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별르포-의성 쓰레기산 충격, 그 이후

– 의성 ‘쓰레기 산’으로 가는 마을 입구. 살려달라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의성 쓰레기산 개요>
소 재 지 :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규 모 : 넓이 4만㎡, 높이 20m
무 게 : 쓰레기 17만 3천t(추정)
주무 관청 : 의성군
예산 지원 : 환경부, 123억 7900만 원 국비편성
처리 전망 : 문재인 대통령 “빠른 시일 안에 방치 폐기물 처리하라” 지시
     환경부 “2020년까지 4월 처리하겠다”고 약속
     다수 전문가들 “2020년 연말까지도 처리 불가능”
처리 현황 : 올 7월부터 위탁업체들 처리 시작
      하루 처리량 400톤
      올해 3만 3500톤 처리가 목표
      처리 방식 : 재활용, 소각, 매립

박정한 프레시안 대구경북 취재본부 기자. 환경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으며, 의성 ‘쓰레기 산’에 이어 올해 1월부터 환경단체와 영주댐 관련 심층취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바다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공포가 밀려와 우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땅에서는 인간이 만들고 버린 온갖 쓰레기가 인류의 미래를 다시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우 해안과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 정도가 다른 나라의 평균치보다 1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얼마 전 미국 CNN에 방영된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의 경우 우리나라의 심각한 쓰레기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그 충격의 여파는 1년 반이 넘 었어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자는 ‘의성 쓰레기 산’을 특종 취재하였다. 그간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현 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쓰레기 문제와 원인과 대책을 ‘지구와 에너지’ 독자 여 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지난해 4월 어느 봄날이다. 지인들과 함께 의성군의 여러 곳을 둘러보다 우연히 단밀면 의 거대한 ‘쓰레기 산’과 마주쳤다. 처음 발 견 때 느낌은 놀랍고 기괴하고 거대했다. 지 도에 나타나지 않는 저 산이 바로 쓰레기 산 이란 것을 알았을 때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 없었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크기의 쓰레기 덩어리를 발견한 충격도 컸지만 쓰레기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갖 악취와 혼탁한 공기는 정신조차 아득하게 했다. 코를 막고 쓰레기 산을 오르기 시작해 올라가다 미끄러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30여 분 끝에 정상에 다다랐다. 이 쓰레기 산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시야는 보통 아파트 13층 높이였다.

의성 ‘쓰레기 산’에서 흘러나온 오염된 침출수
온갖 쓰레기들이 썩어가며 흘러나온 침출수는 악취가 심해 접근조차 힘들다

쓰레기 산 정상엔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역한 악취가 휘몰아쳤다. 끔찍한 상황이 아 직도 생생하다. 도대체 이런 엄청난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눈앞에 펼쳐진 쓰레 기 산엔 건축 폐기물부터 시작해 플라스틱, 폐비닐, 옷가지, 농약병 하물며 아이들 젖병 까지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 산’은 악취로 인해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현장에서 10여 분 정도 머물며 곳곳의 모습들을 신속하게 카메라에 담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날이 어두워져 숙소로 향했다. 한참이 흘렀지만 역한 악취는 온몸 곳곳에 배어 있는 듯했다. 결국 저녁을 건너뛰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언제부터 이 거대한 쓰레기 산이 시작된 것인지 취재에 들어갔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만은 10년 세월이 흐르다 보니 자포자기의 심경이었다.

멀리서 바라본 의성 ‘쓰레기 산’은 놀랍고 기괴하고 거대하다는 느낌이 든다

70대 주민 A 씨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H 폐기물 업체가 들어서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고통이 시작됐다”라고 했다. 이어 “의성군에서 왜 당 시에 조용하며 살기 좋은 이곳에 폐기물 허가를 내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도 했다.

인근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60대 주민 B 씨는 지금까지 흘러온 과정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B 씨는 “처음은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쓰레기 들이 쌓이지 않았다”, “2014년부터인가 갑자기 쓰레기양이 늘어나며 밤낮 할 것 없이 덤프트럭들이 드나들며 심지어 새벽시간에도 계속 쓰레기들이 쏟아 져 들어왔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 “밤새도록 쓰레기가 들어오며, 쓰레기 운반 차량과 장비 소음에 기르던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먹이를 잘 먹지 못하며, 일부 암소들은 새끼를 사산 하기도 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의성군과 H 업체에 수도 없이 민원을 넣었지만 해결은커녕 오히려 묵살당하며, 쓰레기 산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라고 했다.

80대 노인 C 씨는 “자식 같은 나이로 보이는 H 업체 간부에게 환경피해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가 ‘죽여 버리겠다’는 욕설과 함께 입에 담지 못할 협박 까지 당했다”라며,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또 “어디에 살고, 어디에 일하는지 다 알고 있다. 몸조심해라! 밤길 조심해라!”라며,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내질러 환경피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자체가 두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취재를 하며 인근 주민들의 입장이 얼마나 억울한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 다 마을에는 맞서 싸울 수 있는 젊은 청년들이 없었으며, 나이 드신 어르신들 만 계시다 보니 마을의 주인인 주민 위에 업체가 군림하고 있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 취재 내용들을 종합해 의성군청을 방문했다. 환 경부서의 팀장부터 과장까지 의성 ‘쓰레기 산’ 문제를 내놓자 다들 부담스러 운 낯빛이 역력했다. 이들은 “계속 노력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업체에서 행정 소송을 걸어오며 반발하고 있어, 우리로서도 도무지 해결을 못하고 있는 실정 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또한 취재 기간 동안 6.13 지방선거가 치러져 8월이 되어서야 다시 본격적 인 취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여러 환경단체에 자문을 구하고, 뒤이어 H 업체 에 대한 자료도 주무관청과 인근 주민들을 통해 계속 확보했다. 이어 감추진 문제점들이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옆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의성 ‘쓰레기 산’
쓰레기의 규모가 워낙 커 좌측에 보이는 마을이 조그맣게 보인다

당시 함께 조사에 임했던 환경단체는 쓰레기 산을 보며 “아니 어떻게 이런 사태까지 갈수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이 정도는 전국 최대로 쓰레기 산의 폐기물 양이 20만 톤이 넘을 것이다”라고 추정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2012년부터 해양투기가 금지된 이후로 동 남아나 중국으로 수출되던 쓰레기가 그들의 수입 거부로 인해 다시 국내로 쏟 아지며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확인 결과 2006년 해양오염 관련 국제 협약인 ‘런던협약’으로 인해 각종 오 염물질에 대해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됐으며, 이후 우 리나라는 폐기물처리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며 폐기물 수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오다 동남아와 중국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폐기물 수입을 거부 하며 폐기물 처리를 두고 문제가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북의 의성 ‘쓰레기 산’을 시작으로 영천, 문경을 비롯한 의정부, 무안, 나주, 시화 등 쓰레기처리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환경부 의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사태가 확산되며 전국적인 쓰레기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취재를 이어가 게 됐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왜 전국적으로 폐기물 처리 업체에선 똑같 은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가? 지방행정에서는 왜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해결 을 못하고 한계를 느끼고 있는가? 그 답은 의성 ‘쓰레기 산’이 가지고 있었다.

당시 여러 제보를 종합해보면 의성 ‘쓰레기 산’ 운영업체는 사업자를 바꿔 가며 정부의 법망을 교묘히 피해 엄청난 부를 축척했으며, 폐기물 처리 비용 이 톤당 약 20만 원인데 비해 H 업체는 그보다 훨씬 낮은 비용을 제시해 전국 의 폐기물들을 이곳으로 몰려들게 했다는 추론이다.

H 업체는 2008년 처음 현 위치에서 허가 보관량 1137톤으로 폐기물 중 간재활용업 허가를 받았으며, 이후 2013년 1020톤을 추가로 허가받아 총 20157톤으로 종합재활용업으로 변경했다.

이후 이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전국의 폐기물을 거둬들이며 ‘쓰레기 산’을 만들었고, 이에 의성군은 수차례 행정처분과 함께 폐기물 처리 명령과 고발, 과징금·과태료·벌금 등 부과를 했지만, 업체는 폐기물을 치우기는커 녕 행정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며, 1~2년마다 바뀌는 공무원의 인사이동까지 악용해 의성군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참다못한 의성군은 2017년 8월 업체의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나 허가 취소 이후에도 폐기물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의성군 공무원들과 검찰 관계자가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의성군의 한 공무원은 “업체가 공무원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행정이 업체의 압력 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 이 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여기 서 큰 문제점이 드러났다. 행정의 한계가 어디서 오게 되었을까? 바로 환경부의 허술한 폐기물 관리법 이 문제가 된 것이다.

폐기물 관리법에는 오염 원인자 에 대한 책임에 대해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의 사 업을 경매 절차나 파산으로 사업을 인수한 자가 사업장 폐기물과 관련한 권 리, 의무를 승계한다는 규정이다. 전국적으로 H 업체처럼 새롭게 사업자를 바 꾸거나 경매 또는 폐업을 반복해 법적 분쟁으로 교묘히 이어가며 시간을 벌 고 그동안 다른 곳에서 똑같은 사업체를 꾸려 또 사업을 이어가는 등 불법적인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었다.

이뿐 아니라 토지의 경우 임대한 사업자가 파산을 하거나 폐업을 할 경우 토지 소유자가 폐기물 처리에 대한 책임을 두고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그 책 임을 두고 수년의 시간이 흐를 동안 업체는 또 다른 곳에서 불법을 저지르며 이익을 챙기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방치된 폐기물 현장을 살펴보면 비슷한 예로 창고를 임대하고선 그곳에 엄청난 폐기물을 쌓아 놓고 폐업을 하거나 사업자를 넘겨주고는 사 라져 버린다. 기존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경우 인수인계를 했기에 책임이 없다며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간다. 결국 또 한세월 시간만 흐르고 폐기물은 그 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토지 소유주나 경매를 통해 사업체를 인수 한 이들이 방치된 폐기물에 대한 책임 소송에 휘말리며,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한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이렇게 방치된 폐기물들은 오염이 심각해 지면 결국 시민의 혈세로 처리되며, 뒤늦게 행정에서 구상권 청구를 해보지만 책임질 사람들이 사라지거나 행정적 에너지만 소모되는 현실이다.

수백 미터 연결된 엄청난 규모의 의성 ‘쓰레기 산’
처리 장비가 장난감처럼 보인다

환경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환경부의 폐기물 관리법을 재정비하고 처벌 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국민 스스로가 쓰레기에 대한 환 경오염이 얼마나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지 각성하고 무분별한 일회용품 에 대한 편리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외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올해 안에 전국적인 방치폐기물에 대한 처리를 완료하겠 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폐기물처리 업체의 현실은 120만 톤에 달하는 전국 방치폐기물을 제외하고도 현재 쏟아지는 엄청난 쓰레기에 대해 서도 처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비현실적인 정 책만 내놓은 환경부에 대한 질타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쓰레기 대란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심각한 현실을 정부와 국민들은 결코 과거처럼 방관해서는 안 된다. 넘쳐나는 쓰레기로 인한 환경재앙은 엄청 난 속도로 우리의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과 플라스틱 등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에 계속된 경 고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회용품 소비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란 것을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 괴물이 되어버린 의성 ‘쓰레기 산’ 그 산은 어찌 보면 우리 국민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제2의, 제3의 ‘쓰레기 산’은 지금도 전국에서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제라도 쓰레기 문제에 대한 대정부 차원의 대책과 범국민적인 시민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 박정한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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