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륨과 가속기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하기

홍승우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Forschungszentrum Juelich 연구원을 역임했고, 성균관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후변화

필자는 지난 30년 간 봄과 가을에 한국물리학회에 참가해왔다. 춘계 학회 는 4월 하순, 추계 학회는 10월 하순에 개최된다. 약 10년까지만 해도, 지방 에서 학회가 개최되는 경우, 항상 바바리 코트를 입고 갔어야 했다. 어쩌다 코 트를 입지 않고 가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코트가 전혀 필 요하지 않게 되었다. 금년에도 10월 23~25일이 추계 물리학회 기간인데 어 제 낮 최고 기온은 24도까지 올라가 반 팔 차림의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앞으로 인간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살 수 있 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 (IPCC: 회장 이회성 교수)는 2018년도에 “Special Report on Global Warming of 1.5 °C (SR15)”라는 제목의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지구의 온도가 1.5 °C 이상 높아지는 경우에 예측되는 혹서, 가뭄, 기근, 생태계의 변화, 거주지의 변화, 그로 인한 빈곤 등의 문제를 예측했다. 그 주범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이다.

원자력과 후쿠시마

이처럼 기후변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2000년대 후반에 에너지 문 제와 기후변화 문제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 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에너지통계연보에 따 르면 2012년 kWh당 전력거래단가는 원자력 39.6원으로, 석탄 66.3원, 석유 103.9원, LNG 210.1원, 수력 180.9원 등에 비해 가장 경제성이 높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면에서 친환경적 발전 방법이다. 태양광, 태양열 발전,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 보다 발전 단가도 높지만,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는데 반해 원전은 부지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 다고 생각되던 시기, 2009년 말 우리나라가 UAE에 원전을 수출하여 전세계 원전 강국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원 전 사고가 발생하여, 원자력발전의 르네상스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일본은 54기의 원전을 모두 끄고 안전진단에 들어갔고 일부 국가는 원자력발전 중단을 선언했다.

후쿠시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를 집고 넘어가야 하겠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자체가 문제였다기 보다는, 지진 50분 후에 몰려온 쓰나미가 주된 원인이었 다. 지진 발생 후 원전은 정상적으로 바로 정지되었다. 문제는 잔열이었다. 자 동차의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거리가 필요하듯이, 원전은 정지되어도 계속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잔열을 식혀야 한다. 냉각을 물로 하므로, 냉각계통 을 돌릴 전력이 필요하다. 쓰나미로 인해 전력 공급이 차단되었고, 자가 발전 시설 및 배터리까지 못쓰게 되면서 냉각 능력을 상실하여 로심이 녹게 된 것 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정상적으로 정지했었다는 면에서, 인재로 인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다” 고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국제기구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나와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전체가 방사능 오염이 된 듯한 일부의 잘못된 인 식도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후쿠시마 사고 지역은 방사능 오염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 전 지역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그런 식 으로 생각한다면, 북한이 자그만치 6차례나 핵실험을 했으니 우리나라 전역 이 방사능 오염이 되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일본산 농수산식품을 기피한다 거나 일본 여행을 기피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원자력발전의 문제점들

어쨋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의 위험성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켰 다. 원전은 다음과 같은 위험성과 문제들을 갖고 있다. (1) 안전성 문제: 사고 발생 시, 매우 치명적이고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2) 사용후핵연료 문제: 사 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고 사용 후핵연료 처분 장소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3) 핵확산 문제: 원전에 사용되는 핵연료 또는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해서 원 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개연성이 있어서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4) 우라늄 자원 고갈 문제: 우라늄이 몇 십년 후에 고갈되거나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모두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매우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7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란 원전에서 사용 후 나온 폐연료봉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원자력 발전소 내의 수조에 임시 보관되고 있다. 즉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 서 나오는 핵쓰레기인데 쓰레기 처리장이 없어서 원전 내에 보관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처리 또는 처분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적절한 대책이 없다. 그러 나 사용후핵연료의 대부분은 재활용이 가능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으로 구성되 어 있다. 그래서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재활용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인해 재처리할 수 없게 되어 있 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에 남아 있는 0.1%의 장수명 핵분열 생성물과 0.1% 의 장수명 마이너 악티나이드(minor actinide)라고 부르는 동위원소들이다. 700톤 중에서 0.2%인 1.4톤의 물질이 문제이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는 재활용 가능하다. 특히 0.1%의 마이너 악티나이드(Np, Am, Cm, Cf 등의 동위 원소)은 반감기가 수만년~수십만년 이상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지질학적으 로 안정된 곳의 지하 수백 미터에 영구 매립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 만 지금 세대가 만든 문제를 후손들에게 넘긴다는 면에서 불만족스러운 방법 이라 할 수 있다. 미국도 지하 영구 매립장을 지정했었지만 취소되는 일을 겪 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상황은, “wait and see” 정책에 가깝다. 이 분야 기술 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니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문제 해결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기술 중의 하나가 토륨 미임계 원전이다.

토륨 미임계로 개념

사용후핵연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0.1%의 마이너 악티나이드를 소멸시 키는 방법으로 카를로 루비아(Carlo Rubbia) 박사가 제시한 것이 에너지 증 폭기 (Energy Amplifier)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CERN에서 1983년 루비아 박사는 W중간자와 Z중간자를 발견하고 바로 이듬해 노벨물리학상 을 받았다. 그 이후 그는 에너지 문제를 연구하여 90년대 중반에 ‘에너지증폭 기’라는 이름을 붙인 새로운 원자로 개념을 제시하고 CERN보고서를 작성했 다. 에너지 증폭기란, 양성자 가속기와 원자로를 결합한 것으로, 기존 원자로 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원자로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증폭기의 특징은, 우선, 원자로가 미임계(未臨界) 상태라는 것이다. 기존 원자로는 핵연료가 충분히 장전되어 있는 임계 상태로 핵분열이 저절로 지속된다. 그러나 원자로를 미임계 상태로 만들면, 핵분열이 지속될 수 없다.

따라서 원자로 역할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여기에 외부에서 가속기를 이용 해서 중성자를 보충함으로써 핵분열이 유지되게 한다. 따라서 가속기가 꺼지면 원자로도 꺼지게 된다. 미임계 상태이므로 안전성이 보장된다.

에너지 증폭기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핵연료로 우라늄 대신 토륨을 사용한다 는 점이다. 토륨은 그 자체로는 핵연료로 부적합하지만, 원자로 내에서 일련 의 핵반응을 거친 후 우라늄으로 바뀌기 때문에 핵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토 륨 핵연료는 여러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다. 우라늄은 지구상의 몇몇 곳에 한 정되어 분포되어 있는 데 반해 토륨은 지구상에 대체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우라늄 보다 훨씬 풍부하다. 우라늄은 농축을 해서 핵연료로 사용한다. 그러 나 토륨은 농축 과정이 필요 없다. 토륨은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따라서 핵비확산성이 높다. 토륨의 사용후핵연료에는 플 루토늄이나 마이너 악티나이드가 거의 생성되지 않아, 사용후핵연료 관리기 간이 대폭(1000배 이상) 줄어든다.

이처럼 ‘가속기’에 의해 구동 되고, ‘미임계’ 상태이고, ‘토륨’을 연료로 사 용하는 원자로를 “가속기 구동 미임계 토륨 원전 (Accelerator Driven Subcritical Thorium Reactor)”이라 부른다. 이를 간단히 우리는 토륨 원전이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토륨 원전이라는 명칭은 핵연료 측면만 명시하므로 실은 적절하지는 않다.

루비아 박사 그룹은 사용후핵연료 내의 장수명 동위원소들을 소멸처리하여 400~500년 후에는 자연 방사성 수준의 낮은 방사선만 남게 할 수 있음을 보였고, 그런 소멸처리가 실제로 가능함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서, 자신의 개념 이 실현 가능함을 보였다. 가속기 구동 미임계 토륨 원자로의 장점을 정리하 면, 노심이 미임계 상태이므로 원천적으로 임계사고가 일어날 수 없는 고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고, 외부 중성자원을 사용하여 연쇄 핵분열이 일어나도 록 임계도를 넓은 범위에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다양한 핵종으로 구성 된 핵연료의 운용이 용이하고, 많은 양의 핵폐기물을 장전하여 소멸시키는 것 이 가능하다. 미임계로의 출력은, 가속기 빔 전류를 조종하여 공급되는 중성 자 양을 조절해서 쉽게 제어할 수 있다.

해외 현황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가속기구동 미임계로 핵심 기술 개발이 시작 되어, 일본,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벨기에이다. 벨기에의 원자력연구원 SCK·CEN 을 중심으로 가속기 구동 미임계로 실증로인 MYRRHA (Multi-purpose hYbrid Research Reactor for High-tech Applications)가 개발 중에 있 다. 일본은 원자력연구원인 JAEA와 교토 대학이 토륨을 이용한 가속기 구동 미임계 원자로에 대한 기초 연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2011년부 터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주관으로 미임계로 공학 프 로젝트를 시작하여 2030년대까지 미임계 핵변환 시스템을 건설할 계획으로 2,000명 규모의 연구원들이 1조원 규모의 예산으로 가속기 구동 미임계로 개 발을 하고 있다. CAS는 CLEAR(China LEAd-based Reactor)를 미임계 및 납냉각 고속로의 기술 개발의 주요 원자로로 선정하여 원자로 관련 연구를 수 행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2035년까지 미임계로 실 증 시설 건설을 한 후, 상업적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실증 시설이나 원형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서 2020~30 년경에 실 증로가 가동될 전망이다.

맺는 말

원자력 발전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을 공급하여 인류에게 많은 혜택 도 주고 있지만, 또한 동시에 안전성, 핵확산, 사용후핵연료 문제 등으로 우려 의 대상이기도 하다. 가속기 구동 미임계 토륨 원전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 킬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륨 미임계로는 확실한 고유 안전성 때문에 불의의 사태 발생 시에도 임계사고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토 륨 미임계로에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은 우라늄 원전의 1/100 정도이고, 반감기는 우라늄의 1/1000 정도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기존 원전에서 나온 사용 후핵연료도 짧은 반감기를 갖는 원소로 핵변환하여 소멸할 수 있다. 플루토늄 을 만들지 않아서, 핵무기 비확산에 있어서도 유리하다. 토륨은 매장량이 풍 부하고, 농축과정이 필요 없다.

신재생에너지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 리나라에서는 전혀 현실성이 없음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원자력 을 대체할 대안이 마땅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부터 우리나라에 자주 발생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는 원전을 줄이고 화력발전을 늘린 것에 일부 기 인한다고 보여진다. 일반 국민들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므로, 토륨 미임계 원전과 같이 안전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원전을 개발하는 것이 필 요하다. 이런 기술 개발에는 산업체가 할 수 없으므로, 국가가 연구개발에 투 자해야 한다. 이 분야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므로, 원천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술 개발에 투자하여, 기후문제 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 홍승우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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