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는 동해” 플레이스 브랜딩 성공 재생과 치유의 도시가 다음 먹거리

고종관 보건학 박사,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가천대 초빙교수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전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대표

코로나19 이후 도시 지형도의 변화

코로나19 이후 도시의 지형도는 어떻게 바뀔까. 도시는 어떤 형태로 성장하 고 진화할 것인가. 지난 10월 개최된 인천세계도시브랜드포럼에서 기조연설 을 한 도시브랜드 전문가인 플로리안 카퍼 박사의 진단이 흥미롭다.

그는 코로나19가 지금까지 대도시로부터 주목받지 못했던 중소도시나 농 어촌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들 지역이 붐비지 않고, 안전하며, 일과 휴식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카퍼 박사는 “코로나 이전에는 도시가 너무 과밀해 관광객이 환영받는 느낌 을 받을 수 없었다”며 “이제 관광객은 에펠탑과 같은 랜드마크나 인프라보다 사람과의 경험을 중시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안전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스 브랜딩(Place Branding)’을 강조했다. 관광객 유치는 물론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플레이스 브랜딩(장소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쉽게 표현해 ‘지역 또는 장소가 어떻게 보이게 하느냐’하는것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포지셔닝이나 콘셉트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 이다.

우리나라에 도시브랜드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1995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자체는 심볼, 표지 물,시설물 등 시각적인 상징물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출렁다리나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조망대와 산책로를 만들었지만 그 이상의 문화적 경험을 체험토록 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 같은 천편일률적인 브랜딩 작업은 지자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퇴색 하고 있다.

무엇보다 플레이스 브랜딩은 차별성이다. 타도시에는 없는 독특한 자원을 발굴해 도시가 갖고 있는 자연과 안전한 환경, 철학과 문화, 신념과 의지가 융복합될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해시는 타 도시 특히 대도시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포지셔닝되고, 어떤 이유로 찾고 있을까. 또 머무르는 기간과 재방문 회수는 얼마나 되며, 부정적 이미지와 긍정적 이미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동해시의 새로운 포지셔닝, ‘재생과 치유’

산업재생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무릉3지구

동해시는 산과 바다로 둘러쌓여 다른 동해 연안의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배후도시가 없다. 인구유입이나 산업의 외연을 확장시킬 공간적 접근성이 떨어진다.

다행히 천혜의 자연은 동해시를 돋보이게 할 유일한 자원이다. 두타산과 청옥산으로 대표되는 백두대간 줄기는 동해시에 이르러 바다와 가장 가깝게 위용을 자랑하면서 뻗어오다 내륙으로 방향을 튼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절경을 10분 이내에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동해시다. 이 같은 지정학적 위치는 동해시의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해 연안 다른 도시보다 2~3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동해시에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차별화된 명소가 많다. 예컨대 애국가 첫 소절에 등장하는 촛대바위의 일출, 황금박쥐가 서식한다는 도심 속 천곡동굴, 울산바위에 버금가는 비경 베틀바위, 임진왜란 당시 저항의 상징인 두타산성, 명사십리로 일컬어진 국내 최장의 망상해수욕장, 자연산만을 고집하는 묵호항 회센타, 러시아산 대게와 랍스터의 최대 집산지 대게마을 등등 생각나는 대로 적어도 이 정도다.

동해시는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2008년 도시브랜드의 슬로건을 ‘동(動) 트는 동해(東海)’로 정하고, 건강체험 휴양도시, 그리고 해양·산악레포츠 관광도시의 성장성을 추구해왔다.

이 같은 플레이스 마케팅이 1단계 작업이었다면 2단계는 형이상학적인 브랜딩 작업이다. 최근 몇 년간 추진되는 일련의 프로젝트, 즉 플레이스 브랜딩을 형상화하는 ‘재생과 치유’라는 콘셉트가 그것이다.

심규언 시장이 2012년 취임하면서 시작된 새로운 포지셔닝은 ‘산업재생’ 이다. 과거 이곳은 석회석이 풍부해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주택공급의 근간이 됐다. 하지만 지하자원 개발로 인해 산림은 마구 파헤쳐져 상처로 신음했고, 돌이킬 수 없는 흉터로 남았다.

논골담길 벽화마을

현재 120만㎡에 이르는 폐광 지역엔 ‘무릉3지구 산업재생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50여 년간 석회석 채굴로 황폐화된 지역에 힐링과 문화를 이식하고, 차세대를 위한 환경보호와 산업개발의 교육현장으로 가꿔나가는 지난한 작업이다.

이곳의 도시재생 사업은 이미 논골담길 벽화마을 조성에서 시작됐다. 바람의 언덕 묵호등대마을로 이어지면서 동해시의 플레이스 마케팅의 시작을 알렸다. 거친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마음 조리던 아낙네의 ‘바람의 언덕’은 이제 연인들이 카페에 앉아 태평양을 조망하며 사랑을 속삭이는곳으로 변신했다. 명태와 오징어가 사라지면서 황폐화되기 시작한 이곳 덕장마을은 이렇게 동해시의 관광명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동해시는 이제 도시 및 산업재생 프로젝트로 리뉴얼되면서 타도시와 경쟁 할 수 있는 ‘차별성’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 동해시는 무릉3지구 정원조성을 위한 시민가드너와 산업·생태 스토리텔러 양성, 환경교육 학습장을 운영할 계획이어서 시민참여형 공간가치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역사를 관통하는 액션플랜은 지금부터

삼화사 수륙제

우리나라는 전국토의 64%가 삼림이다. 게다가 3면이 바다에 연해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도시가 내세우는 수려한 자연과 특산물 마케팅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식상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홍보전략은 도시별 경쟁이 치열할수록 퇴색한다. 일회성 관광자원으로는 손색이 없지만 지속적이며, 체류형 관광지로 지속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만일 동해시가 산업재생 프로젝트로 리뉴얼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다른 도시들처럼 대동소이한 마케팅이라는 한계에 봉착했을 것이다. 플레이스 마케팅은 단순히 지역의 유명세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 시각적인 단면이 아니라 장소에 기반한 도시브랜드의 문화적·정신적·교육적 가치를 다면적으로 공유하고, 체험토록 해야 한다.

동해시는 역사적으로도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잠재된 곳이다. 예를 들어보자. 동해시 발한동에선 주먹도끼·사냥돌 같은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다. 이후 중·후기 구석기시대와 무문토기인들이 남긴 지석묘 등 청동기시대를 거치면서 면면히 이어온 조상들의 삶의 흔적이 광범위하게 속살을드러낸다. 삼한시대에 존재하던 ‘실직국’은 신라에 병합됐지만 엄연히 역사의 한 페이지에 초기국가로 이름을 올린다. 이후에도 신라와 고구려, 백제의 경계에 위치한 탓에 북진과 남진 분쟁 시마다 수많은 백성이 피를 흘렸다. 전쟁의 상흔은 임진왜란까지 이어져 두타산성에선 동해를 지키기 위해 이름 모를 청장년이 스러져갔다

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천년사찰 삼화사에선 매년 국행수륙대제를 연 다. 국가는 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중요무형문화재 제125호로 지정하고 있다. 재생과 치유의 공간인 동해시의 역사적 배경은 이처럼 멀고도 험하면서도 우리의 상흔과 맞닿아 있다.

재생’이 파괴됐던 자연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달래는 과정이라면, ‘치유’(힐링)는 아픔과 시련을 딛고 새살을 돋게 하는 마음챙김의 완결판이다.

이렇게 동해시의 플레이스 콘셉트를 정했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액션이다. 어떻게 ‘재생과 치유’라는 상징성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해야 하는 것일까.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상위 개념인 ‘재생과 치유’의 주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역 경제를 일으키고, 지속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 또 강릉·삼척·울진과 같은 동해연안의 다른 도시와는 차별적·문화적 콘셉트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도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IT기술의 성장 수혜를 얻을 수 있는 실행전략도 필요하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치유 시장’

‘요가와 명상’은 ‘재생과 치유’로 가는 수단이자 방법론이다. 자기성찰과 내면을 관찰하는 시간은 곧 치유의 시간이며, 균형과 화합을 통해 자아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재생이다.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룻배를 타야 하듯 요가와 명상을 통해 우리는 마음의 충만함이라는 피안의 세계에 도달한다.

요가와 명상은 이미 종교의 세계를 넘어 전 세계인의 정신건강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해소나 수면장애 개선 뿐 아니라 생산성과 경기력 향상,약물중독과 우울증 치료, 심지어 암환자와 각종 성인병 환자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하게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명상시장 규모는 미국의 경우만 2015년 9억5900만 달러에서 2017년 12억1000만 달러로 껑충 뛰고, 올해엔 20억8000만 달러(약 2조2600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데이터브릿지 마켓리서치의 분석에 따른 2027년 예상치는 무려 90억 달러다.

명상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명상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2019년 기준 명상앱 상위 10개사의 매출액은 1억9500만 달러(2100억 원) 에 이른다.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Carm’은 2012년 영국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9년 기준, 매출액이 9200만 달러(약 1000억 원)로 1위를, 다음으로 ‘Headspace’가 5600만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이 두 회사는 2019년 각각 10억 달러(1조900억 원)와 3410만 달러(약 37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KD마켓 인사이트는 글로벌 명상앱 시장이 2020~2025년 연평균 7.8%씩 성장해 21억 달러(2조2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멘탈헬스에 대한 관심과 ICT(전자통신기술)와 연동된 스마트 헬스케어의 확산, 고령화가 그 배경이다. 실제 미국의 노인 53%가 주 1회 이상 명상을 한다고 이 분석기관은 설명한다.

명상인구가 늘어나자 이와 연계된 다양한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뉴욕의 명 상 스튜디오 비타임은 1만5000개 이상의 LED 조명으로 장식된 버스에서 즐기는 명상 수업을 개발했다. 사이트를 통해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수업료는 15분에 11달러, 30분에는 22달러로 결코 싸지 않다. 이곳은 인근 호텔과 제휴를 맺고 레슨을 원하는 고객에게 명상세션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같은 뉴욕의 루빈 뮤지엄은 매일 오후 1시에 미술작품에 명상을 접목한 수업을 열고 있다. 소장 미술품 중 하나를 명상 주제로 삼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는 수업에 따라 19달러부터 120달 러까지 다양하다.

앱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2000여개가 난립하면서 요즘에는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을 활용해 생생한 체험이 가능한 독특한 콘텐츠도 소개된다.

듀크대학 출신인 한국인 김윤하 씨가 2016년 만든 명상앱은 명상 강사들이 직접 참여해 마니아층을 흡수하고 있다. 350만 명의 회원이 가입한 이 앱은 2018년 1300만 달러(약 141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명상시장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동안 강습형태로 진행되어오다 이번 코로나 19로 된서리를 만났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진통으로 국내 명상인구도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종교적인 색채를 배제한 단월드, 국선도, 마음수련, 깊은산속 옹달샘 등 다양한 단체의 활동이 중단 없이 회원을 넓히고 있어서다.

최근 구설수에 오른 혜민스님의 명상앱 ‘코끼리’로 국내시장을 대충 가늠해 볼 수 있다. 코끼리는 지난해 8월 런칭해 1년 만에 가입회원 33만명을 돌파,국내 건강&피트니스 분야 앱 중 매출순위 2위를 기록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2019년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명상에 비해 요가시장의 규모는 훨씬 더 크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2019년 374억6000만 달러(약 40조7000억 원)규모에서 계속 성장해 2027년엔 두 배에 가까운 662억2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평균 9.6%의 높은 성장률이다.

지금까지 요가시장은 주로 오프라인 매출이 4분의 3정도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이 분석기관은 전망한다. 흥미로운 것은 요가 마이아들은 특별한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비경을 자랑하는 지역에선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마그네시아 요가 축제

올해 10년째를 맞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요가 컨퍼러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럽 최대의 요가축제다. 어린이를 위한 특별 이벤트도 마련돼 가족 단위의 참여자들이 많다.

프랑스 ‘샤모닉스 요가 페스티벌’은 한 여름인 7월, 알프스 봉우리들에 에워싸인 비경 속에서 요가와 명상, 춤을 즐긴다. 심신 회복을 위한 요가와 키즈 수업도 있다.

독일 ‘베를린 요가 컨퍼런스’는 전문가들이 모이는 요가대회다. 2년째를 맞이한 이 컨퍼런스에는 세계 각국의 지도사들이 모여 워크숍과 강의, 토론을 통해 요가의 철학과 발전방향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이밖에도 미국 콜로라도 덴버시 레드락에는 매년 수천 명이 모이는 세계 명 상&요가대회가 열린다. 또 헬싱키의 세계문화유산 수오멘리나 포트리스 섬에서 진행되는 ‘마그네시아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알프스 중턱에서 개최되는‘세인트안톤 산악요가 축제’, 벨기에의 ‘요가랜드’ 등에는 국내 요기들도 참여 할 정도로 유명한 국제행사다.

이제 요가 페스티벌은 요기들이 모여 정신수련을 하는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과 휴식의 균형적 삶을 원하는 워라벨 세대의 웰빙 축제가 돼 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축제에 앞서 지역 홍보에도 열심이다. 이른바 플레이스 마케팅이다. ‘환상적인 일몰’, ‘삼림 비경에서 산책하기’, ‘건강한 자연식’, ‘현지 수제맥주’, ‘토속 공연’과 같은 키워드를 만들어 마케팅을 하며 명상&요가 마니아층 유치에 진력하고 있다.

해양 치유와 삼림 치유 동시에 갖고 있는 최적의 입지

동해시의 지정적인 위치는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재생과 치유의 가치를 담고 있다. 해양치유와 삼림치유가 함께 어우러져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핫플레이스로 발돋움할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삼림과 치유의 컨셉으로 ‘플레이스 브랜딩’의 방향을 정한다면 ‘요가와 명상’은 가장 훌륭한 동해시의 포지셔닝이 될 수 있다.

‘요가&명상의 도시’ 개념을 선점하는 것은 동해시를 힐링도시로 각인시키 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물론 국내에 일부 요가&명상단체가 지자체 이름을 걸고 요가대회 등을 열고 있기는 하다. 밀양아리랑 전국요가대회나 깊은산속 옹달샘과 같은 단체의 명상 워크샵도 열린다. 하지만 아직 어떤 지자체도 도시 전체를 요가&명상의 장소로 브랜딩한 곳은 없다.

요가&명상도시의 적극적인 표방과 강력한 추진은 마니아층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수요층의 관심을 끌어내고, 확산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인프라와 표지물, 거창한 랜드마크를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지만 아이덴티티는 물론 구체적인 운영계획이나 콘텐츠가 없어 천편일률적인 사업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많이 본다. 우선 요가&명상의 확장성을 보자. 재생&치유 개념의 요가&명상은 다양한 계층으로 외연을 넓힐 있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로도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주제다.

먼저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기존의 명상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수면장애나 우울증 및 분노조절에 시달리는 사람, 다이어트를 원하는 젊은 남녀, 갱년기증후군에 시달리는 중노년층, 자폐어린이나 근골격계 질환(해수 및 온천요법 병행)자들이 모두 대상이다. 특히 부부 또는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가족사랑 명상&요가’ 등 프로그램은 가족의 가치관을 새로 심어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기업인 또는 특히 스타트업을 시작했거나 준비하는 젊은 창업자들도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 창의력 100배 높이기 ‘멘탈 부스팅 100’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뒤에 설명하는 ‘워클링’ 프로젝트와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IT분야는 물론 게임·금융업종 등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을 요하는 직업군이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이다

마케팅 방법으로 유명인사와 함께하는 ‘릴레이 명상’을 진행할 수 있다. 과거 SNS에서 확산됐던 ‘루게릭 환자를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명상과 요가는 다양한 종교와도 접목할 수 있다. 종교인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 단위의 신도 또는 신자들의 유치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특히 명상의 종류는 방법과 적용대상, 프로그램 따라 다양하게 개발할 수있다. 예컨대 차 명상, 만다라 치유명상, 웃음 명상, 글쓰기 치유명상, 춤 명상, 숲 명상, 걷기명상, 아잔브람 명상, 별보기 명상, 파도 명상 등 대상별로 접목시킬 수 있다.

명상 앱에서 시작, 치유 페스티벌 통해 MICE산업 정착을

‘요가&명상의 도시’ 동해시 프로세스는 크게 3단계로 나눠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실행전략 1단계는 명상&요가 앱을 개발해 무료로 보급하는 것이다. 가칭 ‘동해시와 만나는 ‘비타민 오션 앱’이다

동해가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 즉 바다와 산의 절경을 배경화면으로 깔면서 파도소리를 담은 앱은 명상 마니아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타산의 베틀바위, 용추폭포, 망상해수욕장의 잔잔한 파도, 추암바위의 일출은 가히 최고의 명상 영상이다.

명상앱은 코로나19로 가정 또는 자가격리시설에서 머무는 사람,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이런 분들에게 답답한 격리공간과 14일 간의 긴 시간을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 할수 있는 유익한 계기로 만들어줄 수 있다.

실행전략 2단계는 코로나19 이후를 겨냥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1단계 앱을 통해 전파한 명상&요가 마니아들을 불러모으는 행사다. 명상&요가 페스티벌을 개최해 타 도시와 차별화한 키워드를 선점한다.이를 위해선 명상&요가 마니아를 위한 시설이 사전에 마련돼야 하고, 마케팅도 필요하다. 요기들을 위해 각국에서 벌이는 SNS 마케팅 선례를 참고 하면 좋겠다.

동해시가 명상&요가로 자리매김하는 순간 ‘수퍼 푸드’와 ‘힐링 숙소’의 수요 확대 등 비즈니스수요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실행전략 3단계는 세계 속에서 동해시의 도시 콘셉트를 공고히 하는 단계다. 한국의 ‘K-Meditation’을 지구촌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략을 담는다. 세계의 명상인과 요기들을 초청해 국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이렇게 대규모로 세계 명상&요가대회를 개최한 사례가 없어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대회를 한번 치르는 것만으로도 주요 미디어와 SNS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글로벌도 시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신건강 관련 학술대회, 포럼 등 국제행사도 가능하다. 이로써 동해시는 힐링과 웰빙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동해시의 최종 목적은 MICE산업의 정착이다. MICE는 기업 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첫머리를 딴 것이다. 요가&명상으로 시작해 정신건강 또는 웰빙·힐링과 관련한 MICE로 진화하는 것이다. 재생과 치유를 컨셉으로 각종 학술회의는 물론 이벤트와 페스티벌, 공연, 전시가 뒤따른다.

명상 스쿨’을 만들어 요가 및 명상전문가를 양성하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여기에 동해시가 자랑하는 각종 수산물과 임산물을 홍보하고, 요리를 창안해 세계인을 슈퍼푸드에 빠져들게 한다. 마치 지중해식 식단이 인구에 회자되듯 동해식 식단을 세계화하는 것이다

일&힐링 함께하는 ‘워클링’ 마을을 조성하자

일본 와카야마현(和歌山県)에서도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시라하마초(白浜町).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관광지가 파산 상황에서도 오히려 관심을 받고있는 곳이다. 2017년부터 지자체가 앞장서 시작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다.

웨케이션(workation)이란 ‘work(일)’와 ‘vocation(휴가)’을 조합한 신조어다. 휴가지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한다는 개념으로 스마트워크가 도입되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 영업한 결과, 2년만인 2019년까지 도쿄 104곳의 기업과 워케이션 파트너십을 맺었다.

‘세일즈 포스 닷컴’이라는 IT회사는 이곳에 스마트오피스를 개설하고, 직원들을 3개월씩 교대로 근무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본항공(JAL)은 2017년부터 워케이션을 시작했다. 휴가지에서 와카PC에 로그인해서 일을 시작하면 근무일로 간주한다.

와카야마현의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해 워케이션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가 홋카이도(北海道)다.

이곳의 호텔은 마치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같은 시설을 갖추고 체류형 관광객을 유혹한다. 예컨대 ‘UCHI Living Stay Aozora’는 3000~5000엔의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숙박을 할 수 있고, 공용주방과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다.

현재 홋카이도는 인구감소의 보완책으로 홋카이도에 세컨하우스를 두고 도심과 시골에서 절반씩 생활할 수 있는 ‘워킹 앤 라이프’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워케이션 문화는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는 원격근무가 가능할 정도의 IT기술이 발전하고, 협업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서다. 어디서나 화상회의와 같은 원격근무 그룹웨어는 물론, 팀이나 다른 회사와 업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용 솔루션들이 개발됐다.

둘째는 인사평가 방식의 전환이다. 업무가 성과위주로 바뀌면서 기업의 인사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이 선도하고 있는 스마트 워크는 회사 컴퓨터에만 접속해 있으면 어디서 일하든 상관없는 새로운 근무형태를 확산시키고 있다.

셋째는 사무실의 변화다. 원하는 장소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의 리모트 워크(Remote Work)가 보편화하면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의 개념을 뛰어넘어 스마트오피스 또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넷째는 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겨주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휴식을 통해 직무스트레스를 줄여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인다는 개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은 이러한 기업의 ‘리모트 워크’ 문화를 빠르게 정착시키며, 나아가 대도시를 벗어난 지방 중소도시에 새로운 기회를 줄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시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숙박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중소도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체류형 관광지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 는 것이다.

체류형 관광형태인 ‘워클링(Workealing) 마을’ 조성사업은 키워드 선점이 중요하다. 워클링은 워케이션과 같이 ‘일(Work)와 힐링(Healing)’을 결합한 신조어다. 일을 하면서 힐링한다는 개념으로 필자가 만들어 봤다.

워클링 마을은 거창한 시설물을 준비할 필요 없이 스마트 오피스 같은 화상회의 공간과 통신장비 및 와이파이 설치 등 일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면 된다.

워클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직원에게는 힐링을 위한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강사와 함께 진행하는 고급 정신건강 교실이 될 것이다. 숲과 바닷가를 걷도록 하거나 사이클링, 스킨스쿠버 강습과정을 열 수 있다. 여기에 동해시가 자랑하는 해산물과 산채 등 건강식을 제공하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일본의 사례와 같이 도심의 회사가 동해시에 스마트 오피스를 개설하도록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체류형 관광’을 넘어서 ‘계절형 주민’으로 인구를 유입하는 국내 초유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처에서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답다

도시의 진화는 항상 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때론 도태되기도, 또 부흥하기도 한다. 회사의 운명이 CEO의 판단과 전략, 그리고 추진력에 따라 결정되듯 한 나라, 또는 도시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는다.

동해시는 올해로 개청 40년의 장년이 됐다. 심규언 시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선7기 2년 성과와 향후계획에 대해 “동해시 미래 100년을 준비하면서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시민 안전을 중심에 두고, 행복도시 건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제항을 갖춘 환태평양의 물류 전진기지로서, 또 제1함대 주둔지인 군사적 거점도시로 발전시키면서 ‘안전과 행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강조한 것 이다.

그동안 동해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자원개발 공급기지라는 이미지에 갇혀 도시다운 품격과 면모를 갖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교통여건이 개선되고, ‘재생과 치유’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추진함으로써 명실공히 독자성과 차별성 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러한 동해시 변화에 코로나19는 엄청난 기회로 작동한다. 일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면서 안전하고, 힐링할 수 있는 현대인의 도시 콘셉트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동해시가 산자수명한 자연 속 도시로 힐링과 문화, 그리고 워라벨 도시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상처에서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그것이 이 도시가 추구하는 플레이스 브랜딩을 실현할 뿐 아니라, 국가가 추진하는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도 부응할 수 있는 동해시만의 ‘고유의 가치’일 것이다.

– 고종관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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