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기후와 에너지’ 창간 특별 인터뷰

interviewer 전영기 객원 편집위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과유불급 대한민국’ 저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와 에너지’의 전영기 편집위원(중앙일보 칼럼니스트)을 만났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자 미세먼지 문제를 둘러싼 초(超) 국가 협력의 지휘자로서다.

인터뷰는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과 10월 16일 전화 대담으로 두 차례 이루어졌다. 1시간 동안 이어지는 대담 내내 반 위원장은 “한국의 환경 문제는 여러 국가 간 이해관계로 불거진 속성이 있는데 우리 시각은 너무 “로컬(지역적) 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탈원전 문제에 대해서 “일단 내년부터 취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단기 처방을 내놓은 바 있다. 내년 9월쯤 탈원전 문제를 포함한 중장기 보고서를 내놓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기구로 약 5년간 미세먼지·에너지믹스(원전, 태양광)·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된 정책 토론과 합의를 추진한다.

반기문 위원장은 유엔 사무총장 당시와 퇴임 후 야인 시절, 일관되게 “지구 온도를 2100년까지 산업혁명 시기 기준 1.5도 이하로 묶어 놔야 한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비용이 적게 드는 에너지원이 원자력“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민족정신도 중요하지만 세계시민정신이 정말 중요하다.

트럼프·시진핑·아베 모두 내셔널 리더, 세계 지도자가 없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했다. 환경을 정책과 정치로 풀겠다는 통합형 문제 해결 기구다.

“그렇게 봐 주니 감사하다. 지금까지 환경 문제는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 해 치열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깊은 연 구와 토론을 통해 중재와 조정 역할을 해 보려고 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야당도 중국 탓을 하고 있고, 국민 여론도 중국에 대해 상당 히 좋지 않다. 시진핑 주석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 묘책이 있나.

“지난 4월 초에 시진핑 주석을 만났고, 그 뒤로도 두 번을 더 봤다. 다른 지방 의 당 서기들도 만나서 미세먼지 문제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를 했다. 우선 양 국 간 책임공방이 서로 득 될 게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

중국이 자꾸 ‘우리 탓이 아니다’라고 해서 여론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이 국제공동조사다. 과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국 가 간 감정 문제로 비화시켜서는 안 된다. 사실 대통령과 총리에게도 같은 골 자로 건의했다. 양국 전문가 간에 명확한 데이터를 갖고 의미 있는 토론이 일 어날 수 있도록 장을 조성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중국은 얼마나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다고 보시는지.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초미세먼지를 40% 정도 절감했다 고 한다. 우리에 비해서는 문제의식도 빠른 편이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 는 움직임이 있다. 막연히 중국을 비판하기보다는 상호 경험을 교환할 수 있 는 채널을 만들고, 우리도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절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 하다.”

다른 국가들의 협력은 절실하지 않은가.

“중국뿐만 아니라 몽골, 러시아,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동북아 6개국이 참여한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 회 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1월에 국제포럼이 예정되어 있다. 그 자리 에서 매우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중국과는 어느 정도 구두합의 가 되어 있다.”

공동조사를 위한 예산, 기구 등도 필요할 것 같다.

“일단 공동조사를 하기 전에 우리 안에서 미세먼지 배출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증연구가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그다음에 공동조사는 외교 문제로 합의를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입을 때, 과연 국내 시설들의 영향은 없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볼 시점이 됐다.”

한국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탈원전 정책’ 같은 것도 폐기해야 하지 않을까. 원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발전 방식 중 하나인데.

“물론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탈원전 문제도 결국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큰 현 안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다만 국가 기구를 맡은 사람으로서 원자력에 대한 관점을 지금 밝히긴 어렵다. 내 개인 의 생각에 대해서는 위원장직을 맡기 전에 가졌던 의견은 분명히 있으나 국 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서 국민정책 참여단의 숙의 및 기타 여러 국민 여 론 청취를 통해 광범위한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렴하는 것이 저의 우선적인 임 무라고 생각한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

“미세먼지 문제도 그렇지만 한국의 시각이 너무 ‘로컬’(지역적) 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국경을 뛰어넘는 오염 문제는 ‘당장 이걸 없애자’, ‘누가 얼마를 부 담할 거냐’는 식의 성마른 접근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자국의 오염 배출원에 대한 연구와 함께 상대방 국가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활용하기에 오염원 배출이 되는지 사회구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국제이해 능력이 탁월한 다음 세대가 되면 이 문제는 더 풀기 쉬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과학으로 풀고 강력한 조치로 돌파해야.

탈원전 문제 포함 중장기 종합 보고서는 내년 9월에 낼 것.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환경 문제 풀어야.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그런 점에서 한국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민족정신도 중 요하지만 세계시민정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시각만이 아니라 남의 시 각으로도 세계 환경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여러 나라 수반들을 보라. 트럼프, 시진핑, 아베, 보리스 존슨 모두 ‘내셔널 리더’(국가지도자)이지 ‘세계 지도자’가 아니다. 이런 시대에 더욱 효과적인 환경 외교를 추진하려면 우리부터 세계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좋은 사례가 있을까.

“유엔 사무총장 당시 일화를 말하겠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밤에 많은 업무 를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매우 늦은 시각에 푸틴 을 만나 외교적 협의를 한 전설적인 선례가 있다. 그 외에는 푸틴 만나는 것을 상당히 곤혹스러워한다. ‘낮에 피곤하게 일하고 늦은 시간에 또 그 사람 만나야 하느냐’는 식이다. 나도 글로벌스탠더드에 안 맞지 않느냐는 통념을 깨고 야간에 크렘린을 방문해서 40분 정도 면담을 가졌다. 낮 시간과 달리 의외로 진솔한 이야기를 푸틴이 많이 했다. 중동 국가수반이나 왕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의 나라 사람의 마음을 열려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행동의 배경을 갖고 움직이는지 잘 살펴야 한다. 세계 시민 정신은 그런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 달라.

“환경문제는 대부분 과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신조 다. 첫째, 과학적 처리. 두 번째. 현실적으로 납득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강 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 셋째. 2019년 가을 단기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2020 년 9월 중장기 종합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 반기문 · 전영기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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