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맞춤형 영양제’시대 개막 정부 규제 풀자 7개 업체 뛰어 들어

고종관 보건학 박사,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가천대 초빙교수,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전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대표

레스토랑서 DNA검사, AI영양사가 음식 추천

인간의 유전체 비즈니스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50대 부부가 미라클지놈 백화점이 운영하는 진(Gene)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로봇웨이터가 손님을 맞는다. 로봇은 두 사람에게 몇 가지 설문조사를 하고, 면봉으로 입안을 훑은 뒤 내용물을 주방으로 보낸다. 이곳에선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장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잠시 뒤 남편은 5년 안에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90%라는 진단결과를, 아내는 비만을 유도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분석결과를 받는다.

곧이어 주방장은 인공지능(AI)영양사가 추천한 식재료와 레시피로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부부건강에 최적화한 맞춤형 식사를 제공한다.’

물론 가상적인 요소를 가미했지만 공상과학 소설 같은 허구는 아니다. 이미 일부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체험도 가능한 다양한 사례가 쏟아진다.

2003년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 완성 이후 20년이 채 안됐지만 지노믹스(유전체학)의 발전은 인간 삶의 양태를 구석구석 변화시키고 있다. 유전체 연구가 비즈니스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산업이 꿈틀거리고, 이러한 산업이 경제패러다임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이른바 ‘게놈(유전체)비즈니스’ 또는 ‘게놈이코노미’의 부흥이다.

세모를 앞둔 2018년 12월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東京世田谷区) 중심가에선 흥미로운 모델하우스가 눈길을 끌었다. 전시 제목은 ‘GENOME HOUSE’(게놈 하우스). 일본 가전업체인 파나소닉과 유전자분석 서비스 스타트업인 진퀘스트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미래 주택이다.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DNA 맞춤형 침실’이다. 이곳의 주인은 진퀘스트 대표인 다카하시 쇼코(32·여). 침실의 모든 소재와 식생활, 가전제품을 그녀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구성했다.

DNA 분석결과, 그녀의 피부는 보습력이 떨어지고, 쉽게 건조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패턴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부엉이형이다. 영양소중에는 엽산과 비타민E 흡수율이 떨어진다. 게다가 알레르기 감수성이 높고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설계팀은 유전자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가구와 가전제품을 구성했다. 예컨대 건조한 피부와 냄새에 민감한 기질을 참고해 공기청정기 설정을 최적화하고, 늦은 아침에 밝아지는 조명을 설치했다. 커튼이나 가구는 꽃가루나 집진드기가 부착하지 못하도록 특수소재를 쓰고, 부족한 영양소를 분석해 채소와 과일을 매일 공급해 준다.

관심을 끄는 것은 침실에 인도차이나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나무소재를 배치한 것. 유전자의 조상찾기 결과를 참고해 선조가 살았을 지역의 소재를 가져왔다. DNA에서 숨겨진 고향을 찾아 향수를 달래준다는 해석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시도는 게놈이 기업 경영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기획한 파나소닉 역시 당장 사업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게놈 싱킹(genome thinking)’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미래 소비자의 생활을 예측하기 위해 게놈적 발상을 하자는 것이다.

개인맞춤형 영양 비즈니스의 분기점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페어 스토어’. 맞춤형 영양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뉴트리톡스’가 운영하는 일종의 안테나 샵이다. 외부에서 보면 일반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객의 영양상태를 분석해서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건강샵이다.

이곳에서 측정하는 건강지표는 질환이 아닌 ‘미병(未病)’이다. 미병은 건강과 질병의 회색지대로 이를 방치하면 질환으로 이환되는 단계를 말한다.

카페를 방문한 손님은 1단계로 앱을 통해 설문을 작성하고, 2단계로 모발 및 유전자, 타액을 통한 정밀기능 분석을 받는다. 대상 항목은 에너지와 영양, 신경·내분비, 근골격계, 소화·흡수, 면역, 심혈관순환 등이다. 매장에선 전문 상담사가 있어 검사 결과에 따라 관련 영양제를 추천한다.

이 스타트업은 의사와 약사가 함께 제품을 개발해 창업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100여 종의 곡물·채소·견과류·단백질 등에서 추출한 미세원소를 조합해 16종으로 단순화했다. 사람에 따라 부족한 영양소를 골라 처방하는 식이다. 여기에 스프와 음료, 음식도 개발해 영양소와 함께 맞춤식 식단을 서비스한다.

회사는 앞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샵을 프랜차이즈사업으로 확장하는 한편 미병 관리사를 양성해 영양의 중요성과 방법을 대중에게 확산할 계획이다.

‘개인 맞춤형 영양’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건 아니다. 우리나라 전통의학에 서사상 또는 팔상체질에 따라 음식을 권했고, 선조들도 경험적으로 음식을 가려먹었으니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또 현대의학에서는 질환별로 주의해야 할 음식과, 예방차원에서 권장 또는 기피해야 할 음식을 가려주고 있어 나름대로 넓은 범주에선 맞춤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건강식품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테마는 이른바 ‘정밀영양’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든 후천적으로 획득한 유전자든 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학적이고, 정밀하다.

이 같은 ‘영양유전체학(Nutrigenomcis)’이 부상한 것은 인간유전자 염기서열이 밝혀진 2003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영양유전체는 영양과 유전자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평소 즐기는 식품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고, 유전자가 영양소에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 같은 음식이라도 개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똑같이 저탄수화물 식사를 해도 지방축적도가 다르고, 같은 고단백 식사를 하더라도 혈당반응 패턴에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 변이 때문이다.

의학 분야에선 암환자에게 적용되는 ‘정밀의료’를 들 수 있다. 항암제를 투약하기 전 환자의 유전자를 검사해 약효가 없는 약을 걸러내는 등 치료효과를 극대화한다.

3조 들여 만든 유전자 지도, 100만원이면 구해

이렇게 정밀의료 또는 정밀영양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유전체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서다.

32억쌍의 염기서열을 밝힌 인간 유전자지도는 2003년에 완성됐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1990년 6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해 시작했으니 무려 13년이 걸린 셈이다. 투입된 돈만도 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 유전체를 얻는데 단 하루면 가능하고, 비용도 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래 기술예측을 하지 않아도 유전체 검사를 통한 건강관리가 일상화하고, 모든 분야에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는 시대가 닥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양유전체학이 뜨면서 기존 영양학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사실 영양섭취는 의술보다 인간의 삶에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영양학이 의학에 비해 뒤쳐진 것은 과학적 검증이 쉽지 않아서였다. 대규모 실험군을 모집해 장기간 실증실험을 하는 것도 어려운데 영양섭취 정보를 자가 보고에 의존하다보니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대상자를 표준화하기 어려워 원인·결과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공신력 있는 영양단체에서 권장했던 이론이 뒤집히는 사례도 종종 드러난다. 우리가 맹신하는 지중해 식단의 경우, 실제 심장질환을 줄이는 효과가 1~2%에 불과하고, 심지어 정부가 발행한 ‘식품 피라미드’조차 근거기반이 빈약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영양학 연구의 약점을 개선하고, 영양유전체학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인공지능과 센서기술, ICT(정보통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이다. 스마트폰으로 측정하는 정확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슈퍼컴퓨터가 일거에 해결해 주는 것이다.

고객 관리도 용이해졌다. 회사는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으로 고객이 자가진단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영양처방과 그리고 사후관리까지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 바야흐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지개 켜는 국내 맞춤형 영양 비즈니스

지난 7월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이의경 처장이 풀무원건강생활이 운영하는 ‘올가홀푸드’ 방이점을 찾아 관계자를 격려했다. 그 자리에서 이 처장은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식약처가 식·의약 업종의 규제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장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1호점’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4조6000억 원대의 건강기능식품 시장(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2019년도 추정)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포장단위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구입했다. 그것도 자신의 몸이 어떤 영양소를 원하는지 모른 채 광고나 주위의 권고에 의존해 복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제를 낱개로 소분 포장해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마치 약을 처방받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50대 여성 A씨는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걱정돼 건강식품 매장을 찾았다. 영양사는 고객의 식습관과 건강상태와 DTC 유전자 검사결과를 참고해 건기식을 구성했다. 혈압감소 효과가 있는 ‘코엔자임Q10’과 콜레스테롤 개선을 돕는 ‘귀리 식이섬유’를 각각 한 알씩, 매일 복용하기 편하도록 낱개 포장해 A씨에게 제공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이 같은 비즈니스는 규제의 벽이 높아 언감생심이었다.

규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지금까지 건강기능성식품은 소분 판매가 불가능했다. 필요하면 한 병, 또는 한 통 단위로 구입해야 한 것이다.

또 하나는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 to Consumer)유전자 검사항목이 기존 12개에서 70개 항목으로 대폭 확대됐다. DTC는 유전자 검사기관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로부터 검체를 받아 분석결과를 알려주는 직거래 형태다.

확대된 항목에는 다양한 검사대상이 포함됐다. 비타민을 비롯한 칼슘·마그네슘 같은 영양소, 비만·중성지방·요산치 등 건강관리 항목, 근력운동·지구력·회복능력을 보여주는 운동능력 항목 등 유전자와의 관련성을 제공한다.

고객 입장에선 만족도가 높을 밖에 없다. 휴대와 복용이 간편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영양제만을 선택해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풀무원건강, 한국허벌라이프 등 각축

이 같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범사업은 지난 4월27일 산업통상자원부 규제특례심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규제샌드박스로 운영되고 있는 시범사업에는 풀무원건강과 아모레퍼시픽, 한국암웨이, 빅썸 등 7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들 회사는 앞으로 2년간 전국 152개 매장에서 개인 맞춤형 건기식을 팔게 된다.

가장 앞선 기업은 한국허벌라이프다. 다른 기업이 신산업에 뛰어들어 전략을 짜고 있다면 이곳은 이미 2018년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젠스타트(Gene Start)’를 출시하면서 맞춤형 건강사업을 시작했다. 유전자 정보와 식생활습관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을 추천한다.

당시에는 유전자 검사항목 확대 허용 이전이라 11가지 유전자 정보를 참고했다는 점이 아쉽다. 유전자 검사가격은 7만원으로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특히 허벌라이프는 비만한 고객에 공을 드린다. 비만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고객은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잘 저장된다며 이에 대한 제품 솔루션을 추천한다.

국내 기업으로는 풀무원건강생활이 선두에 섰다. 방문판매의 매출이 줄면서 맞춤형 건기식 시장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미 2만여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솔루션 ‘퍼팩 알고리즘’을 만들어 고객에게 맞춤형 영양제를 처방한다.

퍼팩은 ‘퍼스널 원 팩’(Personal One Pack)의 약자로 하루 1팩의 건기식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회사 소속 영양사가 식습관이나 건강행태, 체지방 분석, 그리고 유전자 검사를 참고해 한 달분씩 처방한다. 1호점에 이어 최근 2호점을 냈다

다른 참여 기업은 아직 가시화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시장참여 기업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타사와 차별화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권용관 연구관은 “코로나19 영향에다 시범사업 시작이 얼마 되지 않아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4분기에는 대부분의 회사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맞춤형 건기식의 조심스런 행보와는 달리 식품으로 분류된 영양소 시장은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이런저런 규제가 숨어있는 건기식과는 달리 식품은 행정력의 손길이 덜 미친다. 따라서 쉽게 시스템을 갖춰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SNS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구독 경제’ 스타트업에 약사,의사 참여 활발

이들 맞춤형 영양소 비즈니스의 공통점은 ‘구독경제’를 표방한다는 점이다. 일정액을 매달 내면 개인에게 적합한 영양제를 권장해 서비스하는 식이다. 영양제 추천은 주로 설문을 이용하고, 약사들이 참여하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스타트업인 ‘케어위드’다. 2018년 10월 정기구독 영양제 서비스인 ‘필리(pilly)’를 선보였다. 지난 4월 기준 서비스 이용건수가 누계 27만 건을 돌파하고, 신세계 본점에 진출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120명의 의사가 투자한 ‘메타포뮬러’, 여성 3명이 창업한 ‘바디하이’, 마크로젠이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왓비타’, 전담약사가 건강식품을 추천하는 ‘마스터큐어’, ‘건강비밀’ 등이 맞춤형 영양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번에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영양유전체 기반의 영양제 사업은 우리가 걸음마 단계라면 서구에선 날고 있다는 표현이 실감 난다.

우선 미국의 경우 유전자검사가 보편화돼 있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받은 이용자는 인구의 10%인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유전자검사 시장을 이끌고 있는 회사는 2006년 설립한 23앤미(23andMe)다. 구글의 출자를 이끌어낸 이 회사는 유전자 분석서비스인 B2C 비즈니스 모델과 제약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B2B 모델을 모두 갖추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제약회사 연구에 이용하도록 허락한 고객이 전체 등록한 500만 명의 80%에 달해 신약개발을 통한 막대한 수입 창출이 기대된다.

실제 2018년 글로벌 제약회사인 GSK(GlaxoSmithKline)가 연구개발 제휴를 위해 이 회사에 300만 달러(약 33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2017년 창업한 게놈링크(Genomelink)는 후발주자지만 ‘게놈 통합형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차별화한다. 플랫폼을 통해 개인은 싼 가격에 자신의 유전자를 취득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꺼내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DTC 회사처럼 유전자의 소유권을 회사가 아닌 개인이 갖도록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유전자를 가지고 다니는 새로운 세상’이 목표인 이 회사는 유전자를 이용한 결제시스템까지 구축했다.

해외선 유전자 분석 넘어 매매·유통 허용

네블라 지노믹스(Nebula Genomics)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유전자를 사고 팔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하버드대학 유전학 교수가 만든 이 회사의 본업은 유전자 분석이 아니라 매매·유통회사인 셈이다.

검사항목도 우리보다 월등이 많다. 지놈링크는 장수 유전자는 물론 폐기능, 직업피로도, 뇌의 해마 볼륨, 수학능력, 지능의 특성 등 다양한 검사결과를 보여준다. 23앤미나 크리스트리(Christry), 마이헤르티지(My Heritage) 같은 회사들 역시 무려 125개 이상 항목의 유전자 결과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밖에도 진플라자(GenePlaza), 헤릭스(Helix), 시퀀싱닷컴(Sequenc-ing.com)는 유전자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유전자 검사 상품을 입맛대로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유전체 검사회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이들 회사의 헤게모니 다툼이 개인맞춤형 영양제사업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게노믹스 시장규모는 134억 달러(약 15조7000억 원)로 평가됐다. 이 시장은 매년 11%씩 성장해 2026년에는 278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다.

DTC 기업들이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뉴트리지노믹스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82억 달러(약 9조60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는 미국 전체 영양제 시장규모인 300억 달러(약 35조 원)의 27% 수준이다. 성장성이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도 된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은 맞춤형 영양제 시장이 매년 평균 15%씩 커져 2025년에 16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맞춤형 영양제 시장은 특히 당뇨병과 비만, 항노화, 만성질환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각국마다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비만과 당뇨병 인구 또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식품회사와 스타트업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인다.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Nestle Health science)나 다농(Danone)같은 회사가 전자라면 제노바 다이그노스틱(Genova Diagnostics), 해빗(Habit), 뉴트리오(Nutrio), 패스웨이 지노믹스(Pathway genomics), 메타제닉스(Metagenics), 지노믹스 뉴트리션(Genomix Nutrition), 뉴트리지노믹스(Nutrigenomix)등은 후자에 속한다.

300달러 미만으로 유전자 맞춤형 비만·피부 등 관리

상품 구성은 대체로 비슷하다. 구매고객의 유전자를 채취·분석해 필요한 영양소를 서비스한다. 다만 비만·운동·영양·피부·디톡스 등 소비자 니즈에 따른 상품구성에 차별성을 두고 있다. 가격도 턱없이 비싸지 않다. 대체로 199 달러에서 300달러를 넘지 않는다.

최근엔 혈액으로 영양소를 분석해 서비스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혈액은 현재의 영양상태를 가장 정확히 들여다보는 지표일 수 있다.

미국 보스톤 소재의 스타트업 ‘베이즈(Baze)’는 혈액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비타민 패키지를 제공하는 구독 플랫폼으로 지난해 600만 달러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흥미로운 것은 회사에서 보내준 혈액키트를 이용해 가정에서 피를 뽑아 회송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선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올 1월 이 가정용 혈액키트 사용을 승인했다.

영양유전체를 이용한 환자관리는 보수적인 의료기관에서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병원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몇 년 전부터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하고, 맞춤식 영양지도를 하고 있다. 일례로 체중감량이 필요한 환자에게 운동 유형을 바꿔주고, 식단에서 지방과 단백질의 비율을 새로 구성해 주는가 하면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을 권장한다.

영양제 시장이 DNA유전자 검사를 내세워 맞춤형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가정마다 먹다 남은 영양제통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비싼 값을 치르고 샀지만 효과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영양유전체학이 인간의 영양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상업화는 이르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차이를 보여주는 개별성이 단지 유전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와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흥미로운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유전자 맞춤 영양제 효과 내”

일란성 쌍둥이 700명과 그렇지 않은 400명을 대상으로 식사 후 혈당과 지질의 변화를 측정했다. 어떤 식단이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을 예방하는데 가장 효과적인지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였다.

이 예비 연구결과는 1년 뒤 미국영양학회에서 발표됐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의 식사반응, 즉 인슐린과 중성지방 유사반응이 3분의 1도 채 안되게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수면습관이나 운동, 스트레스, 장내 미생물 같은 다른 요소들에 대한 개별반응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 반드시 유전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글을 기고한 영양학자 모니카 리나이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유전자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수면과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운동을 통해 생활습관을 개선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심지어 건강한 식단을 통해 장내 미생물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DNA검사가 건강을 위한 가장 유용한 접근법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 고종관

지구와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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