를 요구하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부하는 정부와 여당은 정작 탈원전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를 철 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에 대한 비현실적 환상

탈원전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국민 안전’과 ‘지속 가능한 환경’이다. 원전 은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고,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문과 출 신 대통령의 확고부동한 인식이다. 실제로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사망자가 1,368명에 이르고, 피해 복구에 200조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2017 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탈핵 국가 선언의 명분이었다.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의 희생자들은 모두 지진에 이어 발생한 대형 해일 때문에 사망했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에 의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일본 정부 의 공식 입장이다. 우리 원전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심지어 원자로 전원이 끊어지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의 대통령의 지적도 명백한 사실 왜곡이었다. 우리가 지난 40 여 년 동안 원전을 안전하게 운전해왔다는 2018년 11월 대통령의 프라하 발 언이 진실이다.

원전이 위험하고 더럽다는 주장은 기술의 속성을 무시한 무의미한 궤변이다. 자동차도 위험하고 더럽다.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매년 3천 명 이상이 자 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동일본 대지진의 3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비행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2001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붕괴 사고에 서는 2,96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더욱이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도시의 생 활환경과 지구 환경을 망치는 주범이다. 그렇다고 국민 안전과 지구를 살리 기 위해 자동차와 비행기를 포기하자는 비현실적인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개발한 모든 기술은 상당한 수준의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다. 우주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스티 븐 와인버그가 가장 즐겨 썼던 말이다.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기술이 바로 그런 비현실적인 공짜 점심이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편익을 제공해주는 기술은 동시에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환경을 더럽히는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기술의 안전성과 환경성은 기술 자체의 고유한 속성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 하는 우리가 감수하는 사회적 비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 술이라도 안전성과 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비용을 들여서 노력하지 않고, 함부로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나쁜 기술 이라도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조심스럽게 활용하면 원하는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기술 활용을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편익 에 비례한다. 우리에게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해주는 기술일수록 우리가 감당 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원전도 예외가 아니다. 1978년 에 가동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당시 전력수요의 9%를 공급해줄 정도의 초 대형 시설이었다. 그런 대규모 발전 시설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런 위험을 감 수할 의지가 없었다면 우리는 당시의 고질적인 전력난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충분히 노력함으로써 전력난을 해결하고,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당시 우리의 용감한 선택이었다. 그런 우리가 이제 안전과 환경을 핑계로 위험의 극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원전 기술을 포기하겠다는 주장은 패배주의적이고 비겁한 것이다. 오 늘날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 할 문제는 ‘원전의 안전성’이 아니라 과연 우리가 ‘원전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완성의 미래 기술에 대한 환상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편익을 제공해주는 기 술도 필요하고, 경제성·안전성·환경성을 개선해주는 기술도 필요해지기 때문 이다. 19세기 말에 처음 등장한 전기의 생산 기술도 예외가 아니다. 석탄 · 석 유 · LNG를 이용하는 화력발전, 1956년에 처음 등장한 원자력, 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수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검증된 전통적인 전력 생산 기술이다. 흔히 재생에너지라고 부르는 태양광·풍력·조력(潮力)은 아직도 경제성과 환경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미완성의 미래 기술이 다. 요즘 정부가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는 수소에너지도 역시 아직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신(新) 에너지로 분류되는 미래 기술이다.

미래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한 투자와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 생활 이나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한 신재생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나친 장밋빛 환상은 확실하게 경계해야 한다. 특히 거 대 장치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전력 생산 기술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빠르 게 발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칫 성급한 과잉 투자가 미래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익은 기술로 생산한 태양광 패널은 일단 설치하면 20년 동안 새로운 기술 의 활용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정부가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신재생은 우리의 현실에서는 완성 도가 크게 떨어지는 미완성의 미래 기술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태양 광·풍력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적인 청정에너지라고 보 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가 신재생을 위해 극복해야 할 환경적·지리 적 어려움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상황이 전혀 다른 국가에서 신재생을 활용한다고 우리도 무작정 따라가겠다는 정책은 어리석은 것이다.

중위권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일조량(日照量)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겨울철과 장마 기간에는 일조량이 더욱 크게 줄어든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도 없다. 우리나 라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하루 평균 2.4시간을 가동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 서 태양광·풍력에는 보조 발전용으로 LNG 화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일 조량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의 확대는 LNG 화력의 확대를 뜻할 수밖 에 없다.

태양광·풍력 설비가 넓은 부지 면적을 요구한다는 사실도 국토가 좁고 인 구밀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태양광으로 원전 1기에 해 당하는 1GW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축구장 1,200개의 면적이 필요하다. 더욱 이 태양광·풍력에 활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부지가 산악 지형이라는 사실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2018년에 태양광 설비 때문에 훼손된 숲의 면적이 축구 장 3,300개에 해당한다. 식량자급률이 24%에 불과한 형편에 전력 생산을 위 해 농지를 포기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태양광 설비의 짧은 수명도 문제가 된다.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 한 태양광 패널이 20년 후면 폐기물로 변해버린다. 가장 값싼 소재인 유리로 만든 태양광 패널의 재활용 기술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수명을 다 한 태양광 패널을 아프리카로 수출하는 것을 바람직한 재활용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태양광·풍력 설비가 영세 규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심각한 걸림돌이다. 발전설비의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불가능 해지기 때문이다. 태양광 시설에 들여놓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화재도 관 리 부실과 무관하지 않다. 영세 신재생 시설과 연결된 송전망이 지나치게 복 잡해지고, 결과적으로 송전망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가 불가능해진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부실한 정책과 도덕적 해이

국가에너지 정책은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 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더욱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국가·기업·개인이 감수해 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 완성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하고, 기업과 국민을 설 득시키기 위한 정교한 설득 논리가 필요하고, 투자의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탈원전 정책이 현실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결여된 졸속이었다.

신재생의 보급 과정에서 드러난 도덕적 해이도 용납할 수 없다. 서울을 비 롯한 대도시의 태양광 설치 사업은 대부분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해서 진행되 고 있고, 기술적인 효율성에 대한 관심은 찾아볼 수가 없는 형편이다. 태양광 의 적극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태양광 패널 제조업은 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부도덕한 태양광 업체들이 효율이 매우 낮은 싸구려 태양광 패널을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이념적 민간단체들이 신재생 사업을 틀어쥐고 있는 현실도 심각하다.

정부가 내놓은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이 용납할 수 없을 정 도로 부실하다. 정부의 주장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사실도 심각하다.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기 요금은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주장 이다. 그러나 연간 수조 원의 흑자를 내왔던 한전이 감당할 수 없는 부실의 늪 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과 석탄 화력을 줄이고, 발전단가가 불안정한 LNG의 비중을 확대한 결과다. 재정적 으로 돌이킬 수 없는 부실의 늪에 빠져버린 한전이 한전 대학 설립이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원전의 안전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원전의 관리를 맡고 있는 원 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비전문가로 채워져 버렸다. 그 나마도 라돈 침대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국제적 논란에 행 정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원전 운전과 부품 산업계의 핵심 기술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어렵게 구축해놓은 원전 부품 산업이 붕괴 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미 한빛 1호기에서는 무자격 운전자의 조작 미숙과 절차 위반으로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자칫하면 자격을 갖춘 운전자의 부족으로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탈원전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나 감축해야 하는 국제적 약속의 이행도 불가능해지고 있다. 작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크게 늘어나버렸다. 탈원전으로 LNG 발전의 비중이 늘어난 결 과다. 대도시 인근에 들어서는 LNG 화력에서 배출되는 미세·초미세먼지도 심각한 환경오염 요인이 된다. 특히 태양광의 보조 전원으로 활용하는 LNG 화력은 출력을 수시로 변동시키기 때문에 미세·초미세 발생량이 크게 늘어 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탈원전은 기술적·정책적·윤리적으로 한 계에 도달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당장 필요한 전기 요금 인상을 외면하고 있 는 현실도 심각하다. 뉴욕 증시에도 상장되어 있는 한전의 부실은 자칫 외교 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전력 수급 체 제가 무너지면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가 무너지고, 안보도 흔들리게 된다. 명 분도 없고, 준비도 안 된 탈원전은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덕환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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