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위 농산물 수출국 네덜란드 ICT+로봇기술 융합한 스마트팜 세상

김주한 (1997년생)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이사
김주한 디자인 대표

기후변화의 무게에 짓눌리다

거침없이 내린 장마는 기록적이었다.

기후변화 문제는 더 이상 먼 외딴 나라에서의 소리 없는 총성이 아니다.

집중포화가 되어 돌아온 부메랑에는, 지금껏 우리들이 기후문제에 무관심했던 만큼의 무게가 실려있을 것이다.

국토환경정보센터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경 한반도 전국이 아열대권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남부지방은 태풍,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벼 생산량이 감소하며, 식량자원의 유형 및 생태계 변화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진행속도와 전망은 세계 평균치를 상회하여, 기후변화 적응대책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절박한 상황’으로 국토환경정보센터는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래의 식량부족 문제 또한 범국가적인 화두로 자리 잡았다.

이제 이에 따른 산업의 변화와 식량문제는 그저 부정적인 시선에서 바라 본 일개의 전망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 할 필연이 되어 다가왔다.

우리의 생활양식과 산업 전반을 뒤흔들 ‘식량전쟁’이 도래한 것이다.

‘인구소멸지수’를 통해 바라본 국내 228개의 기초자치단체 중 적게는 84곳에서 많게는 100여곳이 3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추세는 농촌마을의 공동체 기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4년부터 농업의 고도화, 농업인구 고령화 대응, 청년농업인 육성 등에 주안점을 맞춰 농업분야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이하 ICT) 융복합사업 및 국내 환경에 맞는 자동화 · 선진화 모델의 개발과 보급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기후변화와 농업환경 변화를 함께 극복 할 솔루션 중 하나로,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연계하여 현재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제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ICT와 로봇기술을 융합한 ‘스마트팜 (Smart farm)’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농업에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일은 그리 최신의 일은 아니다. ‘정밀농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1980년대 미국에서부터 연구 된 이 개념은 토양, 작물, 기상 등 영농에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작물을 키워낼 수 있는 최적의 답을 찾아 재배 과정을 기계화시키는 것이다

ICT 기술로 물,비료,농약 투입량 스스로 조절

그러나 종래의 모델과는 다르게 ‘스마트팜’은 더욱 ‘똑똑한’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기존 기계화 방식의 정밀농업이 대규모의 농경지에 균일한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스마트팜은 센서와 ICT 기술을 이용해 현재 기후의 특성에 따라 비료, 물, 농약의 양과 온, 습도를 가변적으로 상황에 맞춰 스스로 조절 해나간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래예측을 통해 최적의 길을 모색하는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특히 2017년 새롭게 개정된 UN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매년 빠르게 증가해, 2050년에는 98억 명, 2100년에는 112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낮아지는 출산율과 인구감소율을 반영한 결과이다. 이에 지속적인 농경지 감소까지 이어지다 보니, 100억이 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식량증대 방안으로 ‘농경지 확장’ 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투자를 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 낫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려 ICT를 활용한 온실제어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생산성 향상 및 운반과정을 단축시켜 줄 수 있는 ‘수직농장’과 같이 실내에서 이뤄지는 ‘시설농업 (Indoor farming)’ 분야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특히 실내 ‘스마트팜’ 농업의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는 국가를 꼽자면 그것은 바로 네덜란드이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인 네덜란드는 현재 유리온실을 활용한 ‘스마트팜’의 선진국으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40% 수준으로, 농산물 수출국 1위인 미국과의 국토 면적 차이는 270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처럼 작은 나라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이 가능한 이유는 네덜란드의 농산품 생산성 때문이다. 토마토 생산성을 예로 들자면 네덜란드의 생산성은 한국의 4배, 중국의 10배에 달한다. 네덜란드의 온실에는 99% 이상 ‘스마트팜’ 기술이 보급되어 있다. ICT와 로봇기술을 활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네덜란드 농가는 사실상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한국의 ‘스마트팜’ 보급은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했을 뿐이다.

이웃나라인 일본 또한 정부의 주도 하에 대기업과의 민관합동 제휴로 ‘스마트팜’ 도입 및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미국 또한 규모화된 기업영농에 맞춰 장기적이고 더 발전된 형태의 모델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농업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팜’에 적합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개발 프로젝트 ‘Farm 2050 플랜’에 착수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유럽, 중국, 이스라엘 등이 ‘스마트팜’을 도입, 활용 중이다.

금융,교육,유통,신소재,생명과학이 농업과 연결되어야

그러나 네덜란드가 농업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농산물 생산성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농업 전반에 걸친 생명과학, 신소재, 금융, 교육, 유통, 인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연구개발을 지속하여 농업과 관련된 하나의 ‘산업 체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초반엔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정도의 활용이었다면, 지금은 그 규모와 방향을 넓혀 소매, 제조, 금융, IT 등 다양한 외부업계가 ICT와 로봇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여 응용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의 ‘스마트팜’ 관련 시장은 매해 급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연구, 투자 수준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활발한 투자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전북 ‘새만금 스마트팜 생산단지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예산 1조 원 규모의 ‘스마트팜 혁신 밸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문제점도 많다. ‘스마트팜’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농업 관련 ICT 기술의 수준이 아직 낮고, 다른 부분에서도 세계적 우위를 점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존 농가와의 사회적 합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스마트팜’을 도입하려면 기존 농가 대비 초기투자 비용이 더 확대된다. 이는 기술적 비용적 문제로 대기업의 참여가 불가결하게 되고 결국 농업시장에서 농가의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향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할 신 분야에 정부보조금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고, 기업참여를 규제하기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기존 농민들이 대기업과의 고용 · 피고용관계나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농업시장의 수직관계화가 되지 않으면서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서로 상생하고 발전할 길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따른 식품시장의 구조 변화는 비단 농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50년경이면 늘어난 세계 인구에 따라 육류 소비량은 현재의 두 배인 5억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육류 생산량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식물성 고기, 식용 곤충 등 다양한 단백질 등장

따라서 기존 축산업을 대체하고 미래의 단백질 공급원을 확립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현재까지 보편적으로 상업화가 이뤄진 것은 ‘식물성 고기’다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이나 밀가루 등으로 만드는 식물성 고기는 현재 가장 접근성이 좋은 대체육으로 알려져 대두 되었다. 이미 널리 상용화 되어있고 기존에 있던 식물에서 단백질을 섭취한다는 점 때문에 다른 대안에 비해 심리적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생산량을 늘리려면 경작지를 크게 넓혀야 한다는 점과 동물성 육류 처럼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다량의 나트륨과 조미료, 동물성 고기에 비해 부족한 영양소 때문에 재래식 축산육을 대체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가축 공해를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는 기존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식물성 고기를 대량생산 했을 때 발생할 환경오염이 기존 축산업에 비해 환경부하 면에서 큰 개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곤충은 투입되는 사료 대비 식육전환 비율이 높고, 사육에 필요한 부지가 극히 적게 든다. 체내 단백질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효율적이고 훌륭한 대체 식품으로 각광 받는다. 그러나 식용 곤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심리적 거부감이다. 기존 육류에 비하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형태와 생소한 식감이 폭 넓은 상업화를 막고 있다.

사실 포유류에게 있어 곤충을 먹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힘을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영양공급원이기 때문이다. 곤충을 먹는 행위는 현재까지도 인류 문화권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번데기’ 같은 음식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심리적 혐오감 때문에 많은 문화권에서 식용 곤충은 ‘괴식’ 정도로 여겨지고 있으며, 기존 육류를 대체할 정도로 널리 대중화 되기까지는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줄기세포로 만든 실험실 고기

그 다음으로 현실성 있는 대안은 바로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살아있는 가축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세포배양액 안에서 인공적인 유전자 조작 없이 배양해 만드는 ‘실험실 고기’다. 지난 2013년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 대학교의 마크 포스트 교수팀이 최초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세계적인 사료회사 ‘카길’,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 소위 ‘큰손’들의 투자를 받으며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으로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키워내고 있다

배양육의 최대 장점은 기존 축산업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재래식 축산업 대비 같은 양의 고기를 생산 할 때 에너지 소비량은 45%, 물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96%, 토지사용량은 무려 99%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전지구적인 환경 개선과 자원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을만한 고무적인 수치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실제 도살되는 가축이 한 마리도 없다는 점 때문에 동물복지와 같은 윤리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다.

배양육을 길러내는 핵심 재료인 ‘스캐폴드’는 세포의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해조류 등 식물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스캐폴드에 줄기 세포를 채워 넣고 세포배양액에 담가 배양해내면 수 주 정도의 기간 만에 작고 얇은 고깃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때 생산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포화지방산을 오메가3와 같은 유익한 지방산으로 대체하거나, 배지와 배양조건을 조절하여 건강에 유익한 육류를 선별하여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상용화 된다면 건강적, 환경적으로 큰 이점이 있는 기술이지만 아직은 여러 걸림돌이 있다. 그 중 하나로 지금의 기술 수준에선 기존의 고기와 같은 맛과 질감을 재현해내기 어려워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2013년 마크 포스트 교수팀이 공개한 배양육은 기존 고기와 같은 붉은색이 아닌 무색이어서 비트즙과 사프란을 추가하여 육색을 재현한 것이 그 예이다. 또한 근육 사이사이에 자라난 지방질, 즉 ‘마블링’을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것도 지금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현재까지의 배양육은 근육의 형태와 마블링의 구조를 알아보기 힘든 패티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자연스러운 근육과 지방의 분포는 고기의 맛과 식감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이므로 폭 넓은 상용화를 위해서 꼭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소고기 수입 4위국, 배양육 시장 무관심 심각

또 한 가지는 가격이다. 2013년 만들어진 배양육의 첫 시제품은 햄버거 패티 한 장에 3억 6천만 원의 비용이 투입 되었다. 상용화를 기대 하기에는 극히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다행히 연구를 거듭하면서 이 가격은 빠른 속도로 안정화 되고 있다. 2017년 미국의 배양육 스타트업 ‘멤피스미트’에서 공개한 배양 닭고기는 1파운드(450g)에 천 만원 수준이었다. 2018년에는 파운드 당 363달러로 한화 41만원까지 줄였으며 2019년엔 파운드 당 100달러 까지 줄어들었다. 미국의 스타트업 ‘모사미트’는 패티 단가를 내년까지 10달러 선으로 낮출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렇게 배양육의 생산 비용은 빠르게 하락하며 시장에 진출 가능한 수준까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초기 배양육이 공개되었던 시점보다 예상 외로 빠르게 경쟁력을 갖추어가면서 업계는 2021년경에 배양육 햄버거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2035년경이면 배양육이 육류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는 한 해 3조원이 넘는 소고기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세계 4위의 소고기 수입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나 연구단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배양육을 처음 세상에 선보인 국가 네덜란드에서 2019년 시행한 한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민의 63%가 배양육에 대해 호감을 나타냈으며, 국민의 52%가 배양육을 먹어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미항공우주국 또한 이 시장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 만족도 높은 단백질 섭취를 위해 적은 양의 줄기세포를 우주선에 실어서 고기를 완성하는 배양육 기술은, 미래 인류의 행성 간 이주 및 정착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인테그리컬쳐’, 비영리기업 ‘쇼진미트’와 같은 스타트업 기업이 속속 등장하며 자체적인 연구와 배양육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미래 인류의 식량전쟁을 극복하기 위해 직면하게 될 배양육.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실험실 고기’가 예상 외로 빠르게 우리의 코앞에 다가왔다. 배양육의 국외 기술이 국내에 수입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세계 동향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안전기준 등을 제정함과 동시에 배양육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 국가 차원에서의 투자와 개발 독려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 김주한

NARS 현안분석보고서 제95호 스마트팜 확산·보급 사업 현황과 과제·국회입법조사처 (2019)
스마트팜의 미래 : 가능성과 한계·한국정밀농업연구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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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의 최신 연구 현황과 공학적 과제·최문희, 신현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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