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차가운 디지털 민심 2017년 ‘반대’에서 2020년 ‘위기’로 심화

서기슬 ㈜언노운데이터 대표. 데이터 비즈니스 컨설턴트.

공약과 정책 키워드는 선거에 바람을 일으키고 그대로 잠잠해지는 경우도 많다. 거대 담론의 경우 몇 가지 구체적 정책 몇 개로 이어지면서, 당초의 키워드가 지녔던 강력한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식이다. 마치 일기 예보에서 예고되었던 거대 태풍이 일부 지역에 호우 몇 번을 뿌리고 소멸하고 마는 모양새 같다. 하지만 수년 째 에너지 산업, 중공업, 지역 발전 등의 이슈와 맞물려 꾸준히 디지털 민심에 회자되는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탈원전’이다.

필자는 비정형 데이터를 연구하는 연구자이자, 데이터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소위 소셜 빅데이터 분석이라 지칭되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이슈에서 떴다가 사라지는 단어들을 무수히 보았다.

한편 오랫동안 꾸준히 회자되는 ‘말의 역동성’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된다. ‘탈원전’도 그런 단어이다. 단어 주변을 둘러싼 담론이 변하고, 연관 이슈의 속성이 변하고, 그 정치적 메시지도 변화해 왔지만 탈원전은 계속해서 회자된다.

단문형 소셜미디어 서비스 트위터에서 ‘탈원전’의 언급량을 보면, 최근 6개월 간의 언급량은 4058건으로, 그 이전 6개월 3570건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에 연이은 폭우에 벌어진 산사태 때문에 무분별한 태양광 패널 설치가 문제시 되면서, 다시 탈원전 정책이 소환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탈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와 언급이 이렇게 꾸준하다는 것은 역시 그 자체로 중요한 메시지다. 2017년 후반 처음으로 관련 이슈가 주목을 받았을 때보다는 언급량이 적지만 ‘탈원전’ 문제는 수시로 불려 나오는 것이다.

(*이하의 데이터 분석은 모두 ㈜바이브컴퍼니의 SometrendBiz™을 통한 데이터 소싱과, ㈜언노운데이터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노하우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트위터 데이터의 경우 리트윗을 1회로만 카운트하여 분석하였고, 그 외에 반복 트윗 이상치를 제거하는 전처리 절차를 거쳤습니다)

디지털 민심은 여론조사의 조작성에서 자유로워

‘디지털 민심’이란 문자 그대로 디지털 세계에 드러나는 시민들의 마음을 지칭한다. 굳이 ‘디지털’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이유는 그 속성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민심과 여론의 생산자들은 디지털 매체 이용자들이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견을 남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매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들의 민의는 담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소셜미디어 상에서 사람들이 발화하는 내용을 분석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일부 계층의 의견이 제한되는 방법론적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존의 여론조사나 다른 사회조사 분석 방법으로 알 수 없는 영역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디지털 민심은 누가 묻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언급하고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말들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나 인터뷰에서 발생하는 ‘질문 내용’의 편향으로부터 자유롭다. 정책 관련 설문조사 때마다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론조사 방법론은 질문의 내용이나 선택지 자체가 응답자의 생각이나 태도를 프레이밍(Framing)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소셜 빅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민심 파악 방법은, 비교적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시민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이라는 특성 때문에 ‘언급한 시기’의 시간 정보를 확정하여 획득할 수 있고, 이것이 중요한 분석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뉴스 댓글이나 블로그 글 등은, 특정 이슈에 관해서는 디지털 채널 내의 전수(全數, population)에 해당하는 여론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래에서는 분석 대상 채널로 트위터를 삼았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단문형 소셜미디어인 만큼 이용자들이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소통하는 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런 이유로 더욱 솔직한 민심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많은 정치인이나 평론가, 기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해 정책 관련 이슈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편이다.

3년전 ‘비판’’위협’’졸속’…지금은 ‘크다’’손실’’망하다’

2017년 ‘탈원전’은 확실히 정치적 키워드였던 것 같다. 뉴스 제목으로 인한 편향이나 반복 언급, 과대 평가된 날짜의 언급량을 정규화(normalize)해서 보아도, 가장 큰 감성어는 ‘반대하다(437건 언급)’였다. 그 다음으로는 ‘졸속(193건)’, ‘지지하다(168건)’ 등 정책 과정에 대한 비판과 의견이 눈에 띈다. 이 시기에는 탈원전의 시작을 논의하고, 관련 정책 방향을 공표하는 때였기 때문에, 디지털 민심의 반응 역시 그렇게 거대한 주제를 위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 채널 자체가 상대적으로 진보라 불리는 필 진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반대 논의가 있었으며 그에 관한 부정 감성이 언급되었다는 것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괴담(122건)’이라는 감성어와 그에 관한 실제 시민들의 발언은, 원전에 대한 우려가 과대평가 되어 있다는 견해에 더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라고 볼 수 있다.

‘탈원전’을 향한 전반적인 부정적 감성은, 앞선 졸속과 괴담에 덧붙여 ‘의혹(136건)’, ‘엉터리(117건)’, ‘반박(105건)’ 등 탈원전 실행 자체뿐 아니라 동시에 그를 둘러싼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탈원전에 대한 지침과 방침이 디지털 민심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17년 탈원전 관련 감성어 분석 결과 시각화. 원의 크기와 색상은 모두 언급량 크기를 의미함.

한 편 2020년 ‘탈원전’에 관한 감성어 언급을 보자면, ‘탈원전’이 어째서 여전히 이렇게 디지털 민심에서 회자되는지, 거대 담론으로서의 정책 키워드를 넘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언급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탈원전’은 2020년 들어서 단지 안전이나 위험, 환경에 관한 키워드가 아니다. 에너지 산업 전체에서는 수많은 크고 작은 기업들과 종사자들의 생존 문제에 직결된 내용으로 언급 되고 있었다. 한국의 에너지 산업에 큰 타격을 준 동시에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혹은 야기시키고 있는 아젠다라 할 수 있다. 연관어 1위인 ‘위기’의 경우 그 내용을 살펴보니, 두산중공업을 위주로 시작된, 기존 에너지 기업의 위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2020년 ‘탈원전’ 관련 감성어 분석 결과 시각화. 원의 크기와 색상은 모두 언급량 크기를 의미함.

두산중공업 경영 위기도 디지털 민심에 나타나

두산중공업은 원전 사업이 핵심 사업 부문 중 하나였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으로 큰 위기를 맞았고 이는 2020년 4월 실제로 두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와 채권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보도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2020년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두산중공업에 특별히 감사하고 경영을 응원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이는 한 편으로는 두산중공업을 포함한 에너지 산업 일부의 위기가 정책 방향에 의해 크게 흔들린다는 것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한 듯하다.

‘탈원전’에 대한 연관어 2위인 ‘크다’는 서술어이자 감성어로서 등장한 것인데, 그 상세한 내용을 원문을 통해 살펴보면 역시나 ‘책임이 크다’, ‘타격이 크다’와 같이 누군가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었다. 한 편 그 뒤를 이어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여러 키워드들이, 유사한 메시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너지다(251건)’, ‘망하다(207건)’, ‘부작용(149건)’ 이런 연관 언급은 역시나 ‘탈원전’ 정책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디지털 민심에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 새로운 SOC 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성장률 하락과 경기 어려움으로 실업률을 고민하게 된 2020년, 기존에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했던 산업이자 수많은 관련 종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탈원전 정책 재고에 대해, 모두가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하는 시점이 아닐지 싶다.

생존과 현실의 문제로 다시 바라보아야 할 ‘탈원전’

본 데이터에는 직접 드러나지 않은 내용이지만, 필자는 마침 2020년 여름 휴가를 경북 울진으로 다녀오게 되면서 행선지 곳곳에 걸려 있는 현수막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울진 원자력발전소의 원전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여론을 듣게 되었다. 직접 만난 몇몇 울진 주민들의 태도는 정부의 고집스런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념 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절박한 생존과 현실의 문제를 호소하였다. 원전 건설 덕분에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겨우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탈원전 정책 3년만에 다시 지역이 침체되고 일할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이후 휴가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와서 보도 내용 등을 통해 접한 울진 지역 대책위원들의 공식 의견 역시 ‘약속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지켜달라’, ‘탈원전 반대가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라는 것이었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일관성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데이터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민심의 염려와 우려를 살펴보자면, 좀 더 유연하고 현실적인 정책 변화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찬반 논리를 떠나 민생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서기슬

지구와에너지
(사)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발행하는 신개념의 컨설팅형 입법정책 계간지 매거진 '지구와에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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