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 감사보고서 상의 공무원 범죄 권력에 굴종한 공무원은 국민 배신한 것

류제화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문서삭제 범죄 벌어진 일요일 밤의 산업부 원전정책과

2019.12.1. 일요일 밤 11시 24분, 세종시 소재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 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업무를 담당했던 A서기관은 다음날 오전에 예정된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을 앞두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보름 전 A서기관으로부터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C국장은 부하직원들이었던 B과장과 A서기관을 불러 대책을 논의하면서 A서기관에게 컴퓨터, 이메일,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에 저장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터였다. A서기관의 직속상관이었던 B과장은 사람이 없는 주말에 자료를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료 삭제는 간단치 않았다. 기왕에 지우기로 했다면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제대로 지워야 했다. A서기관은 먼저 중요하고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를 골라 우선적으로 삭제했다. 나중에 복구돼도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일일이 파일명과 파일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저장한 후 삭제했다. 자료양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자 파일명은 그대로 두고 파일내용만 수정했다가 나중에는 파일명과 파일내용 모두 수정하지 않은 채 폴더째로 삭제했다. 그렇게 A서기관은 새벽 1시 16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자료 총 122개 폴더에 담긴 444개 문서를 삭제했다.

그날 밤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국가의 중요 정책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공문서를 삭제한 A서기관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정권교체 뒤 공약이행 지침은 “전력수급 상황 보며 가급적 조기 폐쇄”

문재인 대통령은 2017.5.9.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41.0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2위인 홍준표 후보와는 557만951표 차로 역대 최다 표차를 기록했다. 그는 다음날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국민은 열광했고, 국정지지율은 80%에 육박했다.

새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7.19.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면서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을 포함시켰다. 월성1호기는 전력수급상황을 고려해서 가급적 조기에 폐쇄하는 것으로 정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부는 2017.10.24. 열린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의결하면서 월성1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서 조기폐쇄하기로 했고, 원전의 단계적 감축 방안은「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등에 반영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2017.12.29.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하는 것을 전제로 2018년 상반기 중 경제성, 지역수용성 등 계속가동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폐쇄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월성1호기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이었다. 정부는 출범 후 숨가쁘게 월성1호기 조기폐쇄라는 종착역을 향해 내달렸다. 마지막 열쇠는 한국 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한수원’)가 쥐고 있었다. 한수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원안위’)에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해야 했다. 모두의 이목이 한수원에 쏠렸다.

“행정지도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의 행사에 가탁(거짓 핑계를 댐)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실질은 정당한 권한 외의 행위를 함으로써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2도6251 판결, 대법원 2011.7. 28. 선고 2011도1739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정절차법 제48조 제1항은 행정지도는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행정지도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부당하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수원을 관리·감독하는 산업부 공무원들로서는 한수원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경제성 등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하여 월성1호기의 구체적인 폐쇄시기를 결정하도록 지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한수원의 의사에 반해 부당한 강요행위를 할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이후 월성1호기의 처리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며 ① 즉시 가동중단, ② 1년 추가 가동 후 정지,③ 2.5년 추가 가동 후 정지, ④ 설계수명인 2020. 11.까지 4.4년 계속가동 등 4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었다. 2018.3.19.과 2018.3.29. 두 차례 회의 를 열어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설계수명인 2022. 11.까지 4.4년을 계속가동 하는 방안이 가장 이익이지만 정부정책 등을 고려해서 원안위가 월성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할 때까지 ‘2.5년 추가 가동 후 정지하는 방안’으로 추진 및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언제 가동중단 하나”질문 하나에 묻지마 즉각 중단 진행

그런데 2018.4. 초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2018.4.2. 행정관에게 산업부로부터 월성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장관까지 보고해서 확정한 보고서를 받아보라고 지시했고, 행정관은 2018.4.2. 및 4.3. B과장에게 전화해 비서관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행정관은 B과장에게 청와대 보좌관이 월성1호기를 방문하고 돌아와서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점을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게시하자, 대통령이 월성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며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장관은 2018.4.3. 행정관의 전화를 받고도 즉시 가동중단 외에 2.5년 추가 가동 후 정지하는 방안 을 포함한 보고서를 들고 온 B과장을 질책하면서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 결 정하는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다음날 장관의 뜻대로 수정된 보고서가 산업부의 방침으로 결정됐고,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실에도 전달됐다.

산업부 내부가 정리됐으니 이번엔 한수원 차례였다. B과장은 2018.4.4. 한수원 직원들을 산업부로 불러들여 즉시 가동중단이 산업부의 방침임을 통보 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2018. 4.10. 삼덕회계법인과 「월성1호기 운영정책 검토를 위한 경제성 평가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초 용역설계서에는 있었던 2.5년 추가 가동 후 정지하는 시나리오를 아예 제외하고 즉시 가동중단하는 방안과 설계수명까지 4.4년 계속가동하는 방안만 비교해서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경제성 평가의 핵심은 이용률,판매단가,비용인데, 삼덕회계 법인이 2018. 6.11. 한수원에 최종적으로 제출한 용역보고서는 초안에 비해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현저히 낮춰 계속가동 시의 전기판매 수익은 낮게 추정한 반면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비용은 과다하게 추정했다. 결과적으로 월성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 감사원 문답 과정에서 C국장은 “장관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하면서 한수원이 폐쇄시기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경영상의 자율성을 침해했을 수 있고, 의사결정에 부담을 준 것”이라고 시인했고, B과장은 “저도 장관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는데, 한수원 직원들도 동일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전에 이미 산업부가 답 정해 놔

A서기관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라는 정부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한수 원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있다고 결과가 나오면 한수원 이사회에서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통과시키기 어려울 수 있어 최대한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없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와야 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한수원 직원은 “B과장이 장관의 지시로 월성1호기는 조금이라도 재가동이 안 된다고 한수원측에 전달했으므로 즉시 가동중단이 가장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월성1호기의 운명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계속가동의 타당성을 평가하기도 전에 이미 정해졌음을 시사 했다. 삼덕회계법인 담당자는 한수원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 “처음에는 정확 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합니다.” 라고 썼다.

결론이 정해진 상황에서 이루어진 한수원 이사회의 의결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한수원 이사회는 2018.6.15.“월성1호기의 안전성, 지역수용성, 경제성 및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을 의결했고, 2019.2. 28. 원안위에 월성1호기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으며, 원안위는 같은 해 12. 24. 월성1호기를 영구정지했다. 결국 장관을 비롯한 산업부의 공무원들은 행정지도의 형식을 빌려 월성1호기를 2.5년 추가 가동 후 정지하기를 원했던 한수원 직원들의 의사에 반해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 및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반하여 한수원이 경제성 등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한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헌법 제7조, 정치에서 승리한 정당이 공무원 지배 못하게 해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써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정치과정에서 승리한 정당원에 의해 충원되는 엽관제를 지양하고,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하며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의 독자성과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직구조에 관한 제도적 보장으로서 직업공무원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직업공무원제도는 그러한 제도적 보장을 통해 모든 공무원으로 하여금 어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상급자 를 위해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헌법 제7조 제1항) 법에 따라 그 소임을 다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무원 개인의 권리나 이익을 보호함에 그치지 않고 국가기능의 측면에서 정치적 안정의 유지에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세력과 직업공무원 간의 권력의 분리 및 견제·균형, 즉 ‘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세력’과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직업공무원’ 사이의 역할 분담과 권력의 균형을 도모한다(헌법재판소 1997. 4. 24. 선고 95헌바48 결정, 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8헌마550 결정 등 참조).

헌법은 권력분립의 차원에서 직업공무원제도를 보장한다.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공무원에 대한 정치세력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막는 1차 방어막 역할을 한다면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직업공무원제도는 공무원이 정치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직업공무 원제도가 무너지면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에 맹종하는 수족으로 전락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신분상의 안락함은 한껏 누리면서 공직에 대한 소신을 지키지 않는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배신자와 다름없다.

B과장은 2018. 4. 3. 월성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산업부의 입장을 정리해 보고하라는 청와대 행정관의 전화를 받고도 즉시 가동중단 외에 기존에 논의하던 2.5년 추가 가동 후 정지하는 방안을 포함한 보고서를 장관에게 내밀었다. 비록 장관의 호된 질책이 있은 뒤 보고서는 바로 수정됐지만, 잠시나마 정치세력의 위법·부당한 요구에 직업공무원이 저항한 그 순간만큼은 합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날 B과장이 장관에게 들고 간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A서기관과 B과장의 고뇌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소신을 지키지 못했다.

선출된 권력, 민주적 통제 자의로 휘두르면 인치로 타락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020.11.6.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고 “이번 수사는 검찰이 정부정책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했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며칠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월성 1호기 폐쇄는 19대 대선 공약이었다. 정책 그 자체를 감사 또는 수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를 대선 공약으로 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그에 대한 어떠한 문제제기도 민주주의, 나아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는 취지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이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합의에 귀착돼야 한다는 통치원리일 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통치자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심지어 고도의 정치적 의미를 가진 대통령의 통치행위조차 법률에 우선할 수 없으며 사법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국가작용이 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치주의(rule of law)와의 건강한 긴장관계 속에 존재한다. 민주주의가 법치주의를 넘어서면 국민은 법 내지 시스템에 의한 지배(法治)가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통치자 개인의 자의에 의한 지배(人治)를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집권여 당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와 같은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감사원의 직무감찰규칙 제4조 제2항 제4호는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를 직무감찰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정책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판단, 자료·정보 등의 오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절차준수 여부 등은 감찰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점검한 감사원 감사가 적법한 이유다. 정책결정과 집행 및 그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검찰의 수사도 정당하고 적법하다. 월성1호기 감사원 보고서는 한국의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원칙, 직업공무원제도에 대한 명백한 경종 이다. 헌법적 가치인 법치주의, 나아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월성1 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 류제화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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