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통해 에너지의 미래를 본다

김철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에너지 비하인드’ 저자.

에너지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에너지를 가진 나라는 흥하고 그렇지 못 한 나라는 쇠한다. 역사 속에서 강대국으로 기록된 나라들은 예외 없이 에너 지 안보를 굳게 하여 국가를 경영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인류가 발전하는 만 큼 인류의 에너지 사용량은 끊임없이 증가해 왔고,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곧 힘이 세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경향은 인류가 화석연료를 동력으 로 변화시키기 시작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석탄이, 내연기관의 발전을 통해 석유가, 이후에는 천연가스가 현대 사회의 에너지 공 급을 지배해 왔다. 이들 화석연료를 태우기만 하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싸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산업 혁명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화석 연료 를 많이 확보하고 소비할수록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에너지 낭비로 인류멸망? 화석연료 고갈 담론

하지만 화석연료는 항상 근 시일 내에 고갈될 것이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언뜻 생각하면 당연히 화석연료가 곧 바닥날 것처럼 느껴진다. 땅속에 묻힌 석유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는 전혀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유럽에서는 석탄이 곧 고갈되어 산업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휘발유와 경 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이 발명되고, 자동차가 보급되고,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탱크, 선박, 비행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석유가 한순간에 석탄을 대체해 버렸다. 자연스럽게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 결과 석탄 채 굴 기술이 석유 채굴 기술에 비해 획기적인 발전을 겪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 고 예상 고갈 시점이 급격하게 뒤로 미뤄지고 있다. 사용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영국에서의 석탄 사용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가 땔감으로 쓸 수 있는 나무의 고갈이기도 했다.

1920년대 미국에서도 기존 유정들의 산유량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면서 석 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담론이 지배적이었지만, 텍사스에서의 폭발적인 공급증가와 가격 폭락으로 인해 이러한 담론은 모두 사라졌다. 미국 정부는 1930 년대에도, 1950년대에도 석유가 곧 고갈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석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고갈 담론이 세계를 지배한 것이다. 화석연료 공급이 안정적이지도 않고, 곧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꿈의 에너지로 불리던 원자력과 미래의 먹 거리로 불리던 태양광과 풍력이라는 대체에너지원이 각광을 받았고, 이 시기 에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몇몇 국가들은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데 성공 했다. 또한 태양전지의 연구개발 및 상업화에도 수십억 달러가 투자되어 엄청 난 기술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은 다 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대체에너지 담론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자연 파괴로 인류멸망?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담론

고갈 걱정과 대체에너지 열풍이 사라진 자리에는 자연보호와 반전/반핵 운 동으로부터 시작된 환경 주의가 남게 되었다. 이들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지 구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고 믿고, 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사회를 꿈꾸게 된다.

무엇이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궁극적으로 인류를 멸망시킨 다고 믿는가? 1970년대의 사람들의 대답은 환경오염이었다. 화석연료를 사 용하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오염물질이 생기고, 인체 및 생태계에 해로운 영 향을 미치게 된다. 많은 나라들이 이미 화석연료 사용이 유발한 공해 및 여러 환경오염의 폐해를 겪어 왔다. 1952년 런던에서 화석연료를 태워서 발생한 그레이트 스모그와 현재 중국에서 석탄을 태워서 나오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 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석탄에서 석유, 천연가스로의 전환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 되는 듯 보였다. 영국은 그레이트 스모그를 겪은 이후 대기정화법을 만들어 매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도심에서는 석탄 대신 천연가스로의 전환을 장 려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도심에서의 석탄 사용을 줄이 고 천연가스, 혹은 전기의 사용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해 왔고, 관련 규제도 점점 엄격 하게 되어왔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천연가스를 태워 전력을 만들기 위해 복합화력발전[Combined Heat and Power, CHP]를 도입하여 버리는 열을 최소한으로 줄이기도 했다. 선진국들 은 국가 정책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에 여러 가지 불이익을 부여하고, 기업들 은 오염물질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중국도 대기오염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에서의 석탄 난방을 줄이고 이를 천연가스로 대체하며 공장의 매연 배출을 규제하려 한다.

하지만 모든 오염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떤 강력한 정책도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방향으로만 기술 발전을 유도할 수는 없다. 대 표적으로 최근 디젤 자동차를 대상으로 배출가스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를 엄격히 제한하는 유로 규제가 시행되어 가격이 상승하고 연비가 하락하고 있다. 이는 폭스바겐-아우디의 디젤 배출가스량 조작 사태와 같은 기업의 불법행위나 BMW의 무리한 배기가스 재순환에 따른 화재와 같은 무리한 설계 변경을 불러오기도 했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서는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구의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데, 인류가 배출하는 온 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지 않으면 어느 지점을 지나서는 인간의 힘으로 기온 상승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인류가 지구에서 생존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1990년부터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왔으며, 2018년의 특별 보고서인 「지구온난화 1.5℃」에서는 2100년 까지 추가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증가하는 에너지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화석연료 공급을 계속 늘리다 보면 환경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유발할 수 있고 지구 온난화를 통한 돌이 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대세가 되었다. 그러면서 1970 년대에 사라졌던 대체에너지 담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 지 않는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열풍을 타고 2000년대에는 전기 생산뿐만 아니라 열 사용까지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가 대세가 되었다. 미국과 브라질 등은 바이오에탄올 생 산을 대폭 늘렸고, 나무, 풀, 분뇨, 기타 쓰레기 등을 태워서 메탄가스, 열, 전 기를 만드는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바이오매스는 여러 국가들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을 채우는 데에도 이용되어 더욱 인기를 얻었다.

태양광과 풍력은 미래 에너지 공급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가장 정의로운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인기가 넘치는 태양광과 풍력

2010년대에 들어서는 태양광과 풍력 기술의 발전으로 가격이 급격히 하락 하면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 에너지 공급을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이 대두되었다. 이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태양광과 풍력이 더 정의로운 에너지원 이라는 주장, 두 번째는 태양광과 풍력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는 주장, 세 번째 는 그러므로 태양광과 풍력을 더 빠르게 확대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 다는 주장이다.

첫 번째 주장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 지와 원자력뿐인데, 자연재해로 인한 원자력 사고는 피할 수도 없을뿐더러 엄 청난 건강 피해와 토지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원자력 발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수력은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바이오매스는 탄 소 배출량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주장은 태양광과 풍력의 가격은 기술 개발과 규모의 경제로 인해 점점 떨어질 것이지만,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의 가격은 점점 상승할 것이 라는 주장이다. 화석연료는 고갈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원자력 발전은 사고에 대비하여 안전설비를 보강하는 비용, 사고 시 지급할 보험금을 쌓아놓는 비용, 사용 후 핵연료를 10만 년 동 안 관리하는 비용, 사용이 끝난 발전소를 해체하는 비용이 점점 더 상승할 것 이기 때문에 더 비싸진다는 것이다.

세 번째 주장은 위의 두 가지 문제를 고려한다면 태양광과 풍력에 더 많은 지원금과 정책 지원을 하여 보급을 더 빠르게 확대하고, 다른 에너지원들에는 세금을 물려서 더 비싸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석 연료가 사실상 무한 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체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더 저렴해지는 시점이 오 면 폭발적인 에너지 전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인위적으로 이를 조금 더 앞당겨도 문제가 없다. 대표적인 것이 화석연료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통해 대체재인 전기차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향상시켜 대체에너지의 사용량 증 가를 유도하는 것이다.

가장 좋거나 가장 나쁜 에너지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 에너지원 간의 우위는 바뀐다.

더군다나 이는 태양광과 풍력 기술 발전을 촉진하여 가격을 빠르게 하락시 킴으로써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도움을 주기까지 하니 정의롭기까지 하다. 또 한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에너지가 비싸지고 전기 요금이 더 상승해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전기의 형태로 바꾸어 사용해야 하고, 전력 시스템이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전기를 생산하지, 열을 생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재 의 전력 시스템은 대형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고압 송전선을 통해 이를 곳곳으로 분배하는 중앙 집중식인데, 태양광과 풍력은 중앙 집중식으로 건설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태양광과 풍력은 원할 때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 기 때문에, 태양광과 풍력의 빠른 확대를 위해서는 분산형 발전을 구축하고 수요 조절 능력을 최대한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 사람들이 에너지를 소비하 는 패턴을 태양광과 풍력의 전력 생산 패턴에 최대한 맞추고, 이에 어긋나는 것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을 통해 맞춰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를 사용한다면 누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에너 지를 사용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패턴을 조절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력을 저장하는 비용이 매우 비싸서 비현실적이지 만, 정부의 규제와 재정 지원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한 급격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에너지 공급 시스템만으로도 전환 과정을 충분히 버틸 수 있 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은 사라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에너지원인가,
아니면 부정적 인식에 가로막혀 기술 발전을 기다리고 있는 에너지원인가?

좋았던 이미지를 망쳐버린 원자력

1950년과 1960년대에 원자력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원으 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독일과 스웨덴에서는 핵무기 반대 운동과 그에 따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반대 운동이 시작되었고, 1979년 TMI 사고 이후에 는 방사능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에너지원으로 인식되었다. 1987 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그에 따라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이 지연되었고 건설비용은 계속 상승하 였다.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운영이나 건설 도중에 안전설비를 강화하기 위 해 설계를 변경하고, 새로운 설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계속 반복되었 기 때문이다. 이는 원자력 발전의 전력 생산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 용하여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의 추가적인 원자 력 발전소 건설이 흐지부지되는 결과를 낳았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는 낮은 비용을 유지해 오던 우리나라의 원전마저도 안전점검 기간이 길어 지면서 이용률이 낮아지고 건설이 지연되는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점점 부각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도 원자력은 인류가 찾아낸 모든 에너지원 중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에너지원이다. 또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나오지도 않기 때 문에, 방사선의 인체 영향에 대한 과장된 공포가 사라진다면 친환경 에너지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방사능에 대한 사람들의 인 식은 더욱 나빠졌으며, 직접적인 방사능 피해가 발생하였을 뿐 아니라 사고의 사후 처리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체르노빌과 후쿠 시마 사고를 통해 피폭자들에게서 발생하는 암보다도 정신건강에 대한 악영 향이 사고 후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방사능 공포로 인해 불필요한 대피 소동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많은 사 람들의 정신적 피해가 극대화되었다. 간병과 입원이 필요한 노인들이 피난 과 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높은 사망률을 보였으며, 피난을 간 주민들은 후쿠 시마 주민이라는 이유로 주변 사회에서, 혹은 자기 스스로 방사선 피폭을 당 했다는 낙인이 찍히게 되어 부정적인 심리적 건강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산 농/수산물, 해수담수화 수돗물, 방사능 비, 방사능 아스팔트, 최근의 라돈 침대 및 음이온(모나자이트) 관련 사건까 지 방사선의 인체 영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공포로 인해 발 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원자력 발전의 원가에 반영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결국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나라가 건설 중이던 UAE 원전 및 러시아가 추진하는 방글라데시 원전 사업을 제외하고는 새로이 원전을 도입하고자 하 던 국가들의 건설 계획이 대부분 미뤄지고 있다. 다만 세월이 흐르고 후쿠시 마의 기억이 점차 흐려져 가면서 여러 국가들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원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결국 원자력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원자력 및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해소되어야 하고 방사성 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 문 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안전 시스템의 발전으로 어떠한 자연재해나 인간의 실수가 발생하 는 것과 상관없이 사고의 위험에서 자유로워져야만 한다. 원자력이 이런 도 전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미래 에너지 믹스의 한 축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핵융합 기술이 상용화되거나,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발견되어 널리 사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소한 역사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 하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과연 미래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가장 좋거나 가장 나쁜 에너지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공 짜가 없듯이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 에너지원 간의 우위는 바뀐다. 나라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 과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확보할지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은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고 얼마나 써야 하는지, 또 좋은 에너지원과 나쁜 에 너지원을 구분하기 위해 윤리, 정의, 사상을 내세워 끝없이 논쟁해 왔지만, 수 많은 논리들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석탄, 석유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도, 환경오염을 적게 일으키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기술도 끊임없이 발 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 Storage, CCS] 기술이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배출되기 이전에 포집 하여 저장하거나 다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석탄화력발전소도 초초 임계압[Ultra Super Critical, USC] 기술을 적용하여 발전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화석연료가 고갈 문제와 환경오 염으로 인해 더 비싸져서 태양광과 풍력이 각광을 받게 된 것처럼, 만약 태양 광과 풍력의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지 않는 상태에서 화석연료 기술 혁신이 진 행된다면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역 사는 언제나 화석연료의 편이었다.

에너지 산업은 굉장히 느린 산업이다. 모든 국가는 10년, 20년, 50년을 바 라보고 에너지 공급 계획을 짠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혹 은 국가, 후손, 지구, 환경 등 나름의 정의를 위해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에너 지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수력, 바이오 매스, 태양광, 풍력, 그리고 수많은 다른 에너지원들은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이루어진 시장과 사람들의 선호로 이루어진 정치 가 이를 판단한다. 이렇듯 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경제력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특성, 전력망, 에너지 안보, 정치적 상황 등 많은 변수들이 얽혀 있다. 또한 자연재해, 사고, 기술의 발전 등 예상할 수 없는 우연한 상황들이 정책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에너 지 문제는 복잡하고,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대립하고 있고, 또 굉장히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몇 년 안에는 우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 는지 확인하기가 힘들다. 사람들의 인식도 그만큼 느리게 변한다.

하지만 세상은 분명히 변한다. 에너지의 과거를 보았을 때, 인류가 에너지 를 사용하는 모습은 느리지만 굉장히 역동적으로 전환되어 왔다. 어떨 때는 영원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듯하다가, 어떨 때는 10년 만에 세상이 뒤집 어진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있을까? 에너 지 산업은 느린 산업이기 때문에, 미래는 어느 정도 우리의 예측 범위 안에 들 어와 있는 것일까? 만약 미래를 알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 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인간이 더 나은 질의 삶을 원하는 한 에너지의 수요는 증가한다. 동시에 에 너지 사용이 유발하는 환경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인류는 성장의 한계에 도 달하거나 자연에 회복 불가능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반면, 기술 발전은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도 언젠가는 사 람들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도 느 리지만 변해갈 것이다. 그것이 인류가 성장해 온 방식이다.

– 김철민

https://atomic.snu.ac.kr/index.php/방사선피폭과무관한건강영향
https://www.who.int/ionizing_radiation/a_e/fukushima/faqs-fukushima/en/
Arifumi Hasegawa et al. (2015), “Health effects of radiation and other health problems in the aftermath of nuclear accidents, with an emphasis on Fukushima”, The Lancet, vol.386, pp.479-488.
GE리포트 코리아,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2015.
(https://www.gereports.kr/carbon-capture-and-storage/)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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