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코로나 백신 전쟁중 미국,물량 확보용 개발비 6조원 풀어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중앙일보 논설위원 역임. 코소보 전쟁, 9·11테러 등 취재 및 보도 지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방역 문제에서 국제정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글로벌 코로나 백신전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임상 시험에 들어간 백신의 개발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쉽게 멈추지 않고, 출구도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백신의 개발도 쉽지 않다. 효력과 안전을 확보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의약품과 백신의 시판 승인을 위한 개발 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식품·의약품·화장품의 승인과 관리, 안전성을 책임지는 식품의약청(FDA)은 의약품의 승인, 즉 판매 허가를 위해 다음 5가지 단계를 거칠 것을 요구한다.

발견→사전 임상→임상 1,2,3시험 등 5단계 개발

첫째가 ‘발견 및 개발’ 단계다. 이는 시험관 실험(In Vitro Test)를 통해 실험실에서 효력을 확인하는 단계다. 그야말로 기초 단계다. 이 단계를 거쳤더니 효력이 있었다며 선전하고 광고하는 것은 섣부른 ‘희망 고문’에 해당한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예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SARS CoV-2 Virus)가 든 시험관에 어떤 구충제를 넣었더니 몇 시간 안에 바이러스가 사멸했다는 호주 대학 발표가 있다. 하지만 이는 안전성 확인을 거치지 않은 단계다. 물론 이미 시판 중인 구충제이니만큼 안전성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양이다. 구충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양에서는 인체에 안전하기 때문에 구충제로 허가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멸하는 데 필요한 양은 구충제로 효과를 얻는 양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그 정도 양에서는 인체에 위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안전성 확인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시험관 내에서의 반응과 생체 내에서의 반응은 다를 수가 있다. 서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체 실험을 거쳐야 하고, 그 단계를 통과할 경우 인체에서 안전성도 확인해야 한다.

이를 두고 ‘바이러스가 든 시험관에 락스를 넣으면 바이러스가 사멸하겠지만, 락스를 인체에 적용할 수는 없다’는, 극단적인 비유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주 엉뚱하다고는 할 수 없는 비유다. 이 단계에서 확인한 효력을 홍보하는 측은 연구비나 투자 유치 등 다른 이유가 있다고 의심받을 수 있다.

둘째 단계는‘사전 임상연구’다. 동물실험(In Vivo Test)을 통해 생체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 효력과 독성, 부작용을 점검한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에 들어간다. 시관을 통해 반응을 알아보고 동물을 통해 효력과 독성을 확인하는 것을 실험이라고 하며, 인체를 대상으로 효력과 독성, 부작용을 확인하는 과정은 시험이라고 해서 서로 구분한다

동물실험까지 해서 효력과 안전성을 확인해야 인체를 대상으로 시험할 수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은 안전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에서 효력과 안전성을 확인한다고 해도 그걸로 허가를 내줄 수는 없다. 실험 동물과 인체는 구조나 생리 기능이 다를 수 있어 인체 실험에서 새롭게 독성이나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효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 시험은 기본적으로 3단계로 이뤄진다. 의약품 승인으로 가는 셋째 단계가 임상 1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인체 독성 여부를 확인한다. 여기서는 효력이 나타났다 해도 독성이 강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 다음 넷째 단계가 임상 2단계다. 여기서는 인체 최기성(催奇性), 즉 기형을 유발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임상시험, 특히 최기성 시험은 1960~61년 발생해 세계 최대 약화 사고로 기록되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탈리도마이드는 1953년 당시 서독에서 개발돼 1957년 허가를 받아 시판에 들어간 의약품으로 임신부들의 입덧 방지제이자 수면제로 사용됐다. 입덧 방지 효과는 좋았으나 이 약에는 복용 당시 뱃속에 있던 아이가 팔다리가 물개처럼 짧거나 없는 기형으로 태어나는 포코멜리아(Phocomelia)라는 결정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포코멜리아는 ‘팔이 짧은 물개모양의 기형’이 라는 뜻인데, 한국어로는 단지증(短肢症)이나 팔다리짧은증 등으로 표현한다. 당시 탈리도마이드 때문에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 명 가까운 기형아가 태어나 국제적인 사회문제가 됐다

임상시험 잘 못하다 기형아 1만명 낳기도

더 큰 문제는 이 약이 동물실험 당시에는 아무런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에선 약리학자로 FDA의 직원인 프랜시스 켈리 박사가 탈리도마이드가 인간에게는 수면 작용이 있지만 동물에선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허가를 내주지 않고 버틴 덕분에 약화 사고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동물실험에서 문제가 없어도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으며, 태아를 대상으로 하는 기형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하는 최기성 시험도 포함됐다

임상 2단계까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최종 다섯 번 째 단계이자 임상 3단계이다. 여기서는 인체에서 나타나는 의약품 효과를 기존 제품과 비교 검증한다. 같은 적응증에서 기존의 의약품보다 효과가 좋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상이 의약품 시판 승인을 위한 개발과정이다. 이를 다 통과하려면 만만치 않은 시간과 피말리는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백신은 일반 의약품과 또 다르다. 백신은 인체가 특정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 이겨낼 수 있도록 면역력을 확보해주는 기능을 한다. 이에 따라 효력을 검증하고 부작용을 확인하는 방법이 일반 의약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 백신은 일반 의약품과는 다른 특유의 작용 기전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백신이 만드는 면역력은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의 두 가지가 있다. 백신을 맞으면 이에 따른 항체가 생겨나 해당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체액성 면역이다. 이와는 달리 백신을 맞으면 인체가 해당 병원체를 기억한 뒤 나중에 그 병원체가 침범하면 인체 면역 시스템을 작동시켜 병원체를 공격하는 T세포를 다량으로 만들게 하는 것이 세포성 면역이다. 비유하자면 전자는 병원체와 싸울 병력을 대주는 셈이고, 후자는 전시에 병력을 대량으로 수집할 동원 시스템을 확보해주는 셈이다

백신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인위적으로 독성을 약화시킨 병원체를 살아있는 상태로 투여해 면역역을 유발하는 ‘약독화 생백신’과, 병원체를 열이나 약품 처리로 불활성화한, 즉 죽인 ‘불활성화 사백신’으로 나뉜다. 바이러스에선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가 약독화 생백신이고, 소아마비, 인플루엔자, 일본 뇌염, 간염 백신이 불활성화 사백신에 해당한다.

백신의 허가는 우선 전임상(前臨床) 단계라고 해서 동물실험을 거친다. 동물실험에서 실험동물이 항체를 생산하는 능력을 촉발하고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비로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임상시험은 3단계로 구성된다. 처음부터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시험했다가 부작용이나 사망자가 나타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단계별로 진행한다.

1단계 임상시험에선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면역 유발 반응을 알아본다. 2단계 임상시험에선 대상자 규모를 수백 명 규모로 늘려 확대 안전성 시험을 한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적절한 투여 용량을 가늠할 수 있다.

가짜 백신 투약해 플라시보 효과 체크

그런 다음 유효성과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인돼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바로 3단계 임상이다. 이 단계에선 수천 명 수준의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효력을 확인한다. 시험 대상자가 많으므로 유효성을 제대로 확인하고 드문 부작용도 파악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선 진짜 백신을 맞는 사람과 실제로는 효력이 없는 가짜 백신인 플라시보(위약)를 주사해 서로 효과를 비교하는 대조군 시험도 한다.

인체는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짜 의약품이라도 효능이 있다고 말하고 복용시키면 실제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다.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이를 막기 위해 ‘이중 맹검 시험(Double Blind Test)’이라고 해서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측과 임상시험 참가자 모두가 투여한 의약품이 위약인지 진짜 약인지를 모르게 시험을 한다. 백신도 일반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인체에서의 반응에 심리적인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이런 시험을 통해 백신의 진정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를 확인하는 3단계 임상시험 없이 시판을 허용하는 것은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

그렇다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백신이 전임상 단계 실험이나 임상시험 단계에 이르렀을까. 이 자료는 자료 수집이나 평가 주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소나 대학, 제약회사의 자료 제공이나 이에 대한 평가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트래커(Coronavirus Vaccine Tracker)’ 집계에 따르면 8월 27일 현재 전임상 단계가 139개, 임상 1단계가 25개, 임상 2단계가 15개, 그리고 임상 3단계가 7개로 모두 186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 백신을 모두 170개로 집계하고 있다.

이 단계를 모두 거쳐 일반 사용을 위한 시판 허가를 받은 백신은 아직 하나도 없다. 하지만 러시아는 8월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자국이 신종 코로나 백신을 세계 최초로 등록했으며 자신의 딸도 접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백신은 임상 2단계만 마친 상태에서 서둘러 등록을 받아 일반인에 접종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세계적인 표준이 되고 있는 미국 FDA의 기준에 맞지 않는 비공인 수준의 등록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목할 점은 러시아가 이 백신에 옛 소련이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발사해 자존심을 높이고 미국과의 과학기술 경쟁을 촉발했던 인공위성의 이름인 스푸트니크에서 딴 ‘스푸트니크-V’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다. 명칭부터 코로나 백신 경쟁에서 러시아의 국가적 자존심을 높이는 정치적 목적이 엿보인다. 이를 위해 임상 2단계만 마친 백신을 서둘러 일반인 접종을 허가해준 셈이다. 이런 식으로 백신 등록을 받는 나라는 러시아가 유일한 셈이다. 게다가 러시아 백신은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데다, 원천 기술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개발 중인 백신 자료를 해킹해서 얻었다는 주장 등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다. 제대로 검증된 안 된 상태에서 스푸트니크-V를 내놓은 것은 백신 개발 경쟁이 국제사회에서 국력 경쟁, 자존심 경쟁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신의 국제정치다.

러시아, 과거 영광 환기 ‘스푸트니크 백신’ 졸속 출시

미국 뉴욕타임스(NTY)가 집계한 백신 트래커(Coronavirus Vaccine Tracker)는 가디언의 집계와 조금 차이가 있다. 전임상 단계가 135개, 임상 1단계가 21개, 임상 2단계가 13개, 임상 3단계가 8개다. 그리고 가디언 집계와 결정적인 차이가 승인을 ‘조기 또는 임시 사용’이라는 단서를 붙여 2개가 있다고 집계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주체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을까.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보도를 바탕으로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임상 3단계에 접어든 백신부터 알아보자. 미국 매사추세츠 주 캠브리지에 본사가 있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인 모데나와 미국국립보건원(NUI) 공동연구팀이 가장 앞섰다. 미국 정부로부터 1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이 그룹은 생체나 인체에서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도록 신호를 보내는 ‘메신저 RNA(mRNA)’라는 유전자 물질을 바탕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이 백신은 동물실험에서 원숭이를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효능을 확인했으며 지난 3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임상 1단계와 2단계에서 효능과 안정성을 확인한 뒤 지난 7월 27일 마침내 임상 3단계에 들어갔다. 임상 3단계는 미국 내 89개 지역에서 3만 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그룹은 지난 8월 11일 미국 정부로부터 15억 달러의 추가 자금 지원도 받았다. 자금 지원은 모데나의 백신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1억 회 접종 분량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미국 연방정부가 국민에게 접종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25억 달러를 한 기업에 몰아준 셈이다. 임상 시험도 미국에서만 진행 중이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백신 개발이 세계에서 제일 앞섰다는 미국의 자신감과 독점 의도를 반영할 것일 수도 있다.

모데나와 NIH가 미국을 대표하는 백신 개발 그룹이라면 영국-스웨덴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개발팀은 유럽을 대표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룹은 mRNA를 바탕으로 하는 모데나와 달리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바탕으로 하는 ChAdOx1라는 백신을 개발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백신의 방어 효력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미국은 이 프로젝트에 12억 달러를 지원했다. 미국 정부의 백신 지원과 이를 통한 기술 및 물량 확보 노력은 국경을 넘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임상 1단계와 2단계 시험에서 백신의 안정성이 확인됐으며 심각한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백신을 접종받은 시험 대상자들의 신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의 반응해 면역세포인 T-세포도 생산했다. 백신이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 두 가지를 모두 유발한 것이다. 이 그룹은 현재 2단계와 3단계를 결합한 임상 시험을 잉글랜드와 인도에서 진행하는 한편, 3단계 임상시험을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미국에서 수행하고 있다.

지난 8월 유럽연합(EU)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임상 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4억 회 분량의 백신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EU의 백신 확보 노력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연구와 시험 결과에 따라 이르면 오는 10월쯤 긴급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백신이 승인되면 20만 회 분량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와 연결된 인도의 세럼(Serum·혈청이란 뜻) 연구소는 임상 시험을 위해 수백 만 회 분량의 백신을 이미 생산했다.

독일 바이오 기업인 비오앤테크(BioNTech)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업체 화이저 및 중국 푸싱(復星)과 협력해 mR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그룹의 개발 방식은 독특하다.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2개의 후보 백신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하는 것은 물론이고 1단계와 2단계, 이어서 2단계와 3단계를 동시에 진행한다. 시험 결과 2개의 후보 백신은 모두 시험 대상자들의 신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 생산은 물론 바이러스의 반응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 생산도 유발했다. 이 백신도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 모두를 유발한 셈이다.

화이저, 2021년까지 13억회 접종 분량 공급을 기대

두 후보 백신 중 하나인 BNT162b2는 1단계로 2단계 동시 임상 시험에서 접종자에게 발열이나 피로감 등 부작용이 현저하게 적게 나타났다. 그래서 이 그룹은 BNT162b2을 대상으로 2단계와 3단계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하고 7월 27일 이를 시작했다. 임상시험 대상 인원은 3만 명으로 미국은 물론 아르헨티나, 브라질, 그리고 독일에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개발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 그룹에 19억 달러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1억 회 접종 물량을 오는 12월까지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5억 회 접종분을 확보하는 옵션도 있다. 화이저는 이 백신이 이르면 올해 10월에 승인 검토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최근 밝혔다. FDA의 승인이 날 경우 2021년 연말까지 13억 회 접종 분량을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렇게 따지면 미국 정부는 자국과 영국+스웨덴, 독일 기업에 백신 개발을 위해 56억달러(6조6000억원)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억3000만명 미국인에게 맞출 백신 물량을 입도선매로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올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선거 전략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백신 개발 건수로는 압도적이다. 여러 연구소와 업체에서 백신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 바탕의 백신 1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불활성 사백신을 바탕으로 한다.

중국 백신 업체인 칸시노바이오로직스(CanSinoBIO·康希諾生物)도 백신임상 3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중국인민해방군 군사과학연구원 군사의학연구원(中国人民解放軍 軍事科学院 軍事醫医學研 究院)’은 mRNA와는 다른 방식인 Ad5로 불리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바탕으로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1단계 임상 시험을 마쳤으며 7월에는 이 백신이 강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국 당국은 특별 수요 의약품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5일 임상 3단계 조기 승인을 받았다. 이 업체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병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하고 있는데, 의무적으로 시험하는 것인지 자원자만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8월 9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업체의 3단계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개발 완료시 백신 확보를 위해 임상 시험에 동참하기로 한 것으로 관측된다. 확진자가 대거 나오고 있지만 개발 능력은 없는 국가의 애타는 심정이 잘 반영된 사례다. 그나마 자금과 의료 수준을 갖췄으나 이런 시도도 가능하다. 이 업체는 임상 시험을 진행할 다른 나라도 찾고 있다.

중국, 개발은 국내에서 임상은 해외에서

중국의 우한생물제품연구소(武漢生物製品硏究所)도 비활성 사백신을 개발해 중국 국영제약업체인 시노팜(Sinopharm·中國國藥集團) 집단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상지인 우한이 백신 개발의 중심지의 하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임상 1,2 단계에서 시험 참가자들은 항체를 생산했지만 일부가 발열을 비롯한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8월에는 페루와 모로코에서 3단계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시노팜 측은 올해 연말쯤 일반 접종이 잠재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8월 초 전망했다. 시노팜은 또 다른 연구소에서 개발한 2종류의 불활성 사백신을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5000명, 베이징에서 5000명을 대상으로 각각 3단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백신개발 전문업체인 시노백 바이오텍(北京科興生物製品)은 코로나백(CoronaVac)이라는 불활성 사백신으로 743명을 대상으로 1,2단계 임상 시험을 한 결과 신체에 면역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시노백은 지난 7월 브라질에서, 8월엔 인도네시아에서 3단계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이 업체는 현재 연 1억 회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중국은 백신을 국내에서 개발한 뒤 주로 해외에서 임상 시험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백신 협력국을 찾는 것은 물론 자국 물량 확보를 넘어 향후 시장을 노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바이오 산업으로 산업 고도화와 국력 도약을 꿈꾸는 중국몽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중국은 백신 개발로 시대의 역전을 노리는 셈이다. 코로나19 발상국이라는 오명을 백신 개발과 공급(물론 무료는 아닐 것이다)으로 씻는 것은 물론 이 분야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경쟁을 꿈꾼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5월 화상으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고 의결기관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백신을 개발하면 전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공언했다. 시 주석 방식의 백신 국제정치다. 세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공급을 둘러싸고 이미 세계대전에 돌입했다. 자체 개발 능력이 없거나 더딘 나라의 정부는 유력한 국가에 줄을 서 물량의 일부를 얻어 내거나 밤하늘의 달을 쳐다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동맹을 맺거나 백신 선진국의 선처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채인택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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