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주당 귀환에 위협 느낄 것 한국, 미·중 등거리 외교 안 통할 듯

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재학생. 덩샤오핑에서 시진핑까지 중국의 대내외적 변화를 다룬 책 <거대한 코 끼리, 중국의 진실>의 저자. 서울신문 등에 다양한 주제로 정기 칼럼을 쓰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가우탐 무쿤다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인디스펜서블>에 서 자신이 만든 ‘지도자 여과 이론’이라는 분석 틀을 제시했다. 무쿤다는, 중앙 정계에서 동료 정치인에 의해 오랫동안 검증된 지도자들을 ‘여과형 지도자’로, 중앙 정계 바깥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소략한 검증만 거치고 지도자가 된 이들을 ‘비여과형 지도자’로 분류했다. 이 두 지도자 유형은 아주 다른 방식의 정치를 수행한다. 여과형 지도자는 이미 검증과 여과를 통하여 그의 개성을 죽였기 때문에, 기존 질서의 문법을 받아들이는 온건한 성향을 띠며, 당에 상관없이 기존의 흐름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비여과형 지도자는, 기존정치의 문법을 받아들이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심지어 소속된 당에서도 고개를 저을 변화를 추구한다. 그렇다면 어떤 지도자가 더 훌 륭한 지도자일까?

무쿤다는 이에 대해서 누가 더 낫다는 식의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는 대신 특정 유형의 지도자가 적합한 상황에 주목한다. 평시에는 여과형 지도자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어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과형 지도자는 그 보수적 성향 때문에, 중대한 전환기를 마주했을 때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 무렵에 호출되는 것이 아웃사이더이자 와일드 카드인 비여과형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모험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그들의 역사적 평가는 극단으로 갈릴 때가 많다. 즉, 미국사에서 분열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연 위대한 지도자들로 평가받거나, 극단적 정책으로 위기와 분열을 심화한 실패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정리하자면, 지도자 유형에 따라 여과형의 성과는 평균에 수렴하고, 비여과형의 성과는 극단으로 갈린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은 기존 시스템에서 여과된 지도자, 트럼프는 돌출형

무쿤다의 지도자 여과 이론은 특히 트럼프를 볼 때 아주 잘 설명이 되는 것 같다. 그는 정가에서 한 번도 검증되지 않았던 전형적인 비여과형 지도자였고, 그의 정치는 언제나 파격과 모험 그 자체였다. 물론 그는 위대한 비여과형 지도자인 링컨이나 FDR(프랭클린 루즈벨트)과 같은 능력을 보유하지 못했기에, 그가 추구한 목표는 대개 성공하지 못했고 그의 행보는 국제적, 사회적 분열과 갈등만 자극할 따름이었다. 바이든은 그런 면에서 트럼프와 정반대의 지도자다. 그는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중앙 정가에 수십 년 동안 있었고, 오바마행정부에서는 부통령까지 역임했다. 그는 트럼프와 같은 파격을 추구하기보다는 그가 익숙한 워싱턴 정가와 민주당 행정부의 맥락에서 정국을 끌고 가려 할 것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당연한 것도 같은 무쿤다의 이론에 입각하여 바이든시대 를 예측하려면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질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기존 질서를 거 부했다. 바이든은 기존 질서를 복원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그 ‘기존 질서’란 무 엇일까? 이에 관해서는 거대한 미국의 역사와 사회의 맥락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외정책, 특히 대중전략에 관해서 그 ‘기존 질서’는 상당히 쉽게 지목할 수 있다. 바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작동하였던 오바마 노선이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상당수가 오바마 노선에 대한 거부로 설명된다. 그는 오바마 후기 핵심적인 외교 사업이었던 이란 핵합의는 순식간에 뒤집었지만,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를 기한다며 무시하던 북한에는 막대한 공을 들이며 온갖 쇼를 보여주었다. 오바마가 정립한 노선을 이렇게 휘 저어버린 트럼프를 보며 민주당은 속만 끓여야 했다. 그리고 4년 만에 그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권토중래하였으니, 그가 트럼프가 헤집어 놓은 오바마 외교를 현 상황에 맞게 다시 추진할 것이라 추측하는 것은 합리적일 것이다.

뉴딜 정책과 레이거노믹스는 정권 바뀌어도 지속돼

그러나 바이든이 단지 오바마 시기 검증된 여과형 지도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정책이 과거를 무조건적으로 답습할 것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비여과형 지도자는 기존 지도자들은 할 수 없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어 내기에 진정 중요한 이들이다. 때문에 미국 역사에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비여과형 지도자가 만들어 놓은 정책이 정권 교체 이후에도 초당적 합의를 유지한 채 지속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대표적인 미국의 정책적 전환이었던 FDR의 뉴딜이나 레이건의 레이거노믹스의 경우, 정권 교체 이후에도 공화당의 아이젠하워나 민주당의 클린턴에 의하여 큰 골조는 유지된 채로 지속되었었다. 이는 미국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였을 때 달성된 정책적인 방향 전환이, 양당의 주류에 의해서도 수용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사회의 극도의 분열상을 보여준 트럼프-바이든 관계라 할지라도 이런 경향은 분명히 관찰되는데, 특히 2010년대를 거치며 미국 외교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중국 문제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니 바이든은 오바마 외교의 전체적인 방법론은 유지한 채로 트럼프가 내세운 대중국 강경 노선을 수행하려 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먼저 바이든이 계승하고자 하는 오바마 외교를 다시 복기해보자. 트럼프에 우호적인 일부는 바이든이 친중파임을 우려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강경 노선이 후퇴할 것을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오바마 시기의 대외정책이 때로는 은연중에, 때로는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하여 이루어졌음을 생각하면 타당하지 못하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이 오바마 재임 시기 (2008-2016)에 차츰 위협 받기 시작했음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다. 오바마가 선거에서 승리한 2008년은 미국이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휘청 거리고 있던 시기였으며,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예산과 전략 자산들이 중동이라는 수렁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틈을 노려 중국은 도광양회라는 구호 뒤에 숨어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으며, 중국이 새롭게 확보한 거대한 부는 자연스레 군비증강으로 이어져 나아가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에 큰 위협이 될 것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오바마는 중국이 제기하기 시작한 이 위협을 명확히 인지하고, 걸프전 이래로 20년 가까이 자리 잡았던 미국의 안보 전략을 대대적 으로 수정하고자 나섰던 것이다.

물론 오바마가 임기 처음부터, 또 노골적으로 대중국 압박을 전개하지는 않았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신뢰하는 세계화주의자였던 오바마는 중국과의 무역을 비롯한 각종 관여를 통해서 미국이 보고 있는 이득 또한 중요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초창기 미국 전략가들의 구상과 달리, 중국이 미국식 자유주의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독특한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발전시키는 게 명확해지자 오바마 행정부는 점점 중국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0년,미군은 공군과 해군의 정밀한 작전 공조를 추구하는 공해전(Airsea Battle) 교리를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 연안과 나아가 서태평양 전체에서 미군 세력을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A2/AD(반접근 지역 거부) 전략에 대응하고자 한 것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에는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을 통해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천명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앞으로도 온존할 것이며 그를 위해서 아시아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에는 태평양 연안에서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환태평양 경제적 동반자 협정(TPP)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과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의 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중국견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권, 박근혜의 친중 행보에 싸늘한 시선

오바마가 집권 후반기에 가장 많은 공을 기울인 이란 핵협상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얼핏 보면 이란 핵협상은 중동 지역의 최대 현안이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유라시아 전체를 체스판으로 상정하는 세계 패권국이기에, 이란과 중동의 문제는 결국에는 동아시아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오바마가 집권하자마자 맞닥뜨렸던 난국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부시 정권 시기 테러와의 전쟁으로 급 격하게 악화된 중동에서의 전략적 여건이었다. 수많은 미군이 침략전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전장에서 희생되고 있었고,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분노에 차 있었다.

오바마는 이미 전략적으로 얻은 것 없이 잃은것 만 가득한 중동에서 재빨리 발을 빼 미국의 국력을 훨씬 근본적인 위협인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듯하다. 그러나 이런 오바마의 기대가 무색하게, 2010년부터 연쇄적으로 아랍 독재 정권이 붕괴하고, 부시 정권이 헤집어 놓았던 이라크의 공백 지대에서 ISIS라는 글로벌 테러 집단이 등장하면서 오바마는 계속해서 중동 문제 해결에 공력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중동에서 나오기 위해 택한 해법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30년 넘게 미국과 적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이란을 정상국가화하고, 이란에게 국력에 합당한 역내 지위를 보장하여 중동에서 미국의 관여 전반을 축소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자원을 노리고자 이란에 접근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될 수 있었다.

오바마의 일본에 대한 우호적 움직임과 임기 말 한국에 대한 싸늘한 태도가 보여주는 대비도 중국이라는 틀로 본다면 명쾌히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마 중국의 북한 흡수 통일 협조를 염두에 두고 중국 측에 아주 열렬히 접근했던 것 같다. 그 상징적 장면은 2015년 중국의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하여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것이었다. 이런 행보는 한국과 일본을 상호 협력하게 하여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안보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게 하려 했던 미국의 전략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면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과정에서 중국의 희토류 금수 조치로 엄청난타격을 입은 일본에서는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 크게 세를 얻었고, 이후 아베 정권은 이런 정세 판단 속에서 TPP 참여에 적극 협조하는 등 미국과의 밀착 노선을 추구했다. 미국의 대전략에 대해 한일 양국이 보인 서로 다른태도는, 위안부 합의를 비롯하여 한일 양국이 관여된 이슈에서 미국이 일본 측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한국 일각에서 미국에 대한 반발 을 가져왔지만, 사실 이는 전통적인 동맹국을 미국의 세계 전략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시키고자 한 미국의 입장에서는 아주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바이든 시대에도 오바마·트럼프 때 중국 견제 계속 이어져

이런 점을 종합해보았을 때, 오바마와 트럼프는 모든 것이 달라 보이지만 중국을 위협으로 느낀다는 것에서만큼은 중대한 공통점을 갖는 셈이다. 물론 두 지도자의 대중관이 같은 논리에 의해서 도출된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질서를 공유하지 않고, 이제 적극적인 위협으로 부상할 것을 우려했기에 중국 견제에 나섰다. 그렇기에 만약 중국이 자유주의를 받아들인다면 오바마는 보편주의적 입장에서 중국을 계속해서 품으려 했을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는 대중 무역 적자, 중국의 기술 굴기 시도와 지적재산권 침해 등, 중상주의적인 관점에 입각해 중국을 바라보았고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가 선택한 해법은 무역 전쟁이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건, 오바마와 트럼프 두 지도자의 관점 차가 다른 국가를 상대할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중국을 제외했을 때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큰 적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중국에 비하면 경제규모도 비교도 안되게 작았고, 산업이나 군사력 면에서도 미래의 잠재적 위협이라고 볼 근거는 전혀없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구소련 국가들과 동유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자유주의 질서를 대놓고 위협했고, 이에 오바마는 러시아에 대해 각종 제재를 부과하며 푸틴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반면 트럼프에게 러시아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러시아가 전혀 위협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트럼프는 오바마가 공들였던 우방국인 독일과 일본을 때렸는데, 이는 두 국가의 수출이 미국의 무역 수지를 위협하기 때문이었다. 두 지도자의 세계관 차이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중국에 대해서는 유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설명하는데, 자유주의 질서와 미국의 무역 수지를 모두 위협하는 국 가는 중국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같은 오바마 시대의 대외정책에 대한 검토는 바이 든 시대 미국의 대외 전략이 어떻게 재구성될지를 파악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바이든 시대의 외교가 ‘오바마 노선의 복원 하에서 트럼프가 이룬 전환의 수용’이라는 기조로 전개될 것을 전제한다면 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지 난 10여 년 간의 역사를 보았을 때, 아마 큰 틀에서 다음의 정책과 노선이 추구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때와 달리 이란·독일·일본과 우의 강화할 듯

먼저 오바마가 역점을 두었던 정책인 대 이란 관계의 정상화가 다시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지 중동 문제에 국한해서 볼 것이 아니다. 중국은 트럼프 시대 미국이 이란에서 철수한 것을 계기로 이란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획득하였으며, 이란을 에너지 수급 통로이자 각종 인프라 사업과 상품 수출 의 기지로 삼고자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시 이란을 미국 쪽으로 끌어와 중 동의 헝클어진 역학을 맞추고, 페르시아만을 향한 중국의 진출 기도를 막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중동에서 축소한 영향력을 인도-태평양으로 보내는 재균형이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독일,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과 다자주의 협력을 복원하려 할 것으 로 보인다. 트럼프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접어든 미중 갈등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독자적 기술 표준을 구축하려 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신경질적인 반발이었다. 이런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는 데는 독일, 일본, 한국 등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제조업 강국들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일본은 중국이 돌파하고자 하는 도련선을 형성하는 축이자 해군 강국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막대하기 때문에, 미국은 일본을 적극적인 지정학적 행위자로 끌어오고자 노력할 것이다.

바이든이 계승하고자 하는 오바마 노선이 다자주의와 국제규범에 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전통적인 우방을 넘어 중국을 둘러싼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접근도 다시 활발해질 것이다. 2010년대 아시아에서 벌어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역내 국가에 대해서 중국이 경제적 교류를 지렛대로 영향력을 대폭 확대했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필리핀, 파키스탄 등에서 중대한 영향력의 확대를 이루었고, 그 밖의 국가들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런 변화는 미국이 국제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내려놓고자 했던 트럼프 집권기 4년 동안 더욱 가속화되었다. 중국의 세력 투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협조적인 유라시아 와 인도양의 포위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가 더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중국의 독자적 기술 표준과 시스템 수출 추구로 미국과 충돌할 것

한편 트럼프 시대와 비교했을 때, 그리고 어쩌면 그 이전 오바마 시대와 비 교했을 때도 미국 외교의 이념적 성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를 거치며 중국은 독자적인 기술 표준을 수립하고, 자신들의 독특한 당-국가 체제와 정보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국가 체제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이런 중국식 정치경제 체제가 수출까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오바마를 비롯한 전략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임이 분명했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COVID-19 사태로 국가의 통제가 세계 전반에서 강화되면서 시스템 차원에서 위협의 가능성은 더더욱 커졌다. 이는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 교류를 통해 중국을 자유민주주의로 전환시킬 것을 기대했던 비둘기파가 항상 존재했던 오바마 시대에는 분명 제기되지 않았던 도전이다. 이런 도전에 맞서서, 미국은 중국과 체제면에서 갖는 차이를 더욱 부각하고,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자유주의의 매력을 강조하며 그 실현은 오직 미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 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4년 만에 맞이한 이런 정책적 노선에 어떻게 대응하고자 할까? 중국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트럼프 대신에 ‘온건한’ 바이든을 맞이하게 된 것에 좋아할 것이라는 몇몇 평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중국은 민주당의 귀환을 더 본질적이고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민주당이 미국 주도 하의 자유무역을 다시 복원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측에 좋게 작용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패권 경쟁에 있어서는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인 보편주의, 다자주의, 국제공조를 흩트려 놓은 트럼프가 ‘대중국 강경 노선이라는 유산만 남기고 떠난 것은 중국에게는 오히려 더 치명적인 결과일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의 강점을 다시 수습한 민주당이 그런 무기들을 갖고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물론 상기의 내용은 모두 일정한 추측이고, 따라서 향후 4년간 전개될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2010년에 아랍 봉기가 일어나고 2014년에 ISIS가 국가를 선언하여 중동을 다시 국제 문제의 중심에 돌려놓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고, 실제 이런 급변 사태는 오바마 정권의 외교 전략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바이든 집권기에도 이런 블랙스완이 발생하여 사태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편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여당이 된 민주당이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진 상태라는 것이다. 오바마와 트럼프 시대를 거치며, 민주당 내에서는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등이 주도하는 좌파그룹이 상당히 세를 얻었고, 이는 오바마, 클린턴, 바이든 등으로 이루어진 민주당 주류와는 상당히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하며, 세계화가 미국인의 삶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는 데서는 트럼프 지지층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중국이 제기하는 국제 문제에 대응하고 그 힘의 기반으로서 세계화를 추구하는 민주당 주류 입장에서는 당내 좌파와 의 갈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 한다면 외교 정책에 있어서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민주당 주류, 좌파와 갈등으로 외교 정책 파탄날 수도

하지만 이런 몇 가지 변수를 고려에서 제외한다면, 바이든 시대에도 한국에 제기된 도전은 여전히 같은 구조를 유지한 채 계속해서 심화될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를 축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엮어내는 동맹 체제를 구축하고, 자유주의 이념에 입각하여 중국과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독자적 기술 표준을 구축하려는 중국에 대항한 디커플링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미중 간 등거리 전략을 통해 이익을 봐왔던 지난 30년간의 전략이 지속 가능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과의 핵협상이 재개되고 일본의 위상 상승이 있을 것을 고려한다면, 북한과의 협조를 통해 강대국 사이에서 자주성을 획득하고, 일본을 압박하면서 국내적 지지를 동원하던 현 정부의 기조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의 많은 식자들이 트럼프의 낙선에 안도했지만, 바이든의 재선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다시 지정학의 격랑 속으로 몰아넣을 것 같다.

– 임명묵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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