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청정 에너지 수소의 원천으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미국 원자력학회 펠로. 한국 공학한림원 일반회원. 현재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퍼듀대 박사.

2019년 하반기 세계정세는 미국의 패권이 독주하는 양상이다. 러시아가 국 제무대에서 영향력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이제 미·중간의 무역 전쟁을 통한 미국의 세계 패권 주도 시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저유 소에 대한 드론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크게 오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 령은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론을 의심하며 세계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였다. 미국의 이러한 독주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피터 자이한이라는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는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라는 저서에서 그 이유를 셰일 가스와 오일의 대폭 증산에 따른 미국의 에너 지 독립이라고 설명한다. 셰일 혁명은 셰일 가스 층에 대한 고 수압 수평 채굴 기술의 혁신에서 비롯됐다. 2004년에는 채굴공 하나 당 가스층 수평도달 길 이가 0.1 마일이었던 것이 2016년에는 28마일로 무려 280배 증가하는 기술 혁신을 이루며 셰일 에너지 생산단가가 유가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이제 에너지 자급을 이루었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며, 셰일 가스는 일본과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에너지 순 수출국이 된 것이다. 미국이 더 이상 안정적인 에너지 도입선 확보를 위해 중동지역의 안정화에 많은 국력을 소비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는 95% 이상의 에너지 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에너지는 이같이 한 국가의 생존뿐만 세계인의 일상적인 삶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재화이다. 제1차 산업혁명이 석탄을 사용한 증기기관을 사용하 면서 촉발됐고, 제2차 산업혁명이 전기 사용의 확대로 진행되었음을 상기할 때 에너지는 가히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함에 있어서 환경과 안전에 대한 강조가 근래 더 힘 을 얻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에너지의 핵심 요소는 경 제성이다. 셰일 가스가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도 기술 혁신에 의한 생산 단 가 절감이기 때문이다. 셰일층 붕괴로 인한 지진 유발 가능성 같은 안전성과 셰일 에너지 사용 증가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 같은 환경 위해성이 미국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워낙 경제성이 뛰어난 셰일 에너지가 미국의 실물 경제 회복에 지대한 공헌을 하기 때문이다.

천혜의 지하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 에너지 여건도 그다지 유리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어떻게 에너지 문제에 대처 해야 할까? 지난 50여 년간 가동 이력으로써 생명 안전성을 입증해 온 원자 력을 새롭게 보면 그 답이 보인다. 바로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 즉 원자 력 수소이다. 수소는 에너지 담체로서 이를 생산할 때 들인 에너지를 함유하 고 있다가 산소와 반응할 때 에너지를 방출한다. 가장 잘 알려진 수소 생산방법은 전기분해이다. 전기분해를 통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할 때 투입한 에너 지는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해 산소와 반응시키면 다시 전기에너지로 나온 다. 연료전지의 수소-산소 반응에서는 오염물질 없이 전기와 물만 나오므로 수소는 훌륭한 에너지 저장매체이고 청정 연료이다. 전기분해로 생산된 수소 의 경제성은 응당 전력 공급비용 즉 전기가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 라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저 수준의 원자력 발전원 가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원전을 사용하면 충분히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수소 를 생산할 수 있다.

원자력은 지금까지 싸고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세상을 이롭게 해왔다. 그러나 원전 안전성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곤란성에 대한 오해 가 원자력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 그 오해가 풀리면 원자력은 전기 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수소 경제와 재생에너지 전기분해의 한계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 회의에서 수소 위원회가 주도한 수소 이용에 관한 장관급 세션이 진행되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수소의 미래 (The Future of Hydrogen)라는 특별 보고서를 이 회의에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 작성은 수소 이용 확대에 아주 적극적인 일본 정부의 요청에 의해 착 수되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수소 이용 확대 를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의 청정성에 방점을 두어 수소차와 연료전지 이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연료 충전이 훨씬 빠르고 주행거리가 1.5배 이상 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물 전기분해로 수소를 생산할 경우 수소차는 전기 차에 비해 전기에너지 이용 효율이 1/3 밖에 안되는 매우 심각한 단점이 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가에서 수소 이용 확대에 관심이 많은 것은 수 소의 에너지 저장 특성 때문이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인해 과잉 발전 이 초래될 때가 많은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사용한 전기분해 수소 생산 가능성 때문에 수소를 중시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수 소는 차후에 연료전지를 통해 발전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가 에너지 저장 장치 (ESS)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 기반 ESS는 대규모 로 확대했을 때 원료가 되는 리튬 자원의 한정성 문제와 아울러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고려할 때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 수단이라 고 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1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성능이 좋고 안전성이 입증된 수 소차를 시판하고 있지만 현재 수소충전소는 전국에 25개밖에 안되는 형편이 므로 수소차 보급대수는 수천 대 선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대 국내 수소차 보급은 290만 대까지 늘고 수출분까지 포함하여 총 620만 대 수소차가 생산되어 세계시장 점유율 1위가 된다. 현재 걸음마 단계인 연료전지 발전 시설 운영도 2040년에는 원전 17기에 해당하는 17GW 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의 수소 공급은 2018년 13만 톤 수준에서 2040년 526만 톤 수준으로 늘도록 계획되어 있다.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천연가스와 수증 기를 결합시키는 증기 개질 추출 수소 그리고 물 전기분해에 의한 수전해 수 소로 만들 수 있다. 현재 국내에 공급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부생수소로 생산 되지만 그 양이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생산을 대 폭 늘리는 데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정부 로드맵에서는 2040년의 수소 목 표 생산량의 30%에 해당되는 157만 톤을 추출 수소로 생산하는 것으로 잡아 놓았다. 추출 수소는 수전해 수소 보다 생산단가가 훨씬 싸다는 장점이 있지 만 원료인 LNG 자체를 수입해야 되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단 점이 있다. 증기 개질 법으로 수소 1톤을 생산하는 데는 3.8톤의 LNG 가 필 요하고 약 1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157만 톤(총 생산 목표량의 30%) 의 수소 생산에 필요한 LNG 양은 약 600만 톤이다. 이는 2017년 LNG 총 도 입량의 16%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또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약 1600만 톤으로서 100만 kW 석탄발전소 3기의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 과 맞먹는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이산화탄소 1톤당 가격이 지금은 20달러 수준이지만 향후 이 가격은 100불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0월 초에 발간된 IMF 보고서에는 이미 탄소세를 1톤당 75불을 부과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추출 수소의 생산단가는 현 수준에서 40% 이상 비싸질 수도 있다.

이러한 추출 수소의 문제 때문에 정부 로드맵에서는 목표 생산량의 30%만 추출 수소로 하고 나머지 70%를 수전해 수소와 수입분으로 충당한다고 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늘어날 재생에너지 전력에 의한 수전해에 기대를 거 는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3020계획에서 목표로 잡고 있는 대로 2030년 전력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45 GW의 재생에너지 발 전 시설이 모두 수전해에 사용된다고 해도 이로써 생산할 수 있는 수소의 양 은 약 100만 톤에 불과하다. (15% 재생에너지 발전 이용률과 1kg 수소 생산 에 60 kWh 전력 소요 가정)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모두 수전해에 사용한 다는 전제에서 한 계산이므로 2040년에 100만 톤의 수소를 재생에너지 수전 해로 생산한다면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용량만큼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것이다.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2040년 전력 생산량의 35%를 재생에너지 로 생산한다면 이 전력의 20%를 수전해에 사용하고, 장차 수전해 효율이 높 아져 수소 1kg 생산 전력이 45 kWh로 감소한다고 해도 이 재생에너지 설비 로 생산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약 86만 톤으로 2040년 목표 수소 소요량의 16%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수전해 공급용량이 계획 수요량에 비해 절대적 으로 부족한 것이다.

출처: The Future of Hydrogen 보고서 그림 12 (IEA, 2019)

여기에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간헐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수전해에 의 한 대량 수소공급 계획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 이용률은 15% 정도이다. 1년 8760시간 중 약 1300시간 정도밖에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전해 시설에도 설비 투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연간 가동시간이 줄어들면 생산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위 그림은 앞에서 언급한 G20 회의에 사용된 수소의 미래 보고서에 제시된 가동시간과 전기 요 금에 따른 수소 생산단가이다. 수전해 시설비는 과거 1 kW 당 850달러였으 나 근래 하락하고 있어 장차 450 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 다고 한다. 오른편 그림은 이 설비 비용의 미래 전망치(450 달러/kW)에 대해 전력비용 별로 가동시간에 따른 수소 생산 단가를 보여 준다.

우리나라 태양광의 경우 작년 kWh 당 발전단가 약 180원, 즉 MWh 당 발 전단가 156 달러이다. 이 단가와 연간 가동시간 1300시간을 적용하면 수전 해 수소 1kg 생산단가가 12000원이 넘는다. 현 부생수소 가격이 2000원 선 인 것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수소는 전혀 경제성이 없다. 향후 우리나라 태 양광 발전단가가 하락하여 MWh 당 100 달러(kWh 당 115원)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위 그림에 따르면 1300시간 가동시간에 대한 수소 생산 단가는 약 7달러 즉 8000원에 달한다. 수소 활성화 로드맵에서 2040년 목 표로 하는 공급(판매) 단가 3000원의 세 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수송 과 저장 비용까지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수전해 수소는 미래에도 경제성이 매 우 취약하다.

원자력 수소 생산 방법

원자력은 발전원가가 매우 싸다. 2016년판 국회 정책 예산정책처 보고서 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원가는 kWh 당 54원 즉 MWh 당 47달러 선이다. 더 군다나 정상적일 경우 원전은 85% 이상의 이용률로 연속 가동이 가능하기 때 문에 위 그림에 따른 수전해 수소 생산단가가 약 3달러 선이 된다. 이는 기존 가동원전에 수전해 시설을 설치할 경우에도 정부의 2030년 수소 가격 목표 인 kg당 4,000원 이하로 수소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미 국 에너지성은 가동 중인 원전을 이용한 수전해 시설 연구 프로젝트를 발표하 였다. 아이다호 국립연구소가 연구 주관자가 되어 오하이오, 미네소타, 애리 조나 세 주의 전력회사가 협력하여 수행할 이 연구는 2년간 1150만 달러를 투입하여 1000~3000 kW 규모의 저온 수전해 시설을 원전 부지에 건설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바로 활용이 가능한 원전 전력 기반 수전해에 이미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고온 증기 전기분해와 같은 방식이 상용화될 경우 열과 전기를 같이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의 수소 생산 단가는 더 싸질 수 있다. 이는 물 전기분해 의 효율이 고온의 수증기를 사용하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체산화물 전해법 (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이라는 방법은 열과 전기 로써 초가열된 증기를 만들고 이를 전기분해함으로써 투입된 에너지 당 발생 되는 수소량을 높이기 위해 근래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수소의 미래 보고서 에 따르면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알칼리 전해법의 효율이 63~70% 인 데 비해 고온 수전해 방식은 그 효율이 9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수전해 방식과 달리 희귀 금속을 훨씬 적게 사용하는 장점을 갖 는다. 원전은 고온 고압의 증기를 생산하므로 전기뿐만 아니라 이런 고온 수 전해에 적합한 수단이다. 미국 에너지성은 작년에 원전을 이용한 고온 수전해 법에 대해 연구과제를 발주한 바 있다.

원전 전력을 전통적인 전기분해에 이용할 경우 온실가스 발생 없이 가격 경 쟁력이 높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전력 부하 가변성을 수소 생 산 설비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발전 설비에 비해 전력수요가 크게 적다면 수전해 수소 생산을 늘림으로써 발전 설비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을 이용한 수전해 수소 생산이 구현된다면 이런 부차 적인 유익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래에 늘어날 전력수요에 대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론 중 하나가 한동안 전기가 남는데 왜 또 건설하느냐라는 것이다. 수전해 전기분해를 도입한다면 잉여 전기 문 제는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는다. 잉여 전력이 있다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해 ESS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원자력은 열화학 분해 방식으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방식이 상용화된다면 효율적으로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황-요오드 싸이클 이라고 불리는 열화학 방식은 황산과 요오드산의 분해와 합성 과정을 반복하 는 순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순환과정에는 물과 고온의 열만 공급해주면 요오드산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수소를 생산해 낸다. 요 오드 산은 분젠반응이라는 반응을 통해 황산과 함께 만들어지는데 요오드산 과 황산을 분해하는 과정에 900도 정도의 고온열 공급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고온열은 일반 원자로가 아닌 초고온가스로에서 헬륨 기체를 가열하여 생산 할 수 있다.

초고온가스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개발이 착수되어 핵심기술에 대한 연 구가 상당히 진척되었고 실험실 규모에서 황-요오드 사이클의 실현성을 입증 한 바 있다. 초고온가스로를 이용할 경우 황-요오드 사이클의 화학적 분해 방 식뿐만 아니라 고온 증기 수전해 방식으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도 있다. 수소 생산에 장점이 있는 초고온가스로는 비상시 전기가 없어도 작동되는 피동안 전계통을 채택하여 기존의 원전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초고온가스로는 2010년 초반에 수소 경제 도래에 대한 부정적인 공감이 확대 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청정에너지에 대한 세계 적인 관심이 고조되면서 수소 이용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는 요즈음 초고온가 스로를 포함한 원자력 수소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가동이력으로 입증된 원자력의 안전성

기존 방식의 원전을 이용한 전통적인 수전해 방식이든, 초고온가스로를 이 용한 고온 수전해 방식 혹은 열화학 방식이든, 원자력을 수소 생산에 적극적 으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원자력의 안전성이 담보되어햐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일반 국민이 오해하고 있는 원전 안전성과 미량 방사선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원전은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적 으로 600여 원전이 운영되는 동안 사고로 인한 방사선 치사자가 43명에 불과 하다는 사실로써 생명 안전성을 입증해왔다. 세계 원전의 총 누적 가동연수가 18,100년이 넘었지만 인명 치사가 발생한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 단 한 건이 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 사망자 뿐만 아니라 유의미한 수준 의 암발생자도 없다는 것이 유엔 방사선과학위원회, 국제 보건 기구 등의 과 학적 결론이다. 물론 방사능 물질의 유출로 인해 넓은 소개 지역이 생겼고 대 피 생활을 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어 사고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상당히 크다 할 수 있으나 생명 안전성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주 지진을 동일본 대지진과 연계시켜 우려하는 우리 국민이 많지만 이는 사실을 오인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지진 자체가 원전에 치명적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내진 설계 기준보다 더 센 지진이 왔을 때 원전이 강건 히 버틴 사례가 많이 있다. 경주 지진이 왔을 때 1350년을 넘게 버텨온 첨성 대가 무사했고, 일본열도가 태평양을 막아주는 우리나라에는 쓰나미가 문제 된 적이 없었으므로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원전 사고 가능성에 대해 과민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진을 원전 사고의 원인으로 설정했던 판도라는 영화일 뿐인 것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원전에서 원자로가 녹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 원전은 견고한 원자로 격납건물이 있어 방사성 물질 의 외부 유출을 차단할 것이다. 이는 이미 미국 쓰리마일 원전 사고에서 입증 된 바 있다. 1979년 사고가 났던 2호기 옆에 있던 쌍둥이 원전 1호기는 지난 9월 말까지 40년간 정상 가동되어 왔음이 이를 웅변한다.

사용후핵연료 안전 처분 가능성

탈원전의 근거 중 하나가 사용후핵연료의 안전 처분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를 구성하는 원소 중 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 환경 에 퍼지기 쉬운 원소들은 대개 반감기가 짧아 300년 정도가 지나면 그 독성 이 거의 소멸되고, 장수명 원소들은 이동성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격리시키 기가 사실상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후핵연료에 안전 처분 곤 란성에 대한 우려 또한 불식시킬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부식 저항성이 매 우 높은 5cm 두께의 구리 용기에 담고 용기 주위를 방수제로 사용하는 물질 인 점토질의 벤토나이트 광물로 채우고 지하 500 m 암반에 처분하는 방식이 현재의 처분 방식이다. 수천 년 이상 방사성물질의 생활권 유출을 막는 이 지 하처분 방식은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이미 그 안전성이 입증되어 온칼로라는 핀란드 지하 처분장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 처분은 현 기술로도 가능하고 향후 기술발전에 따라 더 경제 적으로 될 것이다.

미량 방사선 두려움에서 벗어 나기

원자력에 대한 일반의 공포는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혹자는 아무리 미량의 방사선이라도 위험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 리는 누구나 몸에서 1초에 7000 개 정도의 방사선(70kg 성인 기준)을 내고 있다. 또 상시 공기나 땅, 하늘로부터 오는 미약한 방사선을 맞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사실들을 자각하면 미량 방사선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 든 식물에는 비료의 3요소 중 하나인 칼륨이 있고 칼륨의 동위원소인 K-40 은 모든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에 다 존재하며 방사선을 낸다. 우리 몸에서 생 겨나는 초당 7000개의 방사선 중 4000개는 이 K-40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방사성 원소 라돈이 유발되는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라돈 흡 입으로 인해 연간 2.4 mSv(밀리 시버트) 만큼의 방사선 피폭을 겪는다. 이런 정도의 방사선 피폭은 미량으로 간주되고 우리 몸은 이미 미량 방사선 환경 에 적응되어 있는 것이다. 부산과 강릉의 자연 방사선 피폭 차이가 1 mSv 정 도되고 미국 왕복 항공 여행이 0.2 mSv의 방사선 피폭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1 mSv 이하의 추가적인 방사선 피폭이 건강에 유해하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 다. 따라서 미량 방사선에 대해 과민할 필요가 없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와의 상생

기후변화 대처와 청정 대기 환경 유지를 위해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 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가용 국토가 좁고 태양과 바람이 강 력하지 않은 우리나라 자연 여건은 재생에너지 경제성에 불리하다. 그렇기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려면 보조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 지 지원을 위해 운용하고 있는 REC 보조금 제도는 그 재원이 필요하며 그 재 원은 발전원가가 최저인 원자력 전기 판매액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 보조금은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향후 태양광 시설비의 하락, 농촌 태양광의 확대 등으로 인해 태양광 발전 원가가 하락하여 태양광 전기 수전해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태양광 발전원가가 우리나라에서 MWh 당 100 달러 로 떨어지더라도 제한적인 이용률 때문에 수전해 수소의 생산단가는 원자력 수전해 생산단가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쌀 것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독자 적인 경제성을 확보할 때까지 원자력을 통한 보조금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한 편 앞서 설명한 대로 ESS 기능을 하는 수소의 생산을 통해 원전은 경직성 전 원이 아닌 유연성 전원으로서 신재생과 상생할 수 있다.

결어

기술 혁신을 통해 가능했던 경제적인 셰일 가스와 오일의 채굴이 셰일 혁명 을 불러왔다. 이에 따른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실물 경제 활황이 미국의 세계 패권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렇게 세계정세를 변화시킨 에너지원의 특성은 환 경성보다는 경제성이다. 천혜의 지하 에너지 자원과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우 리나라에서는 경제적인 에너지 생산은 기술 집약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우 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 기술인 원자력 기술을 수소 생산에 적 용할 경우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를 재생에너지 수전해 방식보다 월등히 싸게 생산할 수 있다. (미래 수전해 수소 1kg 생산단가 예상치: 원자력 3달러, 태양광 7달러)

미래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전기화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료전지를 통해 발전이 가능한 수소의 활용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ESS 역할을 하는 수소는 전력계통의 부하 조정도 쉽게 할 수 있는 부차적인 이점도 제공한다. 따라서 안전성이 현재 원전보다 좀 더 향상된 원전과 수전해 수소 생산 시스템을 결합한다면 우리나라가 높은 경쟁력을 갖는 청정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세계로 수출해 미래 청정에너지 시장을 선점할 수가 있다.

나아가 초고온가스로의 실현을 통해 고효율의 원자력 수소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러한 원자력 수소 시스템의 확대는 우리나라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 넣을 뿐 아니라 국민의 삶도 변화 시킬 것이다. 원자력이 우리나라의 희망에너지가 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확대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과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 주한규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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